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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Apr 14. 2020

세상을 만드는 게임인데

세상을 등지게 만듭니다.

세상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말 그대로 재미로운 접근인데

정작 이쪽 게임을 즐기다 보면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어느새 밤낮이 바뀌어 있고, 순식간에 시간이 사라지는 타임머신 효과를 만나게 되니까요.

별것 아닌 게임 취미 생활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PC게임 분야에 있어서 시뮬레이션, 도시 빌더 게임 장르는 저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부여했지요.

PC를 1990년대에 맞추어 장난감으로 사용한 것은 본래의 목적, 포토숍과 3D 소프트웨어 구동이었지만 처음 목적과 달리, 그 정도 물건이면 이런 것들도 원활하게 돌릴 수 있겠지 않겠느냐?라는 주변 사악한 꾼들 유혹에 빠져 게임을 건드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에헤헤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심시티'였지요.

콘솔 게임기로 할 때와는 다른, 사악한 해상도와 진지한 구성에 음하하하 했습니다.

슈퍼패미컴으로 나왔던 [전설의 오우거 배틀]을 비롯한 수많은 명작들을 접한 이후에 여러 가지 전략 작품들을 건드려보게 되었지만 의외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들에 대한 감상들은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본래, 신규 작품이 PC게임 라인업에 올라오면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는 자신에 대한 회의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구매하면 뭘 하나, 끝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것은 굉장한 딜레마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것을 대충 정리해보면 PS1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이브 파일만 존재하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물론 재미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새로운 작품들이 클리어하기 전에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정말 어흐흑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엔딩이라는 것을 보기 어려운 시뮬레이션 장르, 시티 빌더 스타일을 가진 작품들은 새로운 부가 콘텐츠가 추가되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끝까지 즐긴다는 말을 하기 어렵지요.

심시티도 그렇지만 그나마 캠페인이라는 형태로 시나리오를 공략하는 작품 중 끝을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있습니다.



예, 가장 확실한 것이 이 [시저 3]였지요.

지금은 이래저래 한글 패치가 잘 되어 있는 구성이지만 처음 접했을 때는 뭔가 모르게 시티 빌더, 그것도 중세를 배경으로 한 구성이 참신했다는 것 때문에 에헤헤 했습니다. 실제 시저 시리즈를 접한 것은 '2'부터였지만 그래픽이나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패스를 했습니다.

그런데 3에 와서는 굉장히 있어 보이는, 은근히 심시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어서 건드렸더랍니다.

아시다시피 나름 게임을 건드리면 그 감상문을 적어놓고 하는데 이상하게 제 블로그에서 시저라는 작품 이야기는 없습니다.

예, 중간에 하다가 말았어요.

틀림없이 재미있게 했는데 시나리오도 끝까지 가지 않았고, 중간에 도시 만들기에만 열중을 하다 보니 그랬습니다.



그리하면 이후에 나온 [시저 4]도 제대로 했는가? 하면, 이게 또 그렇고 그렇습니다.

상당히 전략적인 구성이나 볼륨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역시 도시를 키운다는 것에만 열중하다 보니 샌드박스 게임만 줄곧 돌리다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몇몇 시뮬 게임은 스토리 같은 것 상관없이 지도 만들기, 건물 디자인하기, 뭔가 쓸데없는 것 해보기로 시간을 소모하게 됩니다.


대만 취미인, 일본 취미인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면, 육성, 도시 성장 시뮬레이션은 어느 정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만 끝을 본다는 것이 어려운 장르인 만큼 차라리 전략적 대결구도를 가진 시뮬레이션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커맨드 & 컨쿼 시리즈를 즐겨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전략, 대전 형식으로 큰 인기를 끈 타이틀이 있지요.

아니, 시리즈가 있지요.

예, [토털 워 Total War] 시리즈입니다.

이쪽도 어중간하게 대부분 건드려봤습니다. 가끔 블로그에 이야기도 했고요.

다만, 역시, 엔딩을 본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구분이 있습니다.

특히 '모드'라는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되면 정말 많은 곁다리가 나오기 때문에 정작 게임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PC게임으로서 시뮬레이션 장르로서 [홈 월드]가 큰 자취를 남겼지만 의외로 취미인 영역에서는 그 작품 자체보다 그것을 기반으로 한 [건담 모드]가 더 많이 회자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하겠지요.

참고로 [스타 크래프트 1]도 건담 관련 포트레이트 작품들이 꾸준히 있어서 이래저래 많은 이야기를 했더랍니다.

더불어 최근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면서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스텔라리스]에도 건담을 비롯하여, 스타트렉, 스타워즈, 은하 영웅전설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종족,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근래에는 유행하는 케모노 프렌즈가 당당하게 등장해서 또 재미있는 현실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토털 워 시리즈가 그러하듯, 전쟁이나 도시, 국가 성장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장르는 제법 게임이 많이 나왔습니다. 근래에는 얼리 액세스 형태로 개발되어 발매되는 게임들도 있어서 그중에 몇 작품은 은근히 재미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근래에 많이 회자되는 게임인 [배니쉬드 Banished]나 [라이프 이즈 퓨덜 Life is Feudal]도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은 플레이를 한 후에도 은근히 감상문을 정리해두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단순한 타이틀로서 완성되었다고 해도, 그 진행과 구성은 말 그대로 '끝이 없기 때문에' 어떤 감상 마무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덕분에 중세를 기반으로 한 작품 군 중에서 완벽하게 감상을 정리하기 어렵다는 말도 하게 됩니다.

가뜩이나 RPG는 갈수록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있어서 자꾸만 옆으로 새는 저는 엔딩과 인연이 먼 삶을 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에 이쪽 이야기가 나온 것은 [코삭 3]때문입니다.

최근에 확장용 DLC가 나오면서 또다시 건드려보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해외 취미 친구들과 이런저런 소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쪽은 은근히 마이너하고, 한글 패치도 진행되지 않아서 접근하는 분들이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전통적인 전술, 군단 몰이로 싸워갈 수 있는, (솔직히 전략보다는 물량공세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구성으로 볼 때 토털 워 장르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쪽은 정말 아날로그 하게 단축키 지정이 거의 없어서 열나게 손가락과 마우스 컨택이 필요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거시기합니다.

대부분 친절한 요새 게임과 비교할 때 정말 그렇고 그렇지요.

사실 3까지 나오면서 기본 공격키와 대열 키를 제외하고 부대 지정이 어렵다는 것은 은근히 그렇고 그렇습니다.

대단위로 군단을 만들어 진행하려면 좀 복잡하지요. 그래서 부대도 3개 이상 만들어 끌고 다니면 정말 화면 전환하느라 바쁜 게임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이 장르에서 전략 전술보다, 성 만들기에 더 열중하는 편입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게임 그 자체보다 새 지도 생성해서 지형을 만들고 이런저런 형태로 성곽을 조정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재미있어요.

TRPG때도 마스터를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무언가 모르게 상상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덕분에 [스트롱홀드]나 [세틀러] 같은 장르를 할 때도 게임보다 열심히 다른 짓을 하느라 진행이 느린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디렉트 X 12에 최적화된 전략 게임 [애쉬즈 오브 더 싱귤러리티 : ASHES OF THE SINGULARITY ESCALATION INCEPTION]까지 정식 출시되면서 이래저래 '게임 때문에 윈도 10을 깔아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도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타이틀 그대로 이런 게임을 하게 되면 틀림없이 세상을 만드는 게임인데 현실 세상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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