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대의 마지막, 제주도 한 달 살기

제주도 한달살이의 매일을 기록합니다.

by 취미수집가



옛날 이탈리아에 가난한 남자가 살았는데, 교회 성자상 앞에서 매일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제발 복권에 당첨시켜 주소서"

성자상이 참다못해 사람으로 나타나 고함쳤다.

"인간아, 제발 제발 제발 복권이나 사고 빌어라"


난 준비 완료.

비행기표 세장이 복권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中>



29살. 7년 6개월.

20대의 끝, 인생에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낯선 숫자와 함께 3번째 퇴사를 했다. 퇴사 이후의 두려움, 걱정으로 결정을 미루다가 고민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써먹은 방법.

'일단, 생각하지 말고 움직이는 것'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이 무모한 방법은, 나를 즉흥적인 사람으로, 계획 없는 사람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무모한 방법 덕분에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꾸역꾸역 다니던 회사를 벗어나게 되었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정의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이 비행기표가 나의 복권이었다.


한번 무모해지니 그다음은 쉬웠다.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계획한 것이 틀어지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기에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때그때 찾아서 가는 무계획 여행을 하기로 했다. 면허는 장롱으로 들어간 지 10년째이고, 일주일에 나흘을 집에 있는 집순이인 내가 연수를 받는 다 한들 운전을 얼마나 할까 싶어, 과감히 렌트를 하지 않고 뚜벅이행을 택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보다 한 동네에서 여러 날을 머물며 제주를 경험하고 싶어 각기 다른 동네의 3곳을 정하고 그중 2곳의 숙소만을 예약하였다. 이런 나를 보며 친구는 말했다.


"와... 정말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어. 숙소를 정하지 않고 여행을 간다? 실행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대책없이 떠나도 되는 것인지...어떻게든 되겠지!

최소한의 것만 정한 채 떠나는 무계획 여행. 그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