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만든 아이들의 세계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 세계명작극장 관련 포스트를 할 때 꺼내기는 했는데, 정작 요즘 시대에 들어 이 작품 자체를 알거나 보신 분이 드물기 때문에 감상 포스트를 정리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저도 포스트를 쓰면서 과거 이야기가 전부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보니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좀 걸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작품인 경우 어떤 장면, 어떤 컷, 어떤 음악 등이 쓰였는지 많이 기억을 하는 편이지만 그런 경험치가 무한하게 펼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래저래 과거의 추억을 재정리하는 시간을 찾아보게 되지요.
그리고 이 작품은 앞에서 말을 했던,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전 연령 대상 애니메이션 시리즈 기원으로 거론되는 '칼피스 만화 극장'이라는 구성을 예쁘게 보여준 작품으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근래에 나오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과 같은 서브컬처 타이틀이 추구하는 기본은 '오락'입니다.
물론 오락이라는 형태로 소비될 수 있는 아이템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아시아, 일본의 1960~70년대에 있어 TV용 애니메이션은 정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순식간에 일본 방송사, 스폰서, 그리고 다양한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흥행, 홍보사들은 기획에 있어서 굉장히 다양한 접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게 된 TV는 애들을 바보로 만든다, 공부를 안 하게 한다, 애니메이션은 비교육적이고, 쓸데없는 생각만 하게 만든다는 어른들의 편견과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부분은 일본과 한국에서도 크게 거론된 것이고, 애니메이션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을 보여주기 위한 구성으로 이런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기존 작품, 원작 소설이 가진 부분을 가지고 구성을 한다면 너무 교육방송 같겠지요.
참고로 일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안데르센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대한 추억은 대부분 1968년작 토에이 동화에서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합니다. 확실히 그런 구성을 통해 동화, 우화를 바탕으로 널리 알려진 교육적인 이야기의 주인공 안데르센을 이렇게 TV 시리즈의 간판으로 사용했겠지요.
특징만을 가지고 보면, 이후 TV 애니메이션 시장을 풍미하게 되는 세계명작극장의 한 기원으로 거론되는 작품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요정 같은 두 캐릭터가 안데르센 원작의 여러 이야기 세계를 소개합니다.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형태로 이 세계는 현실이고 그 세계,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태로 상당히 묘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의미로 보면 오리지널 구성이 많아서 동화를 보는 기분과 오리지널 작품을 보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방송되었을 때는 아직 대중 TV 장비가 흑백 구성이 많았기 때문에 흑백으로 본 경우가 많습니다.
마징가 Z도 흑백으로 보던 시절이니 뭐 다르게 말하기 어렵다고 하겠지만 이후 일본에 가서 몇몇 VHS 타이틀로 이 작품을 컬러로 보면서 묘하게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육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너리 알려진 동화작가의 작품들을 모아서 보여준다는 간판도 좋았지만 실제 이 작품 안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러 현실적인 교훈들은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감각적으로 예쁘게 구성된 캐릭터들은 더욱 매력적이라고 하겠지요.
작품 자체는 단편 에피소드를 1~2화에 걸쳐 전개하는 방식인데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이 1980년대에 활약한 작가라는 것을 생각해봐도 확실히 여러 작품과 구성이 무척 매력적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20세기가 인식하는 동화, 고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달리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특히 인어공주와 성냥팔이 소녀는 많이 거론되지요)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가지고 있는 원작 세계를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나게 표현한 작품은 드물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후 일본 TV 애니메이션 시장을 급격하게 활성 되어 SF와 판타지, 그리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 나타나면서 대단히 창작적인 구성이 많아지지만 여전히 이 작품이 가진 아기자기한 매력과 구성은 대단한 것이었다고 하겠습니다.
21세기가 되어 다시 보는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전에 세계명작극장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와 같이, 일요일 저녁 7시~8시 사이에 방송된, 황금시간대를 점령한 타이틀로서 1년 가까이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실제 저나 한국 취미인들에게는 어색한 부분이 있겠지만 관련 공책, 캐릭터 디자인이 포함된 문구들은 정말 잘 팔렸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오리지널 설정인 요정 캔디와 즛코(ズッコ)는 대단히 쾌활한 성격을 보여주면서 더욱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지요.
저도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보면서 알게 된 캔디의 등장 조건, 마법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마법 카드를 모은다는 설정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대학'이라는 곳으로 가기 위한 조건으로 보기에는 무척 유아스러운 부분이 넘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60~70년대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시대적인 설정이라고 하겠지요. 확실히 이런 부분은 지금에 와서 다시 돌아보면서 얻게 된 감상이라고 하겠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캐릭터에 대한 개성, 이해관계가 잘 보이기 때문에 저는 무척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만, 지금 시대의 산업, 캐릭터 디자인 문화에서 본다면 만들다 만, 덜 만들어진 캐릭터 같다는 농담도 하게 됩니다.
반면 채색 관련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굉장히 부드러운 파스텔 계열로 구성되어 지금과는 다른 맛깔을 보여줍니다.
캐릭터 움직임은 뭐 많이 알려진 그대로 변동 컷에 뱅크샷을 더해서 그렇게 풍성한 매력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워낙 흥미로운 원작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은근히 에헤헤한 감상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특이한 동화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역시 그 작품 배경에 깔리는 여러 가지 효과, 배경 미술인데 미적 감각, 그리고 센스가 정말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왜 일본이 독자적인 애니메이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하게 그냥 만들어가는 노동집약형 산업의 한 축을 말하면서 조금 안일하게 바라보는 경향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재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지요.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해갈 수 있었던 여러 바탕에는 그런 작품들을 꾸준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을 감동시킨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이 작품, 시리즈를 전부 돌아보는 것은 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대단할 것 같지 않으면서도 감상적인 면을 살짝 어루만져 주는 것을 보면 확실히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