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칠칠 Jan 23. 2021

청수사 방문 대신에 얻은
여행지에서의 호의

다음에 방문하면 더 좋은 기분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곳



    게아게 인클라인에서 벚꽃을 만끽하고 하늘을 보니 푸르렀던 색은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그제야 나의 두 번째 메인이벤트가 뇌리에 스쳤다.


청수사!


    교토를 대표하는 불교 사원이며 ‘청수사의 무대에서 뛰어내린다.’라는 관용구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곳이 가진 뷰 포인트가 특히 아름다워 야간에는 레이저 쇼도 진행이 된다고 한다.


    바로 그곳에 가려고 했는데! 주중에는 마감 시간이 6시였고, 내 머릿속에 청수사가 떠오른 시간은 이미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희망의 끝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입장만이라도 여섯 시 전에 끝내자는 생각에 환승 없이 청수사로 향할 수 있는 정류장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조금씩 욱신거리는 다리와 이미 뒤꿈치는 까진 상태, 거기다가 온종일 걸은 탓에 더 아프게 느껴지는 단화까지. 도대체 누가 하루 종일 단화 신을 생각을 했는지, 그날 저녁에 아주 그냥 혼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류장에는 5시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나처럼 청수사에 문 닫고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정류장에 줄이 정말 길었다. 게다가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심산인지, 오는 버스마다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전염병이 창궐한 지금 보면 저 정도로 사람을 태우면 벌금을 물릴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한 대는 어쩔 수 없이 떠나보냈는데, 두 번째 버스가 왔고 그 좁은 틈을 어느 커플이 비집고 들어간 걸 본 뒤로는 다음 버스 역시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이미 6시가 다 되는 시간이라 청수사에는 갈 수 없었지만 그 근처에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차라리 그곳에 가자는 계획을 세우고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세 번째 버스 역시 사람으로 가득 찬 상태. 앞문과 뒷문을 열심히 오가며 도대체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모를 지경이던 때에 나는 앞문 유리에 기대서 기사님께 열심히 검지 손가락 하나로 제스처를 하며,


나는 혼자다! 혼자라서 탈 수 있다!


라고 열심히 어필했다. 그 애처로운 어필이 닿은 것인지, 앞문이 열렸고 냉큼 그 버스에 비집고 탈 수 있었다!

기사님께 연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감사 인사를 하던 중에 내 옆에 있던 어느 서양인 부부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며 안녕, 이라고 인사했다.


    역시 여행 중에는 다들 친절해지는 마법에 걸리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며 나 역시 헥헥대는 모습을 초면에 보여 머쓱한 마음을 담아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그때 그 부부 중에 여성분이 호쾌한 말투로,


“그거 알아요? 당신 내가 이 기사님에게 부탁해서 탈 수 있었어요. 내가 한 명 더 태우자고 말했거든요!”


    유쾌하게 말하는 그 문장과 거기에 담긴 호의에 아까 지은 웃음보다 더 밝은 미소가 자연스럽게 표정에 그려졌다! 당신 호의 덕분에 버스에 탈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하며 15분 정도 짧게 버스에 같이 타고 있을 시간 동안 스몰 토크를 이어나갔다.


    15분 뒤, 부부와 기사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내가 도착한 곳은 니넨자카였다. 오늘 비록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방문하지 못할 청수사로 향하는 돌담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벚꽃 가득한 기찻길, 게아게 인클라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