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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용 김은 Aug 12. 2016

시, 강박증

시인 김은 시

강박증


김은


여기는 타클라마칸, 그래 열 살 그 해의 자국

머릿속으로 하릴없이 짝수를 세던 버릇과

피아노 건반처럼 정확히 디뎌야 했던 마법의 블록들


지나는 빗금마다 볼록한 두 눈물을 찍는다

바람 같은 남자의 시간과 불 같은 여자의 시간이

작아진 자리에 끈적이는 몸을 누인다 그들의 소란에

기억의 물을 머금은 노란색 스펀지들이 수런거린다

위를 머뭇거리며 서성이는 태양

때문에 까만 근시로 타버린 두 개의 눈

그들 위편에 검고 마른 마침표를 가만히 남긴다

몸 안의 물이 이렇게 울컥, 빠져나가다 보면

다시 키가 한 뼘 줄어들 것이라는 이상한 희열

말랑말랑 녹아 미련한 점이 될 때까지

금방 응고되어버릴 발자국과 다시 달라붙고 말 마침표를

그들의 소란 위에 고요히 박는다


두 발이 시간의 건반을 짚는다

물빛 지도를 펴던 작은 두 손이

타클라마칸을 허공에 그려본다

그 위에 새겨진, 삭제되지 않는 굵은 길과

선을 울컹거리며 지나가는 가녀린 발

그리고 여전히 앞을 쫓는 짝수의 블록들을.


문예지 [한올문학] 2013


china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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