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틀린 렌즈, 그리고 제3의 시선
중국 경제를 설명하는 일을 12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결국 중국 경제, 터지는 건가요, 아닌가요?"
기관투자가도, 개인투자자도,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항상 같은 답을 드립니다.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렌즈에서 나온 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대부분 잠시 멈칫하십니다. 터지느냐 안 터지느냐를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질문이 틀렸다'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지점입니다. 중국 경제를 '터진다/안 터진다'로 보는 순간, 우리는 이미 두 가지 함정 중 하나에 빠져 있는 겁니다.
이번 장에서는 그 두 함정이 뭔지, 그리고 어떤 렌즈로 바꿔야 하는지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법치 없음 → 성장 불가.' '부채 많음 → 곧 터진다.' '공산당 체제 = 한계.'
이 논리,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유튜브에 '중국 경제'를 검색하면 상위에 뜨는 영상 중 절반은 이 논리입니다. 문제는, 이 말이 1989년에도 나왔고, 2001년에도 나왔고, 2008년에도, 2015년에도, 2021년에도 나왔다는 겁니다. 매번 '이번에는 정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매번 틀렸습니다.
대표적인 책이 있죠. 2001년에 출간된 고든 창(Gordon Chang)의 《The Coming Collapse of China》. '5~10년 내에 중국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출간 이후 25년이 지났습니다. 중국은 붕괴하지 않았고, 그 사이 세계 GDP 비중은 4%에서 17%로 늘어났습니다. 고든 창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번에는 진짜 올해'라는 수정 예측을 냈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고든 창을 비웃으려는 게 아닙니다. 붕괴론이 틀린 이유를 구조적으로 이해하셔야, 앞으로 비슷한 뉴스가 나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붕괴론이 계속 틀리는 이유는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프레임 문제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작동하는 겁니다.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근거를 끼워 맞추는 거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드디어 터진다'고 하고, 정부가 개입하면 '인위적으로 버티는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어떤 데이터가 나와도 결론이 바뀌지 않습니다. 이건 분석이 아니라 신념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이런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 끝났다'고 했고, 2020년 코로나 때도 '한국 경제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한국 경제는 끝나지 않았죠. 물론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끝났다'와 '어렵다'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14억 인구니까 된다.' '정부 의지가 강하니 된다.' '시장이 크니 들어가면 된다.'
이 논리도 꽤 강력합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이 논리에 유혹됐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좀 정리해 볼까요?
이 기업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모두 자기 나라에서는 1등이었습니다. 구글은 검색의 신, 우버는 모빌리티의 혁명가,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의 황제. 그런데 중국에서는 다 졌습니다. '14억 인구'라는 숫자에 눈이 멀어서, 중국 시장이 작동하는 규칙 — 지방정부와의 관계, 현지화된 비즈니스 모델, 정부 방향과의 정렬 — 을 읽지 못한 겁니다.
한국 투자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1년 알리바바·텐센트를 '중국판 아마존·구글'이라며 매수했던 분들 기억나시죠? '중국이 크니까'라는 논리로 들어갔다가, 테크 규제 폭탄에 반 토막이 났습니다. 알리바바 주가는 2020년 10월 고점 대비 75%까지 하락했습니다. 낙관론은 '왜 그때 규제가 나왔는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규제의 논리를 모르면, 규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없습니다.
자, 이쯤에서 '그래서 실제로는 어떻게 됐는데?'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보다 데이터가 먼저죠. 한번 보시겠습니다.
1978년 1인당 GDP 156달러. 지금의 라오스보다 못했습니다. 2023년 12,720달러. 81배 증가. 같은 기간 한국이 23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성장 배수가 더 큽니다.
이쯤 되면 '그럼 낙관론이 맞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여기서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2007년 10월에 찍은 역대 고점 6,124포인트를 17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S&P500이 같은 기간 3배 넘게 오른 것과 극명한 대조입니다.
경제는 성장했는데, 주식 투자자는 왜 돈을 잃었을까요?
이 질문이야말로 중국 투자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려면, 중국 경제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붕괴론도 틀리고, 낙관론도 틀린다면, 대체 어떤 렌즈로 중국 경제를 봐야 할까요?
커위진(金刻羽)이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런던정경대(LSE) 교수인데, 아버지가 중국 전 재무부 차관인 진리췬(金立群)입니다. 중국 내부의 논리를 알면서 동시에 서구의 학문적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사람이죠. 이 분이 2023년에 쓴 책 《The New China Playbook》에서 중국 경제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중국의 경제 시스템은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니다. 국가와 시장,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계획과 경쟁이 정교하게 결합된 독자적인 하이브리드다.
— Keyu Jin, The New China Playbook, 2023
하이브리드. 이 단어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하는 일이 뭔가요? 토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공급하고, 도시를 계획합니다. 그런데 LH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장 주체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이죠. 중국의 지방정부를 상상해보세요. 31개 성·시의 지방정부가 각각 LH 같은 기관을 수십 개씩 보유하고 있고, 그 기관들이 기업 유치, 인프라 건설, 토지 매각까지 다 합니다. 그런데 그 위에 시장(市長)이 있고, 이 시장은 GDP 성장률로 승진이 결정됩니다. LH 사장이 실적으로 인사 평가를 받는 것처럼, 중국의 시장(市長)은 도시 경제 성과로 승진 평가를 받는 겁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많은 것이 설명됩니다. 왜 지방정부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지, 왜 파산 직전의 NIO에 1조 2천억 원을 투자하는 시장(市長)이 나오는지, 왜 전기차 기업이 500개나 난립했다가 살아남은 몇 개가 세계 1위를 하는지.
이것을 설명하는 세 가지 엔진이 있습니다.
베이징이 큰 방향을 정하면, 31개 성·시가 서로 경쟁하면서 실행합니다. 관료의 승진은 GDP 성장, 투자 유치, 세수 확보와 직결됩니다. 그래서 중국의 관료는 규제자이기 전에 경제 발전의 이해관계자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시장·도지사가 지역 경제 CEO인 셈이죠. 다만 한국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기업에 개입합니다.
2019년 허페이(合肥)시 사례를 잠시 보겠습니다. 파산 직전의 전기차 스타트업 NIO에 허페이시 정부가 70억 위안(약 1조 2천억 원)을 투자합니다. 월가 애널리스트 대부분이 '정부가 세금으로 망할 기업을 살린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허페이 시장의 계산은 달랐습니다. NIO 본사를 유치하면 → 배터리·부품 공급망이 따라오고 → 공장이 생기면 고용과 세수가 늘고 → '전기차 도시 허페이'라는 브랜드가 생기면 더 많은 기업이 오고 → 이 성과가 자기 승진 카드가 됩니다. 실제로 허페이는 이후 폭스바겐 EV, CATL을 연이어 유치했고, 2020년 GDP 1조 위안을 돌파했습니다. 이 구조를 제3장에서 '시장장(市長) 경제'라고 부르며 자세히 다룹니다.
국가가 '이 방향으로 간다'고 선언하면, 보조금·세제 혜택·금융 지원·인프라가 쏟아집니다. 그러면 그 안에서 수백 개의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정부가 방향을 잡아주되, 누가 살아남을지는 시장이 결정하는 겁니다.
중국 전기차가 이 공식의 교과서입니다. 2010년 국가 전략으로 선언된 후, 2015년에는 전기차 기업이 500개가 넘었습니다. 보조금 사기로 퇴출당한 곳, 기술력 없이 도태된 곳, 자금난에 쓰러진 곳이 수두룩했습니다. 그 살벌한 도태를 거쳐 BYD, NIO, 리오토 같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게 됐습니다. 2010년 7,181대에서 2023년 944만 대. 13년 만에 1,300배. 이건 순수한 시장 자율만으로도, 순수한 정부 계획만으로도 불가능한 결과입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설명이 좀 조심스럽습니다. '법치가 약하다'는 말은 중국의 단점으로 들리니까요. 그런데 사실(fact)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중국의 법원, 규제기관 등 공식 제도는 서구 기준에서 불완전합니다. 재산권 보호가 불확실하고, 규칙이 갑자기 바뀔 수 있습니다. 2021년 사교육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하루아침에 나와서 관련 주가가 90% 이상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국가의 동원력과 실행 역량은 압도적입니다. 고속철 4만 km를 10년에 건설한 나라입니다. 코로나 때 우한에 병원을 10일 만에 지은 나라입니다. 정부가 '하겠다'고 하면 진짜 합니다.
이게 투자자에게 뭘 의미하느냐. 기회이자 리스크입니다. 정부가 밀어주는 산업에 투자하면 정책 수혜가 즉각적이고 강력합니다. 그러나 규칙이 갑자기 바뀔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양날의 검이라는 거죠.
여기서 잠시 이론적인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지루하실 수 있는데, 중요한 대목이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린이푸(林毅夫)라는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전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분인데, 이 분이 핵심적인 지적을 합니다.
모든 경제 이론은 특정 국가, 특정 시대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 이론에는 그 나라의 발전 단계, 제도, 문화, 역사가 '암묵적 전제'로 내포되어 있다. 그 전제가 다른 나라에서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 林毅夫(린이푸), 解读中国经济, 2014
무슨 말인지 좀 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오건영 작가님이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에서 환율과 금리를 설명할 때, 미국 Fed의 금리 정책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하시잖아요. 그런데 그 분석의 암묵적 전제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독립적이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한다',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된다'. 이 세 가지가 미국·한국·유럽에서는 대체로 성립합니다.
중국에서는 세 가지 모두 성립하지 않습니다. 인민은행은 국무원 산하 기관이고, 자본 이동은 통제되고, 환율은 인민은행이 매일 아침 고시환율을 설정합니다. 같은 '금리 인하'라는 이벤트가, 미국과 중국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건 제6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교과서 명제와 중국 현실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정리해볼까요.
91%라는 정부 신뢰도 숫자를 보고 '세뇌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질문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물론 중국의 언론 환경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91%라는 숫자를 단순히 선전의 결과로 치부하면,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발표할 때 왜 시장이 즉각 반응하는지, 왜 사회적 협력 비용이 그토록 낮은지를 설명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숫자의 뿌리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이야기합니다.
자, 이제 하이브리드 렌즈를 장착하고, 가장 자주 받는 질문들을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처음과 다르게 읽히실 겁니다.
결과적으로 리먼이 아니었습니다. 제일 핵심적인 차이는 이겁니다. 리먼 사태는 시장이 만들어낸 위기였고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에버그란데는 정부가 2020년에 '세 개의 레드라인'이라는 규제를 도입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조정이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리먼은 운전자가 모르는 사이에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절벽으로 추락한 것이고, 에버그란데는 정부가 과속 차량에 일부러 브레이크를 걸어서 속도를 줄인 것입니다. 브레이크를 거니까 차가 크게 흔들린 건 맞지만, 절벽에서 떨어진 건 아닙니다.
구차오밍(辜朝明, Richard Koo)이라는 경제학자가 이 구분을 정확하게 합니다. '정책 주도 조정'과 '시장 붕괴'는 다르다. 정부가 만든 위기는 정부가 방향을 통제할 수 있다. 이 분석은 제9장에서 상세하게 다룹니다.
2021년 알리바바·텐센트·디디 규제를 보면 패턴이 있습니다.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데이터와 금융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켰을 때 국가가 개입했습니다. 마윈이 2020년 10월 금융 규제를 공개 비판한 직후 앤트그룹 IPO가 취소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개인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앤트그룹이 2억 명의 소비자 금융 데이터로 사실상 은행업을 하면서 은행 규제는 안 받는 구조 — 이것이 '금융의 실물 이탈'이었고, 이걸 막은 겁니다.
핵심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황치판(黄奇帆) 전 충칭시장의 말을 빌리면, '중국의 금융은 실물 경제를 위해 존재한다. 금융이 실물을 이탈해 자기 증식을 추구하는 순간, 반드시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 원칙을 알면, 다음 규제가 어디서 나올지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하나 더 — 알리바바는 규제 이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82억 위안 벌금을 내고, 구조조정을 거쳐 다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지우려는 규제'와 '규모를 통제한 뒤 재성장을 허용하는 규제'는 다릅니다. 중국 정부의 규제는 대부분 후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하이브리드 렌즈는 지난 40년간 유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관료 인센티브가 GDP 일변도에서 탄소·공동부유·안전으로 다원화되고 있고, 기술 모방에서 원천 혁신으로 전환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미중 갈등으로 대외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2022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과거에 맞았던 프레임을 그대로 미래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구조를 드리지만, 그 구조도 변합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상황이 바뀔 때 빠르게 프레임을 업데이트하는 능력입니다. 이 책이 그 업데이트의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