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예전의 그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지금은 다들 그렇지만 힘든 시기이다. 코로나 19는 사회 다방면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좁게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우리 부모님께 드릴 마스크를 구하느라, 출근길마다 약국 앞에 길게 줄 서있는 마스크 구매 인파를 볼 때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의 흰머리가 늘어날 때마다 시국이 보통 시국이 아님을 체감하곤 한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난리다. 누구에게 코로나는 태업에 대한 핑계가 될 수도 있지만, 2020년의 지표는 1분기부터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현금이) 준비된 업체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펀딩 역시 마찬가지다. 역시, 난리다. 기업의 성장에 있어 적자 성장은 당연시 되어 왔다. 데스밸리라고 하는 용어는 어느 순간 당연히 지나야 할 관문이라 여겨져 왔다. 여기에 여러 모험자본(벤처캐피털)이 초기 투자를 단행했고, 성과가 나기도, 나지 않기도 했다. 창업자는 당연히 초반에 갖추어진 자본금 이후에는 이러한 기관과 딜을 성사시켜 나가며 하키커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마일스톤에 넣었고, 현실도 그러했다. 포텐셜에 투자했고, 포텐셜로 투자 받았다.
이러한 문법은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 전략의 최종 목표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바로 기업 가치 평가이다. Valuation은 여러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초기 기업의 가치는 논리로 만들어지는 측면이 강했다. 시장과 기회와 팀으로 만든 포텐셜에 어떤 아이템으로 가치를 만들어 낼 지에 대한 주장과 그 주장을 인정 (buying) 해주는 기관과 합당한 가치에 신주와 구주를 조합했다. 어떤 신주에는 리픽싱이, 이자가 걸리기도 했지만, 여하튼 투자는 시원시원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이 가치에 대하여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우버와 위워크가 만들어낸 나비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익을 내지 않는 기업에 대하여 그렇게 높은 평가를 해줄 필요가 있는가? 기업 공개를 통해 대중이 사고 팔 수 있는 공공재가 된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담했다.
[ 그렇다면 그 가치를 누가 만들어 놓은건가? 전 round가치가 XX였기 때문에 이 보다 낮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전 round에 투자한 사람들은 누구야? VC인데요? 그럼 그 아이들이 aka 밸류에이션 버블을 만들어 냈다는거야? ]
의식은 이렇게 흐르고 이제 VC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거기에 코로나가 갑자기 나온 것이다. 언택트 서비스는 각광받고 있지만, 기타 영역의 서비스의 단기적 앞날이 매우 어두워진 이 시점, 높아져만가던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매우 좋은 핑계거리가 등장했다.
이제 투자를 유치하려는 입장에서는 밸류에 대한 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 당장 펀딩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down round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Deal이 진행 중이라면 빨리 종료시키고, 펀딩을 계획 중이라면 조금은 더 기다렸다가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혹자는 내년은 더 추울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현상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기 때문에, 현상에 대한 결과가 나올 하반기에는 조금은 더 합리적인 투자 관행이 새로 정착될 것이라 본다.
지금은 패닉바이, 패닉셀의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그러하고, 원유선물도 그러했다. 스타트업 펀딩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낮추어질 시기이다. 전통적 영역의 투자자들은 연말에 밸류가 최저점을 찍을 때를 투자의 시점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자본의 선순환이 벤처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지만, 코로나가 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펀딩을 준비하고 있는,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님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 정말 힘든 시점이다.
(정식 IR 시작 1주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