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이별가
김은
1
보풀은 가지에 세 가닥의 생각이 돋아나면
비로소 첫 걸음을 뗄 수는 있겠다는 너의 발
네 작은 발끝이 새로 업힌 오르막을 더듬을 때면
거칠은 가슴마다 삼켰다 뱉어지는 매서운 잎새들이
그 여름의 스티커처럼 질척이며 달라붙는다
조악한 기억 한편이 바람의 하늘이 되면
그래 이제는 뱉을 수는 있겠다는 너의 말
그 입술이 흘러내려 물 빠진 기억을 핥을 때면
이내 발등에 떨구고야 마는 너의 소리들이
목 놓아 늘어진 단추처럼 가슴 곁에서 칠렁인다
2
물을 것이다 내가 소란한 벼랑이 되면
네 입술을 물고 발밑으로 뛰어내려
이 땅의 무게만큼은 가라앉을 수 있겠는지
입술에 달라붙어 그늘처럼 말라버린 너에게
물을 것이다 목이 쉰 벼랑처럼 내가.
문예지 [한올문학] 2014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