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비관우자앙비 Aug 23. 2018

투자자 미팅을 앞두고 찾아오는 너에게


나는 투자자도 아니고, 돈이 많지도 않은데, 가끔 후배들이 찾아와서 IR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마다 매우 난처하다. 그냥 이론적인 접근으로 투자자의 심리는 무엇일까를 설명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잘 모르는데


마침 오늘 사무실에 인터넷이 안된다. 그래서 예전에 에버노트에 스크랩 해 두었던 IR 관련 자료들을 보다가 그 친구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빠르게 정리나 한 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어 본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임. 대부분 초기기업의 경우이고, 그냥 다 아는 이야기를 사무실 인터넷 안되는 것을 핑계로 길게 써본거임. 문장 구성 연습이랄까.


기본적으로 사업가는 자기 사업이 무조건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반면, 투자자에게 가장 핵심은 엑싯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업이 될만한 사업인지는 long term이고 short term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기관은 GP라서 자기들 돈이 아니기 때문에 (LP돈임) 자선 사업가가 아닌 이상, 엑싯을 노리는 것이 인지상정. 그래서 사업가가 피칭을 진행할 때에는 이번 투자와 다음 투자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초기 자금 투자를 노리는 회사가. "저희는 XX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이번에 3~5억원 정도의 자금을 유치하여, 미친듯이 발전해서 5년 내에 IPO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저희는 XX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이번에 3~5억원 규모의 자금 유치를 통해, 연말 Pre-A에서 10억원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는 다르다. BM의 Feasibility를 떠나 투자자가 듣기에는 후자가 조금은 더 솔깃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실 기업의 IPO나 M&A를 통한 잿팟은 누구나 노리는 것인데, 투자자로 하여금 (물론, 자기 나름대로 투심을 진행하지만) 피칭시에 대충 언제가 1차 엑싯시점, 2차 자본투입 시점에 대한 타임라인을 알려 주는 것 (물론 이것도 미래 지향적 이야기기 때문에 구라임)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장기적으로 망할 것 같은데, 단기적으로는 괜찮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주식시장에서 short 치듯이 빠른 엑싯을 위해 들어오는 투자자도 있을꺼다. (물론 이 경우 자본의 성질이 좀 거시기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 것이 맞다.)


- 여기서 KPI 등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건 나도 잘 모르니까 스킵.


투자자의 돈은 테트리스 하듯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아니다. 여러가지 투자 기법에 따라 조건을 걸기도 하고 (질권이라던가), 상환의 우선권을 확보하기도 하고 (RCPS라던가), 더 강한 구속력을 갖기도 하고 (CB, BW라던가) 신주와 구주를 섞어 놓아서 어떻게 희석되는지도 모르게 투자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근데, 이런 것들은 투자가 1차적으로 결정된 후에 고려할 문제이지 투자자를 찾아 다니면서 피칭 자리에 목메는 사업가들이 최초부터 고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모든 돈에는 "성격"이 있다. 그 돈이 누구의 돈이냐에 따라서 투자 후 회사의 체질이 바뀔 수도, 사업의 본질이 바뀔 수도 있다. 흔히 FI나 SI로 분류하곤 하는데, 이것보다 투자받는 입장에서도 펀드의 LP가 누구인지, 담당 심사역의 과거 포트폴리오는 어땠는지 철저히 뒷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사업이 장난이라고 생각하면 안해도 된다. (그럼 니 인생도 장난이 될꺼야.) 그리고 가능하다면 추심을 어떻게 하는 회사인지도 알아보면 좋다. 투자자는 좋은 이야기는 면대면으로 웃으면서 하고 나쁜 이야기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사업가는 누구나 자신이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사업가 만큼 주관적인 사람이 없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Firm의 특성상 가지고 있는 투자 철학이 있겠지만 (투자하는 Round나 업종 정도가 되겠다), 개인의 주관이 초기에는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 객관성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Firm내부의 투심 절차일 것이다. 물론, 투심 절차 역시 회사 차원의 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지 절대적 객관성은 아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투자"라고 하는 것은, (상장사가 아닌 경우에는 더더욱) 미래에 대한 그럴싸한 구라를 어떻게 정당화 시키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는 것이다. 수십개월간 이어져 왔던 매출의 상승 곡선도 하루만에 돌발상황으로 꺾일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사업이자 인생이다. 주관적인 두 사람이 만나서 객관적인 것 같은 주관적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투자자 미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불확실성 투성이의 자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구라가 답이다.


그렇다면 "구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먼저 사업자(화자)가 설득되는 구라여야 한다. 지금 매출이 0인데, 연말 매출 10억을 찍겠다는 결론은 누가 봐도 사기꾼의 화법이다. 0에서 10억까지 어떻게 "상상력"을 통한 커버를 칠 수 있는지가 사업 계획이자 피칭의 과정이다. 영혼을 다한 구라는 사실이 된다는 격언이 있다 (내가 만들었음). 다만, 영혼을 다하는 것이 눈에 힘주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며, 온화하게 '이 미래는 이루어 집니다.'라고 하는 것이라면 그 사업은 접는게 좋겠다. 구라도 어느 정도 사실에 입각한 구라가 되어야 한다. 숫자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10진법, 16진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 이 사업 아이템(혹은 비지니스 모델)이 될 수 밖에 없는 assumption 1 (2) 비지니스 모델이 구동될 때 만들어 지는 매출 추이에 대한 assumption 2 (3) 기업가치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assumption 3 에 대한 구라를 쳐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첫번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타겟 시장에 대한 segmentation이 이루어 져야 한다. 시장 분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 시장 분석을 토대로 (1) 시장 기회 (2) 동 시장에서의 경쟁 (3) 핵심 고객층(공략 대상)이 규명된다. 그러면서 이 시장에 진입할 때 왜 우리(회사)가 특별하며, long term 목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 4번째 포인트로 들어가면 좋다.


- Why we are special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골자인데,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장 검증이 필요한 거고.


두번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아이템이 구현이될 것인지에 대한 액션 플랜이 있어야 한다. 가령 app 사업이라면 언제 MVP 나오고 언제 베타테스트하고 언제 론칭한 다음에, 마케팅을 어떻게 할 예정이고, 이슈 몰이를 어떻게 할 예정인지, 그리고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고객층이 어디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점에 매출이 집중될 것이고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이 모든 것들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이 나온다. 아마 여기서 특정 시점까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재무적 타임라인이 나오게 된다. 이게 소위 말하는 "자금운용계획"이다.


- 발생 예상되는 모든 비용을 시뮬레이션 해봐야 함. 판관비, 인건비도 당연히 포함. 감가상각되는 자산가치도 포함하면 좋지만 그건 TMI


세번째 가설은 사실 검증보다는 주장에 가깝다.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건 다 구라다. 하지만 구라도 이미 만들어진 구라를 활용하는게 좋다는 생각이다. 초기 기업은 별거없다. 그냥 동종업계 평균을 곱하면 된다. 만약 동종업계에서 순이익의 10배를 기업가치로 추산한다면 이를 따르면 된다. 초기 기업이니까. (밸류에이션이 없으니까 = 지금 매출도 없는데, 미래 가치에 얼마나 프리미엄을 받기를 원하는 거냐 이 양심없는 놈아) 그 다음부터는 창업자 마음대로 가치를 주장하면 된다. 물론, 현실의 벽은 높겠지만.


-사실 초기 기업의 경우에는 자본금 따라가는 경우가 많음. "~배수"의 개념이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


자료의 목차는 그냥 인터넷 찾아봐라 세쿼이아나 이런 TOP VC들어가면 Pitching Deck 목차 관련 이야기 있음. 이런거 참조해서 하삼.


글 초반에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엑싯이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것은 두 번째 라운드에서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Down Round는 정말 헬이니까, 욕심부리지 않는 투자 유치도 중요하다.


여하튼, 투자자와의 미팅은 즐겁기도 하면서 기분 나쁜 미팅 자리가 될꺼다. 돈은 원래 무서운 거라서 피도 눈물도 없다. 그나마 스타트업 투자하시는 양반들은 그래도 천사들이다. 그래서 앤젤투자자 라는 말이 스타트업에서만 있지. 물론, 잘 될 경우에는 천사고 멘토고 그러겠지만 안되면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내용 증명과, 민/형사 소송으로 너를 찾아 올꺼다. 원래 이 판이 그래. 그리고 안 그런 판이 어딨겠어.


가이 가와사키가 2007년도에 Top lies of venture capitalists라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VC들의 Top Lies는 아래와 같다. 여기에 나오는 말들은 대부분 투자 안해 이 새끼야! 라는 이야기니까 이 화법에 익숙해 지면 어서 빨리 자리를 접고 죽빵을 때리고 나오길 바란다.


1. We can make a quick decision.
2. I liked your company, but my partners didn't.
3. If you get a lead, we'll follow.
4. Show us some traction, and we'll invest.
5. We have lots of dry powder.
6. We're investing in your team.
7. We saw this coming, so we didn't invest in B2B or B2C.
8. This is a vanilla term sheet.
9. We can open the doors for you at major companies.
10. We like early-stage investing.


투자자를 만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나, 첫 대면에서 어떻게 그를 사로 잡는지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포인트가 고려된다면 조금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럼, 빠이.

매거진의 이전글 1. 서론(1): 유니콘, 데카콘, 블리츠스케일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