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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l 13. 2021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인데....

세상 사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가 남자에 대한 호칭이 '사장님'으로 바뀌었다. '아저씨' 대신에 사장님이다. 사장이 아닌데도 사장님이란 얘길들으니 유쾌한 기분은 사실 아니다.


  언젠가 비행기를 탈 때 호칭 때문에 항공사에 민원을 넣은적이 있었다. 좌석 배정을 하는 티켓팅 카운터. 항공사 남자 직원이 '사장님'이란 말을 썼다. 세상이 온통 사장님이니 그렇게 사용한 듯한데, 이 역시 고객을 상대하는 업종에서는 적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시정해 달라고 했다. 그들이 상대를 부를 때는 손님이나 고객님이 적당하다. 사실 서비스업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맞다. 그게 아니면 이름에 '님'을 넣는 것이 무난하다.


  예전에 은행에서 '아버님'이란 말을 들은적이 있다. 60이 되었고, 흰머리가 많으니 아버님 소리 듣는다고 이상할 것도 아니지만 고객을 상대로 하는 은행 창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로는 적당하지 않는 용어였다. 사실 은행 여직원이 며느리도 아닌데 내가 '아버님' 소릴 들을 아무런 이유가 없는것이 사실이다. 은행의 고객으로 갔으니 '고객님'으로 불러달라고 은행에 제안을 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 날을 계기로 '아버님' 소리는 가끔 듣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겠지.


 호칭으로 '아버님' 소릴 들을 때 이미 나이가 들었음을 알았지만, 며칠 전에는 '어르신'이란 처음 말을 들었다.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약국에 주었는데, 나를 보고 어르신이라 한다. 나는 나의 아버지 벌 되는 분께는 어르신이란 말을 사용하고는 있으나 내가 이런 말을 들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졸지에 어르신이 되었다. 그런데 조금은 이르다. 언젠가는 들을 호칭이지만 아직은 아니지 않는가.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인데....


 방송에서는 '선생님'과 '선배님'이 도배를 한다. 연예인이 방송에서 자신들의 선배를 얘기할 때 '000 선배님'이란 말을 한다. 그들끼리 대화를 할 때 사용하는 용어에 대해서는 아무 상관이 없으나 방송에 나와 제3자 앞에서, 시청자 앞에서 '000선배님'이라 하니 듣기 참 거북하다. 내가 그의 후배도 아닌데, '선배님' 불특정 다수의 대중 앞에서 사용할 용어는 아닌듯 싶다.


 방송에서  '한참 선배님'은 '선생님'이다. 나이가 들어 형의 수준을 뛰어 넘는 경우 '선생님'이다. 이 용어 역시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 앞에서 사용하는 적절한 단어는 아닌듯 싶다. 후배 연예인은 존경하는 의미로 '000 선생님'이라 할지는 모르지만 듣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존경 대상자의 용어를 내가 왜 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옛날에는 존경의 의미로 '선생님'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마구 사용하다 보니 이 역시 그 의미는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 스스로 존재감을 높이겠다는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중국의 호칭이 무난한것 같다. 남성에겐 '선생', 여성에겐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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