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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22. 2021

벚꽃 가득한 기찻길,
게아게 인클라인

폐철길에서 만나볼 수 있는 로망스

이번 교토 여행의 알파이자 오메가를 고르라면
게아게 인클라인을 망설임 끝에 고르고 싶다.


    이곳 근처에는 게아게 역이 있다. 막상 그곳에 갔을 때는 근처에 역을 보질 못했는데, 내 좁은 시야 탓이 아니었을까. 인클라인은 비탈진 곳에 레일을 깔고 동력으로 짐이나 배를 올리거나 내리는 장치라고 한다. 게아게 인클라인을 걷다 보면 어느 커다란 고철 덩어리가 전시돼있던데, 아마 그게 인클라인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간다면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해보고 싶다.


    게아게 인클라인은 운행하지 않는 폐철길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 철길 옆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 나무가 만들어내는 장관이 명물로 유명하다. 정말이지, 사람이 엄청 많다. 많은 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은 정말 많았다. 게다가 내가 방문한 시간대가 해가 느즈막하게 지는 오후 5-6시라서 더욱 붐볐다. 그렇지만 오히려 저녁 식사 시간대이기 때문에 빠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블루보틀에서 산 라떼 한 잔을 들고 셀카봉을 꺼내 핸드폰을 장착했다. 이 폐철길은 긴 듯 짧은 듯한 애매한 길이인데, 객관적으로 보면 짧은 것 같은데 느낌상으로 길다. 사람이 많을 때도 천천히 걸어 10분이면 철길을 한 번 쭉 둘러볼 수 있다. 그럼 짧은 게 맞는데, 사람이 많아서 빨리 걸을 수가 없다 보니 은근 길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시야에 가득 차는 벚꽃을 보다 보면 그 길이가 무슨 상관이냐, 싶다.



    그 정도로 사람이 많을 만한, 벚꽃 명소다! 철길을 따라 걷는데 그 옆으로 벚꽃이 만개한 풍경이란. 정말이지, 어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나 설정할 법한 풍경이다. 그것도 설정하면 너무 클리셰 아니냐고 누군가를 불평을 터뜨릴만한. 하지만 클리셰란 현실에서는 오히려 판타지적 요소이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좋아해 클리셰가 된 것 아닐까. 폐철길 양옆으로 누가 벚꽃 나무만을 가득 심을 생각을 하냔 말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벚꽃을 보고 철길을 걷다 보니 한 번 쭉 철길을 걸었다. 아무리 단화를 신고 돌아다녔다고 해도 단화도 구두다. 발이 아파 반쯤 마신 블루보틀과 함께 근처에 주저앉았다. 이 길의 끝으로 가면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곳이 약간 경사가 있어 조금 위쪽에서 사람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수많은 벚꽃 꽃다발 아래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즐거운 미소를 보는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참 꿈만 같다.




    멍하니 쉬다가 생각해보니 다음 목적지에 빠듯하게 도착할 것 같아 다시 일어나 게아게 인클라인 밑으로 걸었다. 걷다 보니 이런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독사진을 찍어 보고 싶었다.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일본어가 쓸 만 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모르는 걸 물어볼 수 있는 정도의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어디 여행을 가도 자신감이 샘솟을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친절한 모녀에게 부탁해 독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노을이 지는 때라 사람들이 슬슬 돌아가는 시간대라 그나마 사람이 적은 모습이다.


“하나, 둘, 셋하면 찍을게요!”



    철길. 벚꽃. 그리고 홀로 여행 온 모델.


    완벽한 삼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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