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풀잎
김은
지금 세찬 빗 속에 있는 이가
자기 목구멍을 벌리고
가까스로 일어나고 있다
하늘서 줄기차게 내리는 빛으로
흠씬 달궈진 날
얇게 분사되어 찢어지는 그 살을
딛고서 몸을 겨워 떨때
태초에 애초에 그랬듯 날로
날로 들어오는 향수가
굳은 땅에 쏟아진다
하늘을 찌르는 궂은 공중의 고통을
몸으로 삼키던
이슬의 풍요로움을 품고도 제 손으로
내쳐야 했던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인간과 生의 공존자
풀잎,
왜 너의 목젖은 그리도 녹빛인지
혹 흘러내리는 그 너의 빗물세례도
초록물인지
풀잎, 생각하라
구겨진 몸이라면 똑바로 서서
하늘을 향해 내밀어라 고개들라
땅 위의 비파소리 낙화소리
울려퍼지듯
지금 선선히 떠오르고 있는 고운 향
대지의 어미가 흙을 품는다
그 품 속
풀잎, 솟아난다.
2002 인천 부평구 여성백일장 장원 수상작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