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강박증
김은
여기는 타클라마칸, 그래 열 살 그 해의 자국
머릿속으로 하릴없이 짝수를 세던 버릇과
피아노 건반처럼 정확히 디뎌야 했던 마법의 블록들
지나는 빗금마다 볼록한 두 눈물을 찍는다
바람 같은 남자의 시간과 불 같은 여자의 시간이
작아진 자리에 끈적이는 몸을 누인다 그들의 소란에
기억의 물을 머금은 노란색 스펀지들이 수런거린다
위를 머뭇거리며 서성이는 태양
때문에 까만 근시로 타버린 두 개의 눈
그들 위편에 검고 마른 마침표를 가만히 남긴다
몸 안의 물이 이렇게 울컥, 빠져나가다 보면
다시 키가 한 뼘 줄어들 것이라는 이상한 희열
말랑말랑 녹아 미련한 점이 될 때까지
금방 응고되어버릴 발자국과 다시 달라붙고 말 마침표를
그들의 소란 위에 고요히 박는다
두 발이 시간의 건반을 짚는다
물빛 지도를 펴던 작은 두 손이
타클라마칸을 허공에 그려본다
그 위에 새겨진, 삭제되지 않는 굵은 길과
선을 울컹거리며 지나가는 가녀린 발
그리고 여전히 앞을 쫓는 짝수의 블록들을.
문예지 [한올문학] 2013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