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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상갑 Feb 12. 2016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사하는 날

2016년 2월 6일은 '이사하는 날' 이었습니다.

결혼을 하던 2003년 겨울에 내 소유의 신혼집을 마련했었으니.

거의 10여년만에 다시 2년후에 이사가지 않아도 되는 보금자리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2년 또는 4년마다..이사를 했더랬죠.

부동산시장의 변화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갓난아기에서 유치원생 그리고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가정환경의 변화에 따라 옮겨다니다 보니

자주 이사를 하게 되었었네요.


전학과 이사를 자주 다니며 컸던 나에게는 2년 또는 4년마다의 변화가 그리 낯설지 않았었는데,

이를 감내해야하는 아내에게는 몸과 마음 고생이었고,

지켜보시는 양가 부모님들께는 밖으로 표현하기 힘든 걱정이셨고,

따라다려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적응해야할 변화였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제 2년뒤에 이사가지 않아도 되(요)~"

아내는 내 집이라서 맘 편히 꾸밀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이사짐을 얼추 정리하고 나니 그간의 긴장과 피로가 풀리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쪼이는 유리창에 맨발을 올리고 나른한 졸음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방'이 주어졌습니다.

지난 집에서까지는 '침대방' '책상방'이 있었습니다. 자매가 잠자리와 공부를 같이 했었던 거죠.

이번엔 둘이 방을 나눠 가지기로 합의(?)를 하더군요.

자기방의 문에 본인의 방이라는 명폐로 스스로 만들어 붙이고, 나름 자기네 짐정리를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느라 설 연휴기간 동안 각자의 방에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내는 반대하는 것 일테지만, 아이들 각 방에 Wifi도 설치해 주었습니다. 아이패드 사용시간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혼날일이 생길테지만, 몰래 하는 것보다는 대화하며 스스로 적절한 사용기준을 익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에 감행(!)했습니다.

작은 서재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서재를 재탈환(?)한 것도 거의 10여년만 인 것 같습니다.

거실에 있던 PC, 복도에 있던 책장도 서재로 옮겨왔습니다.

나에게는 작은 독서와 학업의 공간이 생겼고, 아이들에게는 나란히 앉아서 PC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대가 되었습니다. 서재에 꽂혀있는 아이들 책을 거실의 책장으로 옮겨주고 거실에 있는 나의 책들을 옮겨와서 유형별 혹은 작가별로 책을 정리해보고 싶은데, 쉬운 작업이 아니라서 쉽게 손발이 움직여지지는 않습니다. 짧게 배운 '마인드맵'을 이용해서 내 서재 DB화도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 올랐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분당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은 이 집의 큰 장점 중 하나 입니다.

아침엔 저 너머 산에서 해가 떠 오르는 일출 풍경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겐 조금 더 넓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Wii를 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집에 오기를 참 잘했구나 싶은 것은 이사한 후에 집에 와보신 양가 부모님의 표정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2년 또는 4년마다 이사를 해야 하는 아들,딸의 살아가는 모습에 걱정이 많으셨던 것이죠. 그동안 크게 내색은 안하셨었는데, 10여년만에 다시 정착(!)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그간의 속마음이 다 나타나 보였습니다.

결혼생활 13년차.

나름 열심히 살아온다고 달려왔지만, 부모님께는 걱정을 드린 10년이었구나 싶습니다.

계산해보면 적어도 1년에 1평씩은 늘려가며 살아온 거 같아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 10년도 더 알차게 채워나가야 겠죠.


설연휴 시작하던 날에 이사를 하고, 거실 창밖을 바라보며 느꼈던 마음을 Brunch 첫 글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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