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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20. 2021

나의 첫 블루보틀 입문기 in 교토

왜 이곳의 라떼가 특별한지 궁금해지는 맛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집콕 중인 내 모습과 여행 중인 내 모습의 공통점을 하나 찾아냈다. 바로 마시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다. 집에서도 녹차 티백이나 옥수수수염 차 티백으로 텀블러 한 잔을 채워 마시고 이름 모를 찻잎으로 차를 우려내 또 텀블러 한 잔을 마시고, 생수도 마시고 밀크티도 원액을 우유에 타 마신다. 2주 동안 자신을 관찰하며 지켜본 결과 하루에 4잔은 기본으로 마시더라.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레몬에이드 한 잔과 밀크티 한 잔을 마시고 또 얼그레이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다.


    일본 여행기를 쓰면서 3일간 다녔던 여행지를 곰곰이 되짚어 보는데 이런 데자뷰가 느껴졌다. 의외로 먹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먹는 것보다는 마시는 걸 더 좋아하고 있었다. 나다이 오멘에서도 차가운 차를 서너 잔 마시고 요지야 카페에서도 냉수와 녹차 라떼를 마시고 또 길을 걸어 커피를 마시러 간다. 목적지는 블루보틀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스타벅스에서 라떼 한 잔이 5천 원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뭐가 그렇게 비싸?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편의점 도시락 4천 원도 비쌌을 때니 커피 한 잔이 도시락보다 비싼 게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보니 그게 평균 가격이었다. 오히려 밀크티 한 잔이 6천 원이면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게 커피를 계속 사 마셨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더 그랬는데, 2학년까지는 학보사를 해야 해서 밤을 새울 일이 많아져서도 그 이유다. 학보사에 들어가서 밤을 새운 셈이지만 내가 기사 마무리를 빨리 못해서 밤을 새운 탓이 더 크다. 학보사 말고도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는데 그때마다 같은 브랜드에서 커피를 사 마시곤 했다. 그렇지만 그런 커피도 한, 두 잔이지. 계속 똑같은 프랜차이즈의 커피만 마시더니 결국 질렸다.





    그러던 중에 일본에서 처음 발견한 블루보틀은 나의 새로운 꽂힘이 되기 충분했다. 요지야 커피에서 나와 더 밑에 있는 게아게 인클라인으로 가는 중이었다. 가정집이 늘어져 있는 거리를 지나 30여 분 정도 걸으면 게아게 인클라인으로 갈 수 있는 조그마한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기 전에 왼편을 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줄을 서려는 듯 보였다. 바깥쪽에 위치한 건물이 아니라서 왜 다들 그렇게 줄을 서 있나, 궁금해져 그곳으로 향했다. 다가가니 파란 보틀이 그려진 나무 안내판이 보였다. 이게 뭔가, 싶어 나도 냉큼 줄을 섰다.


    사실 그때는 그 줄이 블루보틀을 사려는 줄이고, 블루보틀이 뭘 파는지, 그곳의 어떤 점이 특별한지를 몰랐다. 빠르게 인터넷 서핑을 해서 이곳이 라떼가 맛있다는 정도만 겨우 알아낸 정도다. 내가 교토에서 블루보틀을 처음 봤던 때는 지금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블루보틀 지점도 생기기 전이라 나에게 블루보틀은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였다.



    게다가 이때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대략 20분 정도 기다려서 라떼 한 잔을 사 마셨는데, 간단한 메뉴판과 화이트, 우드 톤이 조합된 깔끔한 인테리어, 그리고 패드로 주문을 받는 모습이 아직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기다리는 동안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바깥에는 작고 하얀 조약돌로 바닥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하얀 의자가 놓여있었는데, 그루터기 같은 생김새라 오래 앉는 의자는 아닌듯싶었다. 외부에서 마시는 사람은 대부분 서서 마시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사람 구경도 하고 파란 보틀 모양의 로고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왔다. 라떼 한 잔을 주문했고 테이크 아웃해 게아게 인클라인을 걸으며 마실 계획이었다. 요지야 카페에서처럼 불릴 이름을 쿠마로 부탁했다. 교토에서 내 이름은 거의 쿠마였다.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보다 더 개방적인 블루보틀은 원두를 채우거나 샷을 내리는 것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라떼를 시키는 손님들이 많아 서너 명의 바리스타는 모두 우유 팩을 뜯고 넣고 있었다. 그때 이 바리스타가 다른 곳보다 우유를 더 많이 넣는다는 걸 알았다. 그때는 그냥 더 많이 넣는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그래도 지금 보면 볼 때마다 놀란다. 어떻게 저렇게 우유를 많이 넣어도 느끼하지 않고 커피 맛이 날 수 있을까?



    한참이나 바리스타가 우유를 넣는 걸 구경하다 보니 내가 시킨 라떼가 만들어져 있었다. 조금 작은 듯한 컵 사이즈에 담긴 라떼를 한 입 마신 그때의 소감은 ‘스타벅스보다 맛있다!’였다. 2년이 넘게 스타벅스만 마시던 때라 스타벅스가 아닌 곳에서 마신 라떼가 너무 귀했다. 게다가 우유를 많이 넣고 커피를 적게 넣은 걸 눈으로 확인하고 마셔서 더 그렇게 느낀 것도 있다. 나중에 미국에 여행 가서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을 동시에 마신 뒤에야 이곳이 우유를 더 많이 넣어 부드러워 맛있게 느껴졌다고 알았지만 말이다.


    다 마시기 아까운 블루보틀 라떼 한 잔과 함께 벚꽃이 가득한 기찻길, 게아게 인클라인에 곧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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