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십사일. 시드니 하버 관광 크루즈
시드니에서 고대했던 두 번째 이벤트라고 한다면 그건 단연코 ‘하버 관광 크루즈’다!
관광 크루즈에서는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달링 하버와 시드니의 도심 속 명소를 관광할 수 있다. 내 평생 크루즈를 탈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크루즈를 호주에서 타 본다니, 어제 방문했던 오페라 하우스를 물 위에서 또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침부터 설레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크루즈 여행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크루즈를 결제해놓고 못 탈 뻔했다! 오페라 하우스처럼 우리가 미리 프린트해둔 표만 내밀면 바로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표만 내면 바로 탈 줄 알았던 우리는 느긋하게 도착했다가 크루즈 선착장에서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가 뛰어가려던 곳에서 두 번이나 마주친 우리와 같은 커플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우리가 표 교환소인 줄 알고 뛰어가는 곳에서 아닌 얼굴로 뛰어나오고, 우리가 그럼 표 구매처에서 어디에서 그 표를 교환할 수 있을지 물어보자는 심산으로 달려가는 곳에서 호다닥 나오는... 마치 우리가 그들을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묘한 우연은 두 번을 거쳐 세 번이 되며 인연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크루즈 표를 교환해서 크루즈 탑승줄에 선 순간, 그 두 여성분들이 우리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두 분은 직장인으로 보였고, 일본인이었다. 선착장에서 뛰어다니며 두 번 마주칠 동안 아이컨택도 두 번 해서 이미 얼굴을 외운 상태라 그분들도 우리와 같이 이 크루즈선 표를 교환하기 위해 뛰어다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때는 이야, 우연도 이런 우연이 세 번이나 겹치네...! 했는데 우리들이 바로 옆자리에 배정받은 것이다!
알라와 나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때 기댈 게 내 짧은 일본어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울 뿐이었다. 한때 애니메이션에 빠져 살았던 나는 그 밈의 당사자였다.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를 배운 사람은 ‘너를 지옥의 구렁텅이에 처박아주마!’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이거 하나에 얼마인가요?’ 같은 말은 못 한다는 그 밈 말이다. 내가 완전 그 짝이었다. 나는 소년계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서 ‘저 녀석의 스피드, 장난 아니야!’ 같은 구경꾼 1 같은 말은 할 수 있었지만 ‘세 번이나 봐서 정말 반갑습니다!’ 같은 말은 버벅거리면서 그 의미만 겨우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우왕좌왕할 때 그 멋진 분들이 우리에게 영어로 같이 테이블을 합치자고 제안해줬고, 우리는 활짝 웃는 얼굴로 기쁘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종업원에게 부탁드려 테이블을 합친 우리는 아까 서로 뛰어다니며 크루즈 승선권 교환을 성공한 것을 서로 축하했고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 우리와 인연을 맺은 두 분은 일본인 직장인이 맞았고, 호주에 있는 친구를 보러 시드니에만 2주를 머무르는 일정을 잡은 분들이었다. 나는 일본어를 할 줄 알고, 두 분 중 한 분이 영어를 할 줄 알아 우리는 일본어와 영어를 번갈아 가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쩌다 맥이 끊길 때가 있었는데, 그때 타이밍 좋게 크루즈에 포함된 저녁 식사가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디저트로 구성된 식사는 메인 요리 구성에 따라서 가격이 10달러 정도 차이가 났다. 메인 요리 종류는 총 3개로, 스테이크, 새우구이, 그리고 스테이크와 새우가 모두 나오는 종류였다. 나와 알라는 스테이크와 새우가 모두 나오는 걸로 골랐다. 우리의 새로운 인연 분들은 스테이크만 나오는 거로 골랐다.
저녁을 먹는 사이에 크루즈는 부지런히 움직여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를 한 바퀴 돌고 있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크루즈 오른편이라 뒤로 자세를 돌리면 오페라 하우스가 정말 잘 보였다!
저녁을 다 먹고 나면 자유롭게 일어나 움직일 수 있어서 그새 친해진 우리 넷은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얼른 갑판으로 나가 사진을 찍자고 크루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때라서 쉴 새 없이 풍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오래 가지 않고서 호주가 겨울이라는 걸 실감하듯이 해는 빠르게 져 오페라 하우스에 화려한 불빛이 켜진 시간이 됐다.
화려한 불이 켜진 오페라 하우스와 잔뜩 신이 나서 하이한 기분으로 손잡고 사진을 찍어보려 했던 넷의 추억이다. 어떻게 그런 멋진 인연이 세 번이나 겹쳐질 수 있었던 건지...!
어느새 관광이 모두 끝나 크루즈에서 내린 우리 넷이 함께 서로의 숙소로 걸어가며 나눈 대화였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와 친구들이 묵었던 숙소가 비슷해서 알라와 나는 괜찮다면 우리가 발견한 아시안 마켓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오랜만에 아시안 마켓에 방문할 수 있었다.
시드니 다음 도시인 브리즈번에서 먹을 것들을 대충 사둔 우리는 같이 아시안 마켓을 나갔고 다음번에는 오사카나 도쿄, 부산 중 한 곳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인스타 아이디도 교환하고 즐겁게 헤어졌다. 그날 혼자 열심히 찍은 사진을 게시글로도, 스토리로도 태그하며 이어나가는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행지에서 세 번의 우연이 만나 만들어진 멋진 친구들과 함께한 크루즈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