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부고발 그 후의 이야기(위력? 꽃뱀?)

소설

by 봉봉주세용

조성기과장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아빠였다. SNS에 화목한 가정 사진을 자주 올렸는데 회사에서는 다정다감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은 잘했지만 독선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인턴으로 근무했던 오수미라는 여대생이 회사 익명 게시판에 실명으로 조성기과장에 대한 얘기를 올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글 내용에 따르면 인턴들과 회식 자리를 마치고 집에 가는 오수미씨에게 조성기과장이 회사 생활에 대해 조언을 해 줄 것이 있다고 술을 한잔 더 하자고 했다고 한다. 그 술자리에서 조성기과장은 그녀에게 회사 내에서 본인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지 강조하고 정직원 채용 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 후 조성기과장과 오수미씨는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를 몇 차례 가졌다.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 팁을 준다는 조성기과장의 제안에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번은 술자리를 하고 둘 다 술이 많이 취했을 때 조성기과장이 오수미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다. 그녀는 처음에 완강히 거절했으나 집요한 그의 요구에 결국 잠자리를 갖게 되었다. 인턴과정이 끝나고 회사 정직원 채원이 있었는데 오수미씨는 정직원이 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에 조성기과장을 원망하지 않았다. 본인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직원이 안 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직원 채용이 끝나고 인턴 동기들끼리 가진 술자리에서 우연치 않게 조성기과장 얘기가 나왔다.


조성기과장은 수미씨 뿐 아니라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동기에게도 접근했던 것이다.


동기는 조성기과장과 식사 자리는 몇 번 했으나 잠자리 요구는 거절했다고 한다. 수미씨는 동기들에게 자신도 조성기과장과 만남을 가졌다고 얘기하지 못했다. 그냥 듣고 있을 뿐이었다. 취업 난에 정직원이 간절했던 그들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조성기과장의 도와준다는 제안이 달콤하게 다가왔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거기에 넘어간 자신의 욕심과 순진함이 원망스러웠고 그걸 알고 이용한 조성기과장에게 화가 났다. 그녀는 한 동안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가 회사 게시판에 조성기과장의 그런 행태에 대해 글을 남겼다.


오수미씨의 글은 파장이 컸다. 회사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조성기과장이 강압적으로 인턴들과 술 자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도움을 주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인턴을 만났을 뿐인데 그게 문제가 되느냐는 의견과 위력에 의한 만남이었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어떤 이는 댓글로 조성기과장이 강압적으로 인턴과 잠자리를 가진 게 아니라 서로 좋아했기 때문에 잠자리를 가진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글을 남겼다. 그 댓글에 또다시 수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 중 가정이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어떤 이는 정직원 채용이라는 미끼로 약자인 인턴에게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나쁜 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어떤 이는 인턴이 조성기과장을 꼬신게 아니냐는 글을 남기며 열심히 일하는 조성기과장이 오히려 피해자일 수 있다는 댓글을 남겼다.




결국 조성기과장은 회사에서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일 열심히 하는 조성기과장이 인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몇 번 만남을 가졌고 정직원이 되지 못한 인턴이 조성기과장에 대해 악의를 품고 게시판에 글을 남긴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조직은 외부자인 인턴의 폭로를 밀어내고 내부 조직 사람인 조성기과장을 감싸기로 했던 것이다. 여직원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남직원들은 조성기과장이 인턴에게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했다. 인턴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증거가 없었고 조성기과장은 평소에 SNS에 화목한 가정 사진을 올리는 가정적인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일년에 한번씩 뽑아오던 인턴 제도를 슬그머니 없앴다. 내부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 조직을 미꾸라지 한 마리가 들어와서 흙탕물을 만든다는 것이 윗선에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민정씨는 강대리의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웠다. 어떤 것이 진실일까. 그녀는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것이다.


회사는 결국 조성기과장을 선택했고 내부적으로 무마하며 일이 커지지 않도록 빠르게 조치한 것이다. 그 후 오수미씨는 몇 번이나 더 회사 게시판에 글을 올렸지만 그 일은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조성기과장은 그 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회사에 다녔다.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몇 년전 인턴을 하다가 정직원으로 전환된 이정은대리의 글이 회사 익명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라왔다. 이정은대리는 강유리대리와 같은 해외영업 2팀이었는데 강유리대리 보다 1년 후배였다.


이정은대리는 인턴시절 오수미씨가 올린 글의 내용과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했다.


정직원이 간절했던 이정은대리에게 조성기과장은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해서 잠자리를 강요했다고 한다. 그것은 분명히 위력이었다. 그녀는 잠자리를 거절했고 한 동안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정은대리는 조성기과장의 도움 없이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녀는 당연히 정직원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며 채용과정을 알게 되었다. 애초부터 조성기과장 같은 사람이 정직원 채용에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성기과장은 인턴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서 본인의 욕심을 채웠던 것이다.


이정은대리는 오수미씨의 글이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며 괴로웠다. 그리고 조성기과장이 회사에서 처벌을 받을 줄 알았는데 글을 올린 오수미씨가 가해자가 되고 조성기과장은 당당하게 회사에 다니는 모습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정은대리의 용기있는 글에 격려가 쏟아졌다. 결국 조성기과장은 스스로 퇴사를 했다. 어떤 이는 왜 해임이 아니고 퇴사 처리를 하느냐고 했고 어떤 이는 조직에 10여년동안 근무한 사람에게 퇴사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




조성기과장은 떠났지만 회사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고발을 했던 이정은대리는 구성원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이정은대리 소속이 해외영업팀이라 유관부서와 조율해야 할 것이 많았는데 조성기과장 퇴사 후 알게 모르게 유관부서에서 업무협조를 안 해줬다.


일이 원활하게 진행이 안 되다보니 이정은대리는 팀 업무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무실을 걸을 때 이정은대리를 향한 따가운 시선과 수근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얘기부터 한 가정의 가장을 실업자로 만든 꽃뱀이라는 얘기까지.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험담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갔다.


강유리대리도 지나가다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그 얘기를 한 사람들에게 따져 묻고 이정은대리 편을 들어줬지만 회사 분위기는 내부고발자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이정은대리는 인사부와 면담을 하고 다른 팀으로 발령을 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정은대리를 받겠다는 팀장은 없었다.


강력하게 반발하는 팀에 이정은대리를 억지로 배치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지방에 있는 물류센터로 발령이 났다. 본사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했던 그녀의 경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으로 발령을 낸 것이다. 이정은대리는 갑작스럽게 인사발령이 나서 제대로 인사할 틈도 없이 지방 물류센터로 내려가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녀는 한달동안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결국 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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