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팔일. 빌즈 달링허스트 점
다음 날 우리는 또 다른 브런치 맛집 도장 깨기를 위해 일어났다. 우리 숙소 동남부에 달링허스트가 있었는데, 그곳에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체인 브런치 카페가 있다는 걸 찾아서 간 것이다. 셰프의 이름은 빌 그레인저인데, 이런 맛있는 브런치 집을 만들었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우리가 간 브런치 집 이름은 빌즈 달링허스트 점이다. 그야말로 멜버른에서 다녀온 브런치 가게 크림퍼를 이을 곳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여행기에서 소개하는 브런치 가게는 큰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 맛있는 곳이다. 시드니에 간다면 꼭 이곳도 방문했으면 좋겠다.
크림퍼에서는 1인 1메뉴를 골랐지만 이곳은 메뉴 하나당 두 명이 먹는 게 적당해 보여 우리는 리코타 핫케이크에 토핑으로 소시지를 추가했다. 음료로 나는 레모네이드를, 알라는 말차 라떼를 시켰다. 이곳 역시 어제 다녀온 더 미트 앤 와인 코처럼 홈페이지 예약이 가능했다. 우리는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방문했을 때 자리가 많이 남아 있어 기다림 없이 앉을 수 있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가게 안을 구경하며 기다리는데 밝은 베이지색과 흰색이 주로 꾸며진 가게였다. 20대의 취향에 맞는 카페...? 내가 20대긴 한데 나도 알라도 좋았던 기억이 있는 카페인 걸 보면 20대 취향에 맞는 카페인 것 같다.
우리 옆 좌석인 4인석에 사람이 앉지 않아 메뉴 기다리는 김에 그곳에 잠깐 앉아 사진만 빠르게 찍고 우리 자리로 다시 돌아가 앉았다. 옆자리에 앉았더라면 좋았겠지만 호주에서는 식당마다 인원수에 맞게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해줘서 4인석으로 옮기고 싶다고 쉽게 말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친구 3명이 같이 와 앉아보고 싶다.
사진도 찍고 신나게 기다리다 보니 우리가 시킨 메뉴가 속속 세팅됐다. 음료가 먼저 나왔는데 내가 시킨 레모네이드는 내가 알던 레모네이드보다 무거운 느낌이었다. 에이드라고 하면 톡톡 쏘고 상큼하고 입안에 많이 달라붙지 않는 느낌인데 여기에서 시켜 마신 레몬에이드는 톡톡 쏘기도 하고 상큼하기도 하지만 음료가 입안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어 무겁다고 생각됐다. 나야 맛있게 마셨지만 혹 입 안에 달라붙는 설탕 느낌을 싫어한다면 추천하지 않겠다. 알라가 시킨 말차 라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말차 라떼 맛으로 한국 버전을 좋아한다면 다들 맛있게 마실 것 같다.
레모네이드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딱 한 입 마시고 조금 더 기다리자 오늘 브런치의 메인 메뉴, 리코타 핫케이크와 소시지가 나왔다. 토핑이라고 해서 핫케이크 위에 올려질 줄 알았는데 따로 유리 접시에 담겨 나왔다. 알아서 위에 올려 먹으라는 뜻인가보다.
대부분 핫케이크라고 하면 얇고 갈색빛이 도는 원형의 빵을 생각하는데 여기서 내온 핫케이크는 리코타 치즈가 들어가서 그런지 좀 더 밝은 빵 색깔에 두께도 두껍고 포슬포슬한 식감이었다. 핫케이크보다는 수플레 팬케이크에 가까운 느낌? 식감도, 모양도 내가 아는 핫케이크는 아니었다. 수플레 팬케이크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수플레 팬케이크 맛없는 집에 가면 들을 수 있는 불만은 바로 ‘계란 맛이 난다’는 것이다. 수플레 팬케이크와 비슷한 비주얼에 여기도 계란 맛 빵인 게 아닌가, 걱정됐지만 이 가게 누가 차렸는가. 셰프가 차렸다. 계란 맛 걱정할 시간에 한 포크라고 더 먹는게 이득이다!
핫케이크에 짭짤한 소시지, 바나나를 먹으면 입안이 가득 참과 동시에 몽글몽글한 감촉이 한껏 느껴진다. 핫케이크 크기도 꽤 커서 쉴 새 없이 먹어도 30분 이상은 먹기만 할 수 있다. 브런치에서 이 정도의 배부름을 느낄 수 있으니 가성비도 좋다. 진짜 다들 가줬으면...!
한 입 먹고 너무 맛있어서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렸는데 친구가 디엠으로 초점을 잘못 잡았다고 하더라. 팬케이크가 아니라 나이프에 비친 무서운 내 모습이 더 잘 보인다고... 나는 사진 찍고 올리고 나서도 몰랐는데. 다들 제 모습이 더 잘 보이나요?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댓글로 알려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시드니에서의 세 번째 날 일정을 시작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