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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인이 선사한 감동

한 베이징  여행 가이드의 소감문

출처: 新疆汽车在线


저는 베이징의 여행 가이드입니다. 며칠 전 티벳 단체 관광단을 안내했습니다. 베이징에서 투어를 진행하면서 그들이 저에게 준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도착 첫째 날은 호텔에서 쉬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 배정에 착오가 생겨서 원래 투숙하기로 했던 호텔로부터 갑자기 방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호텔에 도착한 그들을 다시 차에 태워서 다른 호텔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차에서 내려서 낑낑거리며 무거운 가방을 날랐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서 방 키를 받고 힘들게 계단을 올라 마침내 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또 의외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원래 예약했던 호텔에서 간신히 방을 마련했으니 다시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막 짐을 풀어 정리도 못했는데 물건을 다시 싸서 차에 싣고 돌아갔습니다. 그때 저는 그들이 소란을 피울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장족은 야만적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와라 가라’ 계속 그렇게 하면 결국 난동을 부려 호텔의 기물을 파손하거나 우리를 흠씬 두들겨 팰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그들은 소란을 피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망의 말도 쏟아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하자 그들은 도리어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지 않은 중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저의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만일 한족(漢族) 단체 관광객이었다면 틀림없이 욕을 해대며 손해 배상을 요구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성급 호텔을 4성급으로 바꿔주거나 관광지를 추가하거나 음식을 추가해 달라는 등등의 요구를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화도 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관광객였더라도 손해배상은 몰라도 불평은 쏟아냈을 것입니다.


그들을 데리고 원래의 호텔로 돌아가니 이미 오후 5시가 넘었습니다. 그들은 12시에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단체 관광객은 모두 정직하고 소박한 사람 들였습니다. 이런 불편을 겪으면서도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괜찮다며 저를 위로해 주자 저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둘째 날은 고궁을 갔습니다. 차에서 내려 걷다가 대열을 정비하기 위해 뒤를 돌아봤습니다. 한족 단체 관광객은 차에서 내리면 사진을 찍거나 물을 사러 가거나 기념품을 사기 위해 쟁반 위에 흩어진 모래처럼 제각기 행동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뒤를 돌아보고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그들은 두 사람씩 줄을 맞춰 제 뒤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서면 그들도 멈춰 서서 미소를 지으며 저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줄을 이탈하지 마세요. 길을 잃지 않게 저를 바짝 따라오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제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고궁을 관람할 때에는 점심시간에 늦을까 봐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단체 중에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습관적으로 “저를 따라오세요. 좀 더 빨리 걸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빨리 걷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노인들의 속도에 맞춰서 걸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서로 흩어진 뒤에도 돌아올 때는 노인들을 모시고 함께 왔습니다.


고궁 관람을 마치고 차에 오를 때에도 모두들 천천히 그리고 차례차례 차에 올랐습니다. 앞자리에 앉기 위해 앞다투어 차에 오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차를 탈 때 제가 노인들을 부축해주자 그들은 밝게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항상 평화롭게 보였으며 궂은일을 당해도 웃으며 중국어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노인을 배려하고 질서를 지켰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찮은 음식이라도 서로 나누고 거지를 보면 적선했습니다. 기다려야 할 때는 조용히 기다렸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웃었습니다. 감사하다고 말할 때는 상대방의 얼굴을 봤습니다.

 

며칠 동안 그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저는 그들의 굳은 신앙과 세상에 대한 태도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허웬(颐和园)에 갔을 때 장족 남자들은 길을 걸어가면서 인과응보와 윤회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장족의 관용과 평화가 어디서 왔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행사가 제공하는 단체식이 가격도 싸고 편한데  왜 애를 써가며 좋은 식당을 찾으려 하느냐고 묻자 그들은 대답했습니다. “모처럼 한번 여행을 왔는데 먹는 것이 부실하면 어떻게 즐길 수  있겠는가? 단체식은 먹을 수는 있지만 맛이 없다. 좋은 식당을 찾는 것은 번거롭고 가격도 비싸지만 우리는 즐기러 온 것이 아닌가?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다른 사람의 몫이 적어지지 않겠는가? 모든 일에는 인과응보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들을 쳐다보는 내 마음에는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날 역에서 배웅할 때 그들은 제게 하다(hada)를 걸어주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손에서 내려놓고 돌아가면서 고맙다고 하면서 악수를 청했습니다. 헤어지려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꼈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저를 감화시켰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각지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이렇게 헤어지기 싫은 감정은 처음이었습니다.



여행객을 안내하면서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난 것은 큰 행운입니다. 티벳 친구 여러분 베이징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海内存知己,天涯若比邻
몸은 비록 천리 밖에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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