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유 어게인, 시드니!

칠월 십오일.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by 최칠칠


시드니에서 보낸 선물 같은 크루즈 여행을 끝으로 알라와 나의 시드니 여행도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열심히 남은 짐을 싸는데 고작 후드티 2개 샀다고 벌써부터 캐리어가 잘 닫히지 않았다. 아니다, 스타X스 컵도 사고 오페라 하우스 컵도 샀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닫히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게다가 지난 밤에 아시안 마켓에서 즉석밥 묶음도 샀으니...


아무튼 시드니 리젠시 하얏트 호텔에 짐을 맡기고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오갔지만 제대로 본 적은 없었던 시드니 타운 홀로 향했다.


시드니 타운 홀로 말하자면 감히 장담하건대 갈 생각이 없어도 가게 되는 곳이다. 타운 홀. 무슨 뜻이겠는가? 시청사가 위치한 만큼 시드니의 상업과 금융의 중심부라는 뜻이다. 시청사는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빅토리아 양식으로 시드니에서 생산된 건축자재로만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운 홀은 평소에는 내부 관람이 불가능하지만 5달러 정도의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관람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으니, 시청사 홈페이지를 참고해 방문해봤으면 좋겠다.


웅장한 시청사 근처를 돌아보며 시드니의 거리에서 새삼 신기하다고 느꼈던 건 의외로 프렌차이즈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그렇게 넘쳐났던 프렌차이즈를 보지 못해서인지 눈이 편안하다고 느꼈다. 매번 같은 디자인과 메뉴를 보는 건 어쩌면 뭘 해도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이 있지만 지금은 여행을 온 것 아닌가. 몇 번은 맛없고 별로인 걸 먹어봐도 나쁘지 않다. 나중에는 그게 다 추억이 될 테니.






편안한 눈과 함께 두리번거리던 우리는 기왕 마지막인 만큼 한번 더 쇼핑센터를 둘러보기로 했다. 시청사 맞은편에 있는 곳을 들렸는데 한국에 있는 쇼핑센터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1층에는 화장품과 귀금속, 2층부터는 의류와 이런저런 인형, 여러 소품이 진열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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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볼 게 없나,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찰나에 4층에서 실제 크기의 아이언맨을 봤다! 한 켠에 마블과 DC의 캐릭터 피규어가 쭉 늘어서 있었는데 아무래도 가장 신기한 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언맨이었다. 워낙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중에서 최애 캐릭터를 뽑자면 아이언맨이라서 더 반가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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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같은 포즈로 사진도 찍어봤다. 닮... 닮았나?


신나게 아이언맨도 보고 좀 더 돌아다니고픈 마음이 들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번에는 또 거대한 곰돌이를 발견했다. 어찌나 큰지 곰돌이한테 쏙 안기면 안긴다는 느낌보다는 잡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큰 건 또 언제 보겠는가!


어떻게든 곰돌이와 같이 찍은 사진을 남기고 싶었는데 뭘 해도 포즈가 영 시원치 않아 골머리를 앓다가 문득 안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커다란 인형한테 안기라는 법만은 없으니까! 내 몸집이 너무 작아서 곰돌이도 못 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한 품에 안기는 정도였다. 국제 택배비가 비싸지만 않다면 꼭 가져가고 싶었던 곰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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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곰돌이 옆에 스파이더맨 판넬도 있어서 구멍 사이로 얼굴을 쏙 내밀기도 했다. 스파이더맨도 실제 크기의 피규어로 봤으면 했지만 그건 저번에 봤던 영화로 달래기로 했다. 실제 크기 아이언맨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명색이 쇼핑센터 둘러보기지만 이미 캐리어 짐도 다 싸놓은 마당에 짐을 더 늘릴 수는 없었던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짐을 받아서 다시 하이드 공원 뮤지엄 역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알라와 내가 시간을 보냈던 팝업 아이스링크장은 영업 중이었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분으로 시드니를 등지니 그만큼 아쉬울 수가 없었다.


멜버른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다음에 도착할 도시가 기대되면서도 떠나는 지금 이 도시를 언제 와보나, 하는 그 막연함이 자꾸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려는 마음을 먹으면 내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찾으러 들지 않는가? 그럴수록 내가 다녀와 본 곳에 남은 아쉬움이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 옅어지는 아쉬움을 계속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내 기억력은 너무 나쁘고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나라는 많으니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렇게 캐리어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다음 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내 마음을 가득 채워갔다. 멜버른과 시드니를 이어 알라와 내가 갈 도시는 브리즈번이었다. 시드니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이 도시는 골드코스트와도 가까워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호주까지 왔는데 바다를 보고 싶었던 알라와 나는 도시 두 곳을 갔으니 이런 휴양 도시도 다녀오자며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8일을 우리 여행의 끝으로 장식했다.


시드니로 이동할 때와 마찬가지로 덜덜 떨리는 젯스타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그렇게 시드니의 야경을 뒤로하며 우리의 시드니 여행은 이것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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