어제 저녁 갑자기 정전이 됐다. 깜짝 놀라 밖을 보니 온 동네가 캄캄했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느낌.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집만 정전이 된 것이 아니란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사람들. 불 꺼진 동네를 보며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오다 가다 만나도 얘기를 해 본 적은 없다. 얼굴은 알지만 익명성이 깨지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어둠은 용기를 준다. 언제 불이 들어올 지, 밤에 폭설이 내릴 거라는 날씨 얘기 등. 모든 것이 어둡지만 여기저기 말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이랬겠구나 싶은 느낌.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 컴컴한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빛이 낯설게 느껴졌다. 말소리는 끊기고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한참동안 정전이 된 것 같았는데 시간을 보니 딱 20분 이었다. 짧지만 강렬했고, 불편했지만 기분 좋았던 20분.
어릴 적에는 정전이 자주 됐다.
그럴 때면 촛불을 켜고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때 나눴던 무서운 얘기들, 홍콩 할매 귀신의 전설, 김민지 사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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