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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용 김은 Dec 30. 2016

시, 풀잎

시인 김은 시

풀잎


김은


지금 세찬 빗 속에 있는 이가

자기 목구멍을 벌리고

가까스로 일어나고 있다

하늘서 줄기차게 내리는 빛으로

흠씬 달궈진 날

얇게 분사되어 찢어지는 그 살을

딛고서 몸을 겨워 떨때

태초에 애초에 그랬듯 날로

날로 들어오는 향수가

굳은 땅에 쏟아진다

하늘을 찌르는 궂은 공중의 고통을

몸으로 삼키던

이슬의 풍요로움을 품고도 제 손으로

내쳐야 했던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인간과 生의 공존자

풀잎,

왜 너의 목젖은 그리도 녹빛인지

혹 흘러내리는 그 너의 빗물세례도

초록물인지

풀잎, 생각하라

구겨진 몸이라면 똑바로 서서

하늘을 향해 내밀어라 고개들라

땅 위의 비파소리 낙화소리

울려퍼지듯

지금 선선히 떠오르고 있는 고운 향

대지의 어미가 흙을 품는다

그 품 속

풀잎, 솟아난다.


2002 인천 부평구 여성백일장 장원 수상작


china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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