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처용 김은 Aug 12. 2016

시, 이별가

시인 김은 시

이별가


김은


1

보풀은 가지에 세 가닥의 생각이 돋아나면

비로소 첫 걸음을 뗄 수는 있겠다는 너의 발

네 작은 발끝이 새로 업힌 오르막을 더듬을 때면

거칠은 가슴마다 삼켰다 뱉어지는 매서운 잎새들이

그 여름의 스티커처럼 질척이며 달라붙는다


조악한 기억 한편이 바람의 하늘이 되면

그래 이제는 뱉을 수는 있겠다는 너의 말

그 입술이 흘러내려 물 빠진 기억을 핥을 때면

이내 발등에 떨구고야 마는 너의 소리들이

목 놓아 늘어진 단추처럼 가슴 곁에서 칠렁인다


2

물을 것이다 내가 소란한 벼랑이 되면

네 입술을 물고 발밑으로 뛰어내려

이 땅의 무게만큼은 가라앉을 수 있겠는지

입술에 달라붙어 그늘처럼 말라버린 너에게

물을 것이다 목이 쉰 벼랑처럼 내가.


문예지 [한올문학] 2014


chinaun@daum.net


매거진의 이전글 시, 그대는 말하고 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