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글을 간만에 보다가 느낀 소회
"사나운 대륙의 군대들은 모두 선양에서 발전했다. 당나라 군대, 원나라 군대, 청나라 군대와 6.25때 항미원조전쟁에 돌입한 모택동 군대의 주력이 모두 선양에서 발진해서 단동에서 강을 건넜고 의주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왔다. 외국 군대가 물러나면 사대의 긴 대열이 그 길을 따라서 선양으로 갔다."
- 김훈 <라면을 끓이며> 중
심양(沈阳, 선양)은 항구도시입니다. 요녕(辽宁, 랴오닝)성의 성도이기도 합니다. 누르하치가 청나라를 건국할 때 거주했던 궁궐도 있는 도시입니다. STX가 조선소를 세웠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정학적 요건으로 인해 한국과는 관계가 없을 수가 없고, 북한과도 관계가 있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김훈 아저씨의 글에서 볼 수 있듯 대륙발 한반도 쇼크의 시작점이기도 했습니다.
고구려와 고조선의 영토가 이 곳을 포함 했을 것이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만, 이런 이야기는 민감할 수 밖에 없으니 중국 친구들에게 따로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김훈 아저씨의 글에서 마지막 문장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외국 군대가 물러나면 사대의 긴 대열이 그 길을 따라서 선양으로 갔다."
마르크스는 역사가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한 번은 희극이고, 한 번은 비극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와 어떤 관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을까요, 저 문장은 우리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을껍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이래저래 중국에서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어학 연수도 하며 "희극"의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희극의 시점에서 중국을 바라보면, 아편전쟁부터 시작된 서강의 침략과 국격의 하락을 최근 회복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탈냉전이후 미국의 단극체제를 제3세계 위주의 접근으로 바꿔버리더니, 어느새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비극도 끝난 것 같고, 역시 희극의 역사를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뭐, 나라가 힘들때는 황비홍, 진진 같은 개인 영웅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영웅 만들기는 이 나라 종특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텐센트, 알리바바 등은 어찌보면 또 다른 니즈에 따른 만들어진 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이 희극의 역사를 달릴 때, 그들의 국세가 강성할 때 항상 침략했던 곳은 한반도 였습니다. 당태종이 그랬고, 홍타이지가 그랬고, 이여송도 그랬다 치고, 한족이 그랬고, 여진족이 그랬고, 암튼 다 그랬습니다. 그리고 패배하면 사대의 길로 조공을 바쳐야만 했습니다. 과연 현대 국가에서도 그럴까. 아마 그럴껍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 있기도 하고.
하버드의 조셉 나이 교수가 이야기했던 hard power의 시대가 갔고, soft power가 무기가 되었기에 그 연성권력으로 승부가 날껍니다. 연성권력은 콘텐츠 뿐만 아니라 자금도 포함이 됩니다. 중국발 한반도 자본 침략은 이제 별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우리는 놀라고만 있지 대처는 하지 않고 있는 듯 하구요.
난세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나라를 팔아먹습니다. 이완용이 그랬죠. 그 똑똑한 사람들, 뭐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내외적으로 중국이 강성해지면 우리한테는 좋은일도 생기지만 안 좋은 일이 더 생깁니다. 그래도 이 나라를 버리고 갈 수는 없죠, 어느새 슬며시 대한민국 교역 1위 국가가 되었으니. (요우커들은 우리나라를 오면서 처음엔 아 여기가 한국이구나 하다가, 조금만 지나면 원래 여기 우리땅이잖아란 생각을 할 지도 모릅니다)
다시 역사로 돌아와 보면, 우리는 임금이 중국에게 조아렸던 역사도 있지만 살수에서, 안시성에서, 대륙을 몰아냈던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대기업들이 족족 터져나가는 이 땅에서 스타트업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과 비지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강감찬이 되고, 양만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되려고 할껍니다. 수비수인 강감찬과 양만춘이 나오다 보면, 어느새 공격수인 광개토대왕과 장보고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노신은 <고향>에서 처음부터 길은 없지만,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길이 된다고 했습니다. 진짜로 중국에서 대성공을 한 한국 스타트업이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잽을 날리다 보면 어느 순간 어퍼컷도 날리고 KO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길을 만드시는 여러 한국분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과 같은 길을 가지는 않지만 함께 여러 길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도 좋고, 빨리 가도 좋습니다. 다만 항상 국뽕을 좀 맞고 다닐라고 합니다. 한국인이라 역시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요새 여기서 사업하다가 눈 앞의 이익때문에 한국을 격하시키는 분들을 몇몇 보았습니다. 그렇게 말고, 정말 한국과 중국이 동시에 존중되는 그런 사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암튼 토요일이다!! 침대에 엎드려서 이 글 썼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