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을 쌓아요, 호주 박물관

칠월 팔일. 호주 박물관

by 최칠칠


박물관을 자주 가는 건 로컬 시민다운 행동일까? 그건 모르겠다. 동네 박물관을 자주 가는 걸 좋아하는 시민이 있을 수도 있고, 나처럼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동네만 다니는 걸 좋아하는 시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라와 나는 교양을 쌓는 로컬을 워너비로 선택했다. 생각해보니 둘 다 전시를 좋아하는데 학보사 때문에 자주 못 갔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건가?


아무튼, 그 교양을 쌓는 두 번째 박물관, 바로 호주 박물관이다.






호주 박물관은 1827년 개관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냐면 3층 규모에 꼭대기에는 레스토랑도 있을 정도다. 자연사 박물관과 레스토랑의 조합이라니, 상상력이 빈약한 나는 이런 조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호주에 와서 처음 알았다. 내가 가봤던 자연사 박물관에는 스낵바 정도가 먹는 것을 파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층별로 전시하는 종류가 달랐는데 G층에는 동물 박제를, 1층은 광물, 2층은 호주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 전시, 그리고 맨 위 층에 레스토랑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는 호주 박물관의 규모를 기대하며 우리는 하이드 공원 밑을 걸어 호주 박물관 앞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왜 앞이 아니라 앞으로 보이는 곳이라고 적었냐, 내가 상상한 규모치고 입구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 앞 입구를 막은 철조문조차도 말이다.


그 검은 철조문이라고 한다면 진동 모드 젯스타 비행기에서 늦은 시간에 내려 시드니에 도착했을 때 대체 여기는 뭐냐고, 무슨 유령의 집이냐며 지친 내가 아무렇게나 내뱉었던 그곳이었다. 그 유령의 집 입구가 대형 자연사 박물관 입구였다니. 참, 사람 일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아무튼 조막만한 철조문을 지나면 철조문 크기에 맞는 소박한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로 가는데 그날 시드니의 하늘이 필터 씌운 것처럼 청아해 홀린 듯 사진을 찍었다. 정말이지, 여행 내내 맑았던 하늘을 하루에 몇 번 봤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완벽한 날씨였다.






표를 구매한 우리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메인 홀이 보였다. 이곳을 중심으로 짐 보관소와 1층 전시관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이 짐 보관소 자리 찾기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우리가 넣자마자 바로 짐 보관 공간이 다 찼다는 알림이 뜬 것이다! 다행이라며 좋아했던 알라와 나는 후다닥 G층 전시관으로 넘어갔다.


1층 자체는 멜버른 박물관에서 받은 그 충격보다 덜했는데, 같은 동물 박제가 전시돼있었지만 멜버른 박물관은 아예 3층 높이의 벽 두 면을 박제로 전시했지만 호주 박물관은 각각의 동물을 따로따로 배치해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눈에 확 들어오는 웅장함이 없었다. 하지만 박제 말고 다른 종류의 웅장함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다음에 이야기 하겠다.



그렇지만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는데, 동물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호랑이나 기린, 얼룩말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했는데 정말 금방이라도 살아날 것 같았다. 어릴 적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는데, 마치 이곳도 어느 신비한 석판의 힘으로 밤에 동물들이 살아나 뛰어놀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졌을리 없을 것 같다.


동물을 잔뜩 구경하고 나서 우리가 천천히 바깥으로 향하자 호주 박물관만의 웅장함이 우리를 압도했다.


무엇이 우리를 압도했을까? 다음 이야기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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