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처용 김은 Dec 30. 2016

시, 비오는 구름

시인 김은 시

비 오는 구름


김은


발뒤꿈치에 비가 묻은 채로 돌아왔다 난 그토록 많은 기억을 잠들게 했던가 죄책감으로 아로새긴 손바닥 손금을 세게 폈다가 쥔다 신발에 수많은 작은 生이 득실거린다 비로부터 빠져 나온 세포들 신에 달라붙은 끈질긴 내 체세포들 그 입자들은 이미 분열을 거행한 지 오래다 그래 나만 몰랐는지도 모른다 오직 나만이 망각의 神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안에서 제 살을 뜯는다 그러나 이미 내 세포들은 작열을 끝낸 지 오래다 다만 반복과 싸움의 연장선일 뿐


매화빛 산성비가 오는 날

난 거리에 수많은 세포들을 잃어버리고 돌아왔다

결국 남은 것은 빗살에 타다 남은

그저 거짓 같은 살코기뿐.


문예지 [문학세계] 2016


chinaun@daum.net

매거진의 이전글 시, 개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