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엄니행전

2. 이번 여행은 지구별이야

by 꽃무릇

"엄마아~~~ 나~~!! 아무래도 결혼할 거 같아앙~~"

"뭐? 뭘 한다고? 결혼? 네가?"

"어엉~"

"누구랑?"


아니 대체 누구랑 결혼을 한다는 거야?

만나는 애도 없는 거 같은데..

아들나이 서른 살,

직장생활 이제 2년에,

빗자루로 일박이일 털어도 먼지밖에 안나는 개털이 무슨 장가를?


최근 들어 스키장을 간다, 영화를 본다, 술을 한잔한다 할 때마다

누구랑? 하고 물으면 늘 선배랑이라고 하던 아들.

혹시 그 선배란 말인가? 아니 선배는 남자인 거 같았는데....

설마? 아들 놈의 취향이 지금 내가 상상하는 그쪽? 아니 그건 너무 앞서가는 추측이지.. 그건 아닐 테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선배가 스키장 가서 보드도 가르쳐주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직장초년생인 아들이 2년 동안 받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았다 쳐도

뉘 집 사랑방 한 칸 얻을 돈도 안되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장가를 간다는 건가?

그 순간 내 뒷머리 한가운데가 송곳으로 찌른 것 같이 찡하니 울렸다.

아. 스트레스!!




아들이 결혼하고 싶다는 아이를 소개 받던 날

봄바람을 타고 살짝 내려앉은 벚꽃송이 같은 아이가 앞에 있었다.

뽀얀 얼굴에 긴장을 한 듯 발그스레한 볼이 얼마나 예쁘던지.

내 눈에도 이렇게 예쁘니 아들내미의 눈엔 얼마나 이쁠까 하니

뭐에 홀린 듯 맨주먹으로도 장가를 가겠다고 호기를 부리는 아들의 마음이 백번이고 이해가 갔다.

예쁜 그 아이의 이름을 들었을 때 또 내가 얼마나 놀랬던가!

나에게는 이 세상에 태어나 고작 5년을 살고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었다.

지금 같아선 완치가 되고도 남을 병이지만 그땐 그러하지를 못했다.

부모님은 동생이 아플 때마다 동생을 업고 늘 병원으로 달려가셨다.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빈자리를 두고 떠난 내 동생....

예쁜 그 아이의 이름은 내 동생의 이름과 성까지 똑같았다.




그날 그 식당을 예약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원래도 맛으로 유명한 그 식당의 소갈비가 그날따라 유난히 담백하고 맛났다.

싱글벙글 입꼬리가 귓볼까지 올라가 붙은 아들내미도 사랑스럽고,

그 곁에서 오물오물 고기를 맛나게 먹는 아이의 두 볼도 앙증맞았다.


아이가 준비해 온 케이크를 건네받으며 한껏 상기된 예비 시엄니.

두 아들을 키우며 늘 친구 딸내미들의 애교가 부러웠던 아들의 엄마.

나는 유난히 감성적이고 문과적 성향이 넘치는 사람이다.

별것 아닌 선물도 예쁜 포장으로 정성을 더하고

손으로 그리고 쓴 편지지에 사랑을 가득 담아 글을 써 동봉한다.

좋은 사람에게 마음을 다해 표현하고 전달하는 재미로 삶의 반을 채운다.


"아이야~ 너를 만나고 너랑 가족이 된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기뻐"


만남의 자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나는 우리의 만남을 자축하기라도 하는 듯

진심을 다해 말을 전했다.


"네 어머니 저도요"

아이도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 정말 재밌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우리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만나게 된 것은 정말 기적이야"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천상병 시인의 싯 구절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에 소풍 오듯이 온 우리들 아닌가.

이 지구별에서 남남이 만나 가족이 되니 이것이 기적 아니겠어?


내 말에 아들이 먼저

"엥~ 웬 지구별까지?" 라고 큭큭 웃었고,

그리고 바로 그 아이도 따라 비슷하게 웃었다.

내 말이 이상한가?


깜박했다.

그 둘은 둘 다 골수 이과생들이란 것을.

우리 작은 며느리는 수학이 너무 좋아 수학과를 갔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골수 이과 취향의 며느리와

골수 문과 감성파 시엄니의 좌충우돌....

결국 이럴땐 감성파가 백전백패라는 사실을 나는 곧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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