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할꺼야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는 관우, 그 관우를 숭배한다는 중국인

by 유비관우자앙비

* 2013년 8월의 이야기입니다.


중국에 오기 전, 내 첫 직장이었던 곳은 미생의 배경이 되어 덩달아 유명해진 대우 인터내셔널이었다. 장백기네 팀인 철강팀에 있으면서 여기저기 출장을 다녔더랬다. 출장 중 가장 힘들었던 곳은 시차가 엄청난 남미도, 적도 근처의 중동도 아니었다. 바로 중국이었다. 신기하게 생긴 한국인이 와서 깐죽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인지, 중국 출장만 가면 백주로 내 식도의 위치를 파악시켜 주었고, 지방간이 통통히 오른 간에 소주는 술도 아니라며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려주었었다.


첫 술자리, 그것도 일대일 대작, 인당 주류 소비량 일위인 한국에서 온 내가 너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술잔을 집어 들었다. 인터벌 이분 정도의 맥주 원샷이 이뤄지고 약 삼십분이 지나자 둘 모두 더운 여름의 아스팔트보다 더 뜨거워진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을 때, 초면의 그 녀석은 자신을 더 깊게 봐달라는 듯이 나를 지긋히 바라보며 우리가 만나서 마신 커피와 양꼬치를 재확인했다.


심지어 성룡의 후예답게 비틀거리는 취권이 절묘하였으며 외국인 기숙사도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서 4인 1실의 중국인 기숙사까지 이 녀석을 들쳐메고 떨구어 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맥주로 섭취한 수분을 땀으로 뿜어내고 나서야 상황종료. 2년이 지난 지금 느끼는 거지만, 중국 친구들은 생각보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왠만한 상황이 아니고선 술로 대결 하지도 않는다. 随意라는 말로 오히려 마실만큼만 마시라는 문화도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술을 잘 마시는 것은 그리 차밍 포인트도 아니다.


삼국지 동탁토벌전에서 관우는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을 베고 온다. 그리고 그 관우는 여러 지방에서 신격화되어 있다. 단, 관우의 주량 만큼은 이 친구들이 숭배하지 않는 것 같다. 관운장의 후예들은 그의 정의 정신을 높히 산다. 술로 정의를 그릴 수 없듯, 한국인의 지방간으로 중국 친구들과 진정한 친구를 맺을 수도 없었다. 우리가 원샷을 강권하며 어깨춤을 출때, 중국인들은(주로 노인들)공원에서 단체로 어깨춤을 춘다. 한 여름 밤의 꿈같이 지나간 토쟁이와의 인연도 이제 삼년이 되어간다. 더 이상 이 친구와 술을 마시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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