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3-4번은 주말에 출근하던 때가 있었다. 단위가 큰 숫자를 맞춰야 하는 정교한 작업. 평일에는 진행할 수 없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내야 하는데 다른 일이 치고 들어오면 모든 것이 꼬이기 때문이다. 내 포지션에 있던 선배들 역시 주말에 홀로 출근해 골방에서 숫자를 맞추곤 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내 차례가 되었고, 나도 그렇게 주말에 홀로 나와 일을 했다.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 그렇기에 맑은 정신으로 집중하는 게 중요했다. 주말 출근을 하면 1층에서 출입부에 이름을 적어야 했는데 항상 보던 이름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적혀 있었다.
다른 부서였고, 말도 거의 해보지 않았지만 묘한 전우애가 느껴졌다. 층은 다르지만 나 말고 누군가도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주말에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나중에 들어보니 그 분들도 내 이름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사무실로 올라가서 마무리. 정기적으로 그러다 보니 카페 직원들도 내 얼굴을 알게 되었다. ‘주말에 출근하는 사람’으로. 한번은 커피 뚜껑에 네임펜으로 글이 써져 있었다.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글을 보고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마 문장 마지막에 조그맣게 그려진 하트 때문은 아니었을지.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꿈이었을 수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빡빡했지만 나름 뿌듯했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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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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