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맛있는 친구=캥거루

칠월 칠일. 더 미트 앤 와인 코 서큘러 키 점

by 최칠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하버 브릿지 갈 때만 해도 앞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걸었다가는 길가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밥 먹으러 간다니까 서큘러 키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하버 브릿지에서 서큘러 키까지 가는 길에는 골목길도 있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만든 어트랙션 테마 구간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분위기가 느껴졌다. 가로등 두어 개가 운치 있게 길목을 비추고 있었는데 이 계단을 모두 내려가면 시드니 길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곳의 길이 펼쳐질 것만 같이 내 상상력을 자극했다.



사람들이 꽤 지나가는 시간대라 우리는 행인이 모두 지나간 뒤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둘이서도 찍고 싶어 셀카봉으로 열심히 각도를 맞추기도 했는데, 위에서 내려오시는 분이 우릴 보고 찍어주겠다는 호의를 보여주셔서 냉큼 감사하다 말하고는 핸드폰을 맡겼다. 여행객에게 베풀어주는 호의는 소리 없이 불쑥불쑥 다가오는지라 그 모든 호의가 내 마음속 한 켠을 따뜻하게 데웠다.


식당까지 가는 길. 골목골목마다 덧씌워진 저녁의 향이 잔잔해 좋았다.




골목 골목을 지나고 서큘러 키에서 두 블록 밑으로 내려가면 시드니 박물관 대각선, 로열 보태닉 가든스 옆에 우리가 저녁을 먹을 식당이 있다.


더 미트 앤 와인 코 서큘러 키 점. 이곳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예약을 거친 뒤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시드니에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가려면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바쁜 시간대에 예약을 한 사람은 자리를 미리 잡아둔 셈이니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 있는 식당부터 동네 식당까지 모두 예약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과 호주의(또는 시드니만의) 문화 차이다.


이 예약을 무사히 마친 우리는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았다. 메뉴판을 받았지만 별로 볼 건 없었는데, 호주에서 꼭 먹어보고 싶은 고기 종류의 하나는 이곳에서 먹을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호주에서 먹을 수 있는 특별한 고기, 그건 바로 악어 고기와 캥거루 고기다!


이 더 미트 앤 와인 코 식당은 캥거루 고기 꼬치가 유명한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그래서 알라와 나는 망설임 없이 스큐어드 캥거루 메뉴를 주문했다. 꼬치에 구운 캥거루 고기와 양파 튀김을 곁들인 메뉴였는데, 우리는 튀김보다는 캥거루 고기에 흥분해서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그렇게 유명한지를 이야기했다.


캥거루 고기도 찾아서 먹으러 다닐 정도면 미식가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먹고 배부른 기분을 좋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캥거루 고기와 악어 고기가 다른 고기보다 신맛이 더 강하다는 맛 평가를 읽었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다. 고기에서 신맛이 난다니. 어떤... 신맛인 거지...? 맛없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후기를 믿고 먹을 뿐이다.



그리고 등장한 스큐어드 캥거루. 저녁 시간대라 조명이 어두워서 밝게 보이지 않았지만 커다란 쇠 꼬치에 큼지막한 캥거루 고기 여섯 덩이가 끼워져 있고 그 밑에 양파 튀김이 자작하게 놓여 있었다. 이 양파 튀김은 리필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한국이랑 다른 리필 문화에 우리는 대체 이게 얼마나 맛있길래 돈도 받냐며 튀김부터 먹었다.


“받을만하네.”


양파를 동그랗게 통으로 썰어 바삭하게 후추 향 가득하게 튀기는 방법은 대체 누가 생각해낸 걸까. 우리의 위가 조금 더 넓었더라면 리필해서 먹었을 텐데, 위 크기가 원망스러웠다.


양파 튀김을 시작으로 꼬치에서 캥거루 고기를 빼 한 입 먹자 ‘고기에서 신맛이 난다’라는 걸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다’는 표현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레몬의 신맛이 아니라 고기 자체에서 나는 2할의 상큼함과 8할의 시큼함을 합친 맛이었다. 풋사과에서 나는 그 상큼함이 캥거루 고기에서 나는 신맛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신선한 맛 체험과 함께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캥거루 고기와 양파 튀김을 먹으니 오늘 하루 열심히 걸은 노력도 보상받고 하루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포크로 뭘 꾹 찍어 먹어도 맛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행복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캥거루는 보기만 하면 참 귀엽고 맛있는 친구라는 소감 밖에 들 것 같았지만...



캥거루 고기와 양파 튀김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후식으로 밀크티까지 마셨는데, 이 밀크티가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던 내가 멍청했다. 홍차에 우유까지 따라 밀크티를 만들어 마실 수 있었는데, 이 밀크티 값이 영수증에 떡하니 찍혀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까 웨이터가 매우 자연스럽게 마실 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라고 물어봐서 공짜인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이런 문화를 몰랐다.


계산하기 위해 밀크티값이 찍힌 영수증을 보아하니 영수증 하단에 팁을 얼마 계산할 것인지 쓰는 칸이 있었다. 호주도 서양 문화권이지만 모든 식당마다 팁 계산이 이뤄지지는 미국과 다르게 팁 문화가 필수는 아닌지 이곳에서 처음으로 팁 계산을 해봤다. 얼마 정도 내야 하는지 고민하다 10%에 해당하는 값을 쓰고 나왔다. 미국을 먼저 갔으면 6%만 내고 왔을 텐데. 너무 몰랐던 부분 두 번째다.


고기도, 후식도 배부르게 먹은 우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마이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실망했지만, 또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만족스러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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