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원작을 넘어서는 마징가 세계
기본적으로는 코미컬라이즈 작품입니다만 초기 코미컬라이즈 작품치고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제가 보는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원작(나가이 고우 판)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스토리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원작 이상으로 세련되게 마무리된 작품 세계관 때문입니다.
원작 만화책보다도 이쪽 작품을 먼저 접했던 저로서는 이 작풍을 나가이 고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한국 만화 대본소에 깔린 해적판은 대부분 표지가 없거나 무적판권을 자랑하듯 이상하게 제목과 권수만 적혀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에 와서 다시 원작과 비교해보아도 이쪽 작품을 좋아하게 됩니다. 밝고 명망이 있는 곳에서 만화적 역량을 표현한 데즈카 오사무나 이시노모리 쇼타로, 요코야마, 후지오 와도 같은 작가들과 달리, 욕망에 가까운 그 모습을, 일본적인 표현을 완성시킨 나가이 고우 작품세계는 이러한 마징가를 비롯해서 다양한 작품세계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 1996
원작 만화, 나가이 고우판 마징가는 주간 소년 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서 1972년 10월 2일호부터 1973년 8월 13일호까지 연재되었던 반면 이쪽은 모험왕(冒険王)에서 시리즈로 이어져 등장한 만화입니다. 실질 분량도 이쪽이 더 많고 오우타판 [그레이트 마징가]나 ‘그렌다이저’와 이어지는 구분만 보면 더 멋지고 화려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쪽 작품을 해적판으로 먼저 접했는데 그 음산하고 색다른 분위기는 만화영화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달랐기 때문에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마징가 만화는 이 당시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도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독자적인 마징가 세계관을 창조한 쪽은 이 오우타판 뿐이라서 훨씬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여기서 소개하는 후타바샤판 책자 이전에 출시된 아키다쇼텐(秋田書店) 판 마징가와 그레이트 마징가를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책자가 나온다고 해서 고물이 된 책자를 후다닥 치워버린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후회했지요. 나름 그런 멋들로서도 기억할 수 있게 따로 자료를 만들어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2004
저는 봐둔 것이 있어서 나중에 이쪽 책자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하지만 초기에 나왔던 판은 일본에서 프리미엄이 붙어있더군요. 사실 그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분실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다시 구입한 것이 이 와이드판입니다. 제법 야무진 스토리를 떠나서 애들 만화 주제에 무게감이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오우타판을 더욱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도 나가이 고우판보다 이쪽을 더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만큼 매력적인 연출을 보여주니까 말입니다. TV판에서 나온 덜렁거리는 모습과는 또 다른, 진한 땀 냄새나는 싸나이 만화로서 연출된 구분이 많습니다.
작화는 사실 조금 대충 그려댄 것이 맞습니다. 비율이나 구성이 묘하게 엉거주춤하게 그려진 곳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력적인 마징가 Z의 세계는 오리지널만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접해보기를 권하는 만화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후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과 슈퍼로봇 만화 장르에 있어서 금자탑과 같은 원작과 비교를 해봐도 절대 꿀리는 구석이 없다는 점, 아니 어쩌면 원작 따위를 넘어서는 사악한 세계관 연출이 매력적인 마징가Z라고 하겠습니다. - 2009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