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제주도에 살아버려?
눈이 왔다. 원래도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순이인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에 머무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게다가 전기장판과 귤의 조합,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갈 이유 없는 완벽함까지 갖추었으니 나의 행복은 이전 기장판 위에 있는 것이다. 대신 건조함에 피부가 쩍쩍 갈라지고 있다.
전기장판에 누워 엄마와 통화를 했다.
"나 숙소 계약 끝나는 목요일부터 집에 갈 거야. 제주도도 코로나 2단계라서 이제 갈 곳도 없어."
"더 놀다 와도 되는데, 왜 벌써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엄마는 여전히 내가 청주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인 입장이다. 이유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첫째는 집에 와도 할 것 없이 뒹굴거리고 있을 30대 장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속 터질 이유라는 것.
둘째는 뭐라도 해서 경험을 쌓고 오길 바라는 마음. 아니면 진짜 더 놀기를 바라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이제 놀만큼 논 것 같고, 집에 가고 싶은데 자꾸 오지 말라는 엄마의 말이 야속했다.
"집에 와서 하루 종일 있다가 이틀, 삼일 있다가 '그냥 제주도에 있을걸~' 후회할 것 같으면 그냥 거기에 있어."
이것은 누구를 위해 하는 말인가. 내가 집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걸까? 정말 나를 위해 하는 말일까? 그런데 왜 서운하고 화가 날까? 갑자기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럼... 여기서 집을 알아볼까?"
"...... 그러던지."
세상에, 보증금을 주겠다고 제주도에 있으라니. 이 여자 진짜 진심인가 보다. 홧김에 한 말이 이렇게 씨가 되나? 내 인생에서 제주도에 살기란 30~40년 후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즌1 우당탕탕 제주도 한 달 살기 끝나고 시즌2 우당탕탕 제주도민이 시작되는 걸까?
나 진짜 섬사람 되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된 거, 직장을 여기서 구해볼까?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엘리스그림호텔에서 엄마와 전화, 뒹굴거리고, 포트폴리오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