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그대는 말하고 나는
김은
열렬한 미움에 얼어붙어
자못 진지해진 창을 민다
미련한 작은 살점이
창문 틀에 붙어 펄럭인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대는 말하고
나는 아프다
뉴스에 붙은 멜라민 신장은 굳어가고
자잘한 질병이 스피커를 통해 쏟아진다
허물의 옷을 주워 다리부터 새긴다
비루한 몸과 금방 밀착되는
연한 각질 같은 기억들
소리 나지 않는 가슴에
차분차분, 멈춘 시간이 씹힌다
굳은살에는 사랑이 빗금치고
못내 축축해진 바닥에 서서
차가운 그대와 마주한다
매서운 생각이 손을 잡는다
기억이 밀린다
나는 말하고
그대는 재가 된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지 모를
누에 같은 그대와 마주한다
파란 꽃이 그대의 눈가에 앉는다
소리가 멎는다
소리가 멎는다.
문예지 [문학세계] 2014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