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빅아일랜드 여행이야기
빅아일랜드 여행 중, 일정 때문에 잠시 힐튼 호텔에 들른 적이 있다. 5일간 머물던 에어비앤비 숙소를 나와 마주한 호텔은 입구부터 반듯하고 정갈했다. 한눈에 봐도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공기. 잘 정돈된 정원과 넓은 골프장, 친절한 직원들과 물고기가 가득 노니는 호텔에 이어진 해변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 풍경을 마주하자 마음속에서 후회가 밀려왔다. '이 좋은 곳들을 놔두고 왜 굳이 에어비앤비를 선택했을까.' 카펫 없는 숙소를 찾겠다며 유난을 떨었던 지난 시간이 무색해졌다. 화려한 호텔과 대비되니 내가 예약한 숙소는 한없이 초라해 보였고, 남은 여행 시간 내내 부러움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마친 지금 누군가 내게 "다시 그곳에 간다면 어디에 묵겠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여전히 에어비앤비다. 하와이, 특히 빅아일랜드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오직 그곳에만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 아침마다 귓가를 맴도는 홍관조의 경쾌한 지저귐,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마당에 누워 바라보는 쏟아질 듯한 별빛.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소유하려면 호텔의 벽 너머, '진짜 하와이의 집'이 필요하다. 다만, 다음 여행자를 위해, 그리고 혹시라도 또 그곳을 찾게될 나를 위해, 몇 가지 뼈아픈 요령을 기록해 둔다.
그때는 몰랐고, 이제는 알게 된 것들
처음 숙소를 구할 때 나는 지독한 'P'였다. 날짜와 목적지만 넣고 예뻐 보이는 곳에 '좋아요'를 누르며 숙소를 추려냈다. 하지만 운에 맡기기에 하와이의 숙소는 너무나 방대하다. 운이 좋아 괜찮은 숙소를 예약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런 방식으로 '신뢰할만하고, 쾌적하고, 위치도 좋은데 가격도 적당한' 숙소를 찾는 건 모래 속에서 진주알 찾기였으리라.
먼저 필터링이 필요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여행지와 날짜를 지정하면 보여주는 페이지창에서, 위쪽 상단 오른쪽에 보면 필터링표시가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세탁기 유무, 침실 개수부터 무료 주차 공간 등등 내가 원하는 대로 숙소를 필터링해 볼 수 있다.
다른 여러 가지 조건들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페이지 하단의 '게스트 선호' 필터. 이것만으로도 기본 이상의 숙소를 1차로 걸러낼 수 있다.
이렇게 게스트 선호 숙소를 선택이 끝은 아니다. 내가 선택했던 숙소도 게스트 선호 숙소이기는 했으니까. '게스트 선호 숙소' 가운데에서도 옥석을 가려내려면 몇 가지 작업이 더 필요하다.
보리 이삭 아이콘 확인하기
게스트 선호 숙소 가운데에서도 등급이 나뉜다. 보리 이삭 모양의 이미지가 보이는데, 선호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흰색, 검은색, 황금색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황금 보리 이삭이 가장 높은 선호도의 숙소임을 뜻한다. 황금색 보리 이상 이미지가 있는 게스트 선호 숙소를 확인하자!
리스팅 개수 확인
호스트가 관리하는 숙소가 1~3개라면 자신의 공간을 애정 있게 관리하는 개인일 확률이 높다. 반면 리스팅이 수십, 수백 개라면 기업형 업체다. 기업형은 대응은 빠를지 몰라도, 공간 특유의 온기나 세심한 위생 관리는 놓치기 쉽다. 호스트 자기소개 한 줄에서도 집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나니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공동주택 NO, 독채 YES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빅아일랜드 여행의 첫 번째 숙제라면, 콘도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과감히 제외할 것이다. 리조트형 공동주택은 편리하지만 밤하늘, 푸른 잔디, 새소리를 즐기기에 어딘가 한 겹 막혀 있는 기분이 든다. 벌레 걱정 때문에 공동주택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관리가 잘 된 독채가 위생면에서 나을 수 있다. 공동주택은 이웃집의 위생 상태에 따라 베란다나 현관으로 벌레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빅아일랜드라면 '독채'가 정답이다
숙소 앞 바다의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 여행 전 지도나 사진만 보고 "길 하나만 건너면 바다네!"라고 했던 생각은 위험했다. 하와이의 도로는 한국과 다르다. 숙소와 바다 사이의 '길 하나'는 생각보다 가깝지 않다. 거대한 SUV와 트럭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하와이의 도로는 아이들과 함께 건너기에 꽤 위협적이다. 단순히 거리만 볼 게 아니라, 실제로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환경인지 후기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계절과 파도 체크
2월 우기의 '화이트 샌드 비치'는 사진 속의 평화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모래사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평화롭게 사람들이 거닐고 있는 사진 속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집어삼킬 듯한 검은 바위와 거친 파도 때문에 발을 담그기는커녕 두려운 공포심마저 들었다. 계속되는 호우주의보에 속에 입수를 금지하는 붉은 깔때기콘과 통제선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근처의 오래된 나무 곁에 파도에 스러져간 젊은 청년들의 영정 사진과 그들을 기리는 레이 꽃목걸이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빅웨이브'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였다는 사실이 서늘하게 다가와 바다에 더욱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잔하고, 너무 차갑지 않고, 평화로운 바다들도 있었다. 그런 바다들을 곁에 두고 있는 숙소인지 아닌지 잘 체크해 봐야 한다.
그때는 몰랐고 이제야 알게 된 것들을 챙겨, 나는 다음에는 하와이의 어느 마당 넓은 집을 예약할 것이다. 비록 호텔의 완벽한 서비스는 없겠지만,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와 밤하늘의 별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드는 사치를 마음껏 누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