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벌어진 일

by 봉봉주세용

"차 사고가 났어요."

식당에 들어가고 있는데 주차장 관리 아저씨가 뛰어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런가 보다 하며 들어가는데 사고가 난 차는 내 차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사고를 낸 아주머니는 기어를 P로 바꾸지 않고 D상태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차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접촉사고가 난 상황. 내 차 뒷바퀴 윗쪽이 살짝 들어간 경미한 사고였다. 아주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험 처리하면 되죠?" 라고 말했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내 차는 회사에서 리스해 준 법인차라서 보험사 뿐 아니라 리스 회사도 거쳐서 처리를 해야 했다. 신속하게 처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20통 이상의 전화를 주고 받았고 차는 공업사에 입고, 대체 차를 받아서 쓰고 있다. 아주 경미한 사고였음에도 이렇게 복잡한 절차가.

사고가 났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런 과정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보험사 담당자가 도착하여 사고처리가 끝났다. 아주머니는 음식을 포장해서 갔고, 나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식당으로 돌아가 밥을 먹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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