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표정이 매력적이십니다.
철학의 길 끝에 다다르면 다다미방에서 운치 있는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가 하나 있다. 요지야 카페 은각사 점이다. 요지야 카페도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은각사 지점 외에도 교토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은각사 점의 특별한 점은 바로 일본식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다이 오멘처럼 웨이팅이 있는 요지야 카페지만 줄을 서진 않고 대기실과 그 밖에 있는 작은 정원에서 기다릴 수 있다. 정원에서 기다리다 보면 쉽게 자리가 나질 않는데, 내가 오후 1시에 방문해서 그런 탓이라고 생각한다. 은각사에 방문하고 점심을 먹고 철학의 길을 걷다 보면 딱 커피 한 잔이 필요한 시간이 된다. 그 타이밍을 맞추는 위치에 있는 요지야 카페다.
대기하는 손님을 이름으로 불러주는데, 나의 별명 중 하나가 곰인형이라서 그 앞에 있는 곰을 따 직원에게 ‘쿠마’라고 닉네임을 알려드렸다. 내 이름을 부를 때 “쿠마상~” 하고 불러주셨는데 그게 의외로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어로 불렸으면 못 들은 척했을 법도 했을 텐데 말이다.
이 요지야 카페 은각사 점의 특별한 점이라면, 이미 밝혀뒀듯이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정원을 보기 위해 모든 손님이 정원을 향해 앉게 되어있다! 서로 겹치지 않고 지그재그로 있는 테이블은 누구나 정원을 온전한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한참이나 정원을 구경할 수 있어 준비한 메뉴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웨이팅이 있으면 대기실에 있을 때 직원이 와 나에게 메뉴판을 주고 다시 와 주문을 미리 받아둔다. 나다이 오멘과 똑같은 방식이다. 요지야 카페에서 요지야 세트가 유명하다지만 나는 뭐가 유명한지 알아보고 오지도 않았고, 알았다 해도 내가 끌리는 걸 먹을 계획이어서 요지야 세트를 고르지 않았다. 난 말차 라떼와 도라에몽의 팥빵, 도라야끼를 골랐다!
기다리는 동안 찍어본 요지야 카페 정원의 풍경이다. 그리고 물 컵과 손수건이 메뉴가 준비되기 전에 나왔다. 정원을 보다 보면 몇몇이 정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단순히 조경을 위한 정원이 아니었다. 다음에 좀 덜 빡빡한 일정을 짜고 정원 안도 구경해보고 싶다.
요모조모 정원을 구경하던 중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요지야의 시그니처가 그려진 말차 라떼와 달콤한 팥 주위를 달지 않은 생크림과 딸기로 두르고 그 위에 슈가 파우더를 뿌린 도라야끼다.
이 말차 라떼 위에 그려진 시크한 표정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한참이나 요 라떼 위에 만들어진 표정을 보다 숟가락으로 표정을 흩트리기 아까운 마음이 들어 차라리 먼저 도라야끼를 먹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도라야끼를 먹다 목이 막혀 라떼를 먹어본 맛의 후기는 그 녹차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확 감싼다. 나는 녹차가 가진 그 씁쓰름한 맛이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위를 보면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녹차의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다른 음료를 주문하기를 추천한다. 쓴맛을 좋아한다면 정원의 모습을 보며 마시는 녹차의 맛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도라야끼!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생크림이나 싱싱하게 빨간빛이 도는 딸기 모두 맛있었지만 역시 그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건 팥이었다. 세상에 그렇게 부드러우면서도 솔솔 가루처럼 넘어가는 달달한 팥이 또 있을까? 팥 알갱이가 군데군데 있었지만 그게 기분 나쁘다거나 너무 많다거나 적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적당한 알갱이 크기와 개수, 팥에서 느껴진다고 믿을 수 없는 달콤함. 부디 그 팥을 생크림과 딸기, 폭신한 빵과 함께 드셔 보시길 추천한다. 여긴 도라야끼를 주메뉴로 팔아도 성공할 맛집이다!
요지야 카페에서 느긋하게 도라야끼와 라떼를 마시며 든 아쉬움은 ‘나다이 오멘에서 조금 먹고 나올걸!’이었다. 거기서 조금 덜 먹거나 주문했던 메뉴보다 더 적은 양을 시켰다면 디저트 하나를 더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에 요지야 카페를 계속 기억할 수 있고 또 가고픈 마음이 생기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