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윤정 Oct 12. 2021

난징의 디자이너, 시청

독특한 색깔의 중국디자이너 


오늘 살펴볼 디자이너는 난징 출신 디자이너 시청-时澄(shíchéng)입니다. 그는 1974년생으로 난징평면디자이너 연맹의 주석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브랜드 디자인부터 로고디자인까지 그래픽디자인 위주의 작업을 하고 있으며 포스터로 그의 색깔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난징에 터를 잡아 난징과 관련된 외주일들을 주로 도맡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난징대학살을
기억하고 추모하다





和平1213 |铭记1213




和平1213 |铭记1213.



특히 난징대학살을 추모하는 포스터는 그의 포스터 연작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는데요, 난징대학살의 날이었던 1937년 12월 13일을 잊지말자는 포스터는 묵직하고 깊이감 있는 질감으로 시선을 끕니다. MEMORIZE와 1213을 마치 건축물처럼 묵직하게 쌓아올린 작품은 그래픽디자인을 동양화의 단계까지 끌어올린듯 싶습니다.




난징에서 다양한
상업디자인 활동



新年交响乐




그는 난징에서 다양한 디자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로 음악제나 차 패키지, 난징디자인 연맹 로고를 디자인하는 것이 그것인데요, 
특히 그가 만은 신년 교향악 포스터는 보통 교향악 포스터가 빨간색의 포스터밖에 없다는 의문에서 기인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중국의 빨간 포스터 대신 파란색에 하얀 달과 금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여 신년 교향악 포스터를 디자인했습니다. 악기의 일부를 분절해 추상적인 패턴으로 사용하고 달과 산을 회화적으로 표현한것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그의 포스터는 주로 경계(바이올린의 끝이나 달의 끝)처럼 살짝 흐릿한 느낌을 자아내 기존 서양포스터의(주로 스위스 그래픽 디자인에서 보여지는) 기하학적 느낌을 소멸시킵니다.

난징 숲음악 페스티발의, 포스터 역시 눈여겨볼만합니다. 숲과 음악 나무 등을 한 선으로 그려 조화롭게 배치하였는데 Nanjing의 j를 음표로 환원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深圳特区成立三十五周年》



그 이에도 난징 그래픽디자인 연맹의 주석답게 그 로고 역시 디자인했는데 서로 지지하는 듯한 나무 막대기같은 것이 얽혀 동그란 원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디자인이었으면 좀 더 심플했을 로고디자인인데 그의 로고 디자인은 다소 복잡한 편입니다.




동양적 느낌의
그래픽디자인을 찾아서





慈悲善念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상업적인 작업보다 개인작업들이 더 흥미롭습니다. 연도들이 정확히 나와있지 않아 그의 작품세계가 시대별로 뻗어나가는 것을 추측할 수 없어 아쉽지만,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결이 일정합니다.
특히 그는 선종사상에 심취하여 공(空)과 선(禪) 무(無)와 허(虛)의 개념에 대한 작업들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작업은 자비선념(慈悲善念)이라는 작업으로 '자비선념'이란 여래의 통치방법입니다. 석가모니는 자신이 종교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았으며 법이나 행정수단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자비선념으로 세상을 통치합니다. 그는 이 자비선념의 세계를 이어진 선들로 표현하였습니다. 언뜻 보면 부적가기도 한 디자인과 문자 사이에 있는 이 작업은 추측컨데 慈悲善念이란 글씨 중 한글자를 기호학적으로 형상화시킨것 같습니다.이 역시 끝을 부드럽게 동양화처럼 아스라히 사라지게 처리해 공간감을 부여하였고 기존의 기하학적 서양디자인과는 다른 동양성을 획득하였습니다. 이런 반복되는 동양적 표현양식은 눈여겨볼만합니다.



和则合、容则融








화합하면 일치하고, 용하면 융화한다.는 뜻의 ' 和则合、容则融' 작품도 이런 표현방법은 유사합니다. 마치 에어브러쉬로 끝의 획을 부드럽게 처리하였는데 이 작품은 실크로드이 정신을 표현하였습니다. 실크로드에서 쓰였을법한 고대의 문자를 먹색의 농담만으로 부드럽게 처리한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문자로 수묵화를 그린것 같달까요







空无



공과 허에 대한 포스터 역시 눈여겨볼만합니다. 깔끔한 도트라인과 직선, 그리고 불규칙적인 선의 배합과 마치 수묵화의 산세를 표현한듯한 이 작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기하학적 직선과 회화적의 느낌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定山寺





定山寺라는 사찰을 테마로 한 작업들도 있습니다. 대나무 죽(竹)과 하천(泉),이런 식으로 뭔가 문자를 기호화 그림화 시켜 삽입하였습니다. 마치 수묵화 또는 판화로 찍은듯 한 아스라한 기법과 도형들의 불균형한 중첩 배치가 흥미롭습니다. 각 3연작마다 하나는 왼쪽에, 가운데, 오른쪽에 배치했는데 단색 톤의 조합이지만 미묘하게 사찰느낌을 자아냅니다.



情调苏州



쑤저우 이미지 연작에서는 그의 작업방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물로 유명한 쑤저우의 물결을 여러 스케치를 통해 형상화시켜 그래픽에 삽입하였습니다. 디자인과 회화적 방식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기법이 적극적으로 드러납니다.







평소에 그는 주로 서예활동을 겸하며 타이포그래피의 기초를 쌓습니다. 타이포그래피에서 얻은 문자의 조형감각을 토대로 스스로 글꼴을 재창안하며 작품에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것입니다.
동양적 그래픽디자인의 가능성을 끝없이 실험하는 난징디자이너, 시청의 행보를 앞으로도 지켜봅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TOKYO TDC 를 수상한, 광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