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가야 더 예쁜 록스 마켓

칠월 칠일. 록스 마켓

by 최칠칠

한국에서는 옷을 사러 백화점도 세 달에 한 번 갈 만큼 시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호주에 오고 나서부터는 도시마다 시장을 꼭 한 곳씩 들렸다. 멜버른에서는 퀸 빅토리아, 그리고 시드니에서는 록스 마켓.


록스 마켓과 퀸 빅토리아 마켓의 다른 점은 전자는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주말 시장이고 후자는 식료품과 생활용품,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이라는 점이다. 물론 록스 마켓 근처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푸디 마켓이 열리긴 한다. 우리가 록스 마켓을 방문했던 7월 7일은 일요일이라서 푸디 마켓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푸드 트럭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레몬에이드와 튀긴 도넛을 먹었는데, 도넛은 어느 나라의 전통 음식이었다.


이 록스 마켓은 서큘러 키 북서쪽에 위치해 서큘러 키와 하버 브릿지 사이에 있다. 서큘러 키 구경하고 록스 마켓 구경하고 하버 브릿지 올라가면 오늘의 루트가 완성된다.





그렇지만 록스 마켓을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추천하지 않는다.


멜버른의 로열 아케이드 느낌 나는 곳이 시드니에 또 있던 셈이다. 생각보다 볼 게 없고 가격대가 굉장히 비싸다. 수공예품을 주로 파는데 나처럼 앞으로 일정이 많이 남은 여행자는 그걸 간수하기도 신경 쓰이고 굳이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도 없기 때문이다. 굳이 고르자면 캥거루 기념품 정도...?


시드니에 여러 가지 시장이 있고 록스 마켓은 시드니에서 들려야 하는 시장 목록마다 포함되어 있지만 다른 곳을 가는 게 더 나을 듯하다. 하버 브릿지 가는 길에 눈요기로 잠깐 들리는 정도면 괜찮지만, 알라와 나처럼 아예 일정 하나로 잡는 건 정말이지 비추다.


이 록스 마켓을 구경하다 우리는 잠깐 길을 잘못 들었던 록스 마켓 뒷부분에 가 그곳을 더 재미있게 구경했다. 록스 마켓 사진을 보면 앞부분을 많이 보여주면서 그곳이야말로 정말 방문해야만 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작 재미있는 곳은 사진에 없었던 뒷부분이었다. 이 시장 뒷부분은 내리막길에 있는 곳이었는데,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 두 번 들리는 재미도 있었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공연도 해서 근처 천막 안 물품을 구경하며 듣는 재미도 있었다.


내리막길 맨 위로 가보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길도 뒤편에서 이어지는 곳이었다. 내리막길이 주로 옷이나 목도리 같은 생활용품을 파는 곳이었다면 꺾인 길은 수공예품이나 약간의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앞부분처럼 이곳의 수공예품도 눈요기하는 정도로 구경하면 될 듯하다. 나무를 깎아 만들거나 유리를 세공해서 전시해둔 곳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예품은 한 방향으로 감았다 돌리면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며 빛에 반사되는 모빌이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중년 남성이 하시는 젤라또 집이 있다! 엊그제 먹었던 젤라또가 생각난 알라와 나는 당장 그 앞으로 달려가 다른 맛을 골랐다. 그래도 초코를 먹는 건 국룰이기 때문에 초코는 고정으로, 베리 맛만 레몬 맛으로 바꿨다.


그리고 멜버른에서 그랬듯이 시드니에서 먹은 젤라또도 실패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호주 특산품은 젤라또가 아닐까? 그렇게 홍보해도 나와 알라는 믿을 것 같다. 꾸덕한 초코에 순간 머리가 띵할 정도로 맛있게 시고 달콤한 레몬 맛 젤라또 조합은 오늘도 성공이었다.





이 거리는 하버 브릿지를 다녀오고 식당을 가는 길에도 들렸는데, 그때는 해가 다 진 후라서 나무에 둘러놓은 겨울맞이 형광등이 예쁘게 빛을 내고 있었다. 호주가 겨울이라는 게 실감 나는 때였다. 내가 아는 겨울은 패딩으로 얼굴까지 꽁꽁 감싸야 하는 겨울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낸 겨울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도톰한 가디건 하나로 지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여기가 정녕 겨울인가, 했는데 겨울맞이 형광등을 보고 있노라면 겨울은 맞구나 싶다.


록스 마켓 앞부분보다 뒷부분을 더 많이 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굳이 여기저기서 추천하는 곳보다 좀 더 운치 있는 곳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번 여행 테마로 잡은 'Be Local'을 가장 알차게 실천한 하루가 아니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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