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신 가론

데즈카가 생각한 미래

by 만보
z33.jpg

마신 가론

일본 / 魔神ガロン

SF

데즈카 오사무 (手塚治虫) 작화

COMIC MAGAZINE

1959년 7월 호 ~ 1962년 7월 호

월간 모험왕(冒険王) 연재

일반판 전 5권

문고판 전 3권

출판사 아키다 쇼텐(秋田書店)

스토리-감동 30 : 18

스토리-웃음 20 : 9

스토리-특색 10 : 7

작화-캐릭터 20 : 15

연출 10 : 6

Extra 10 : 5

60 Point = ♥♥♥

사실 저는 한동안 이 작품의 제목을 ‘마신 카론’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일본에 가서 책을 보다가 "엇?! 사실은 가론이었구나…"하는 감상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코흘리개 시절에 우리나라 만화방에서 보았던 만화가 첫 경험이었던 녀석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은 참으로 아련하게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1959년 7월부터 1962년 7월까지 연재된 작품으로 우주에서 온 거인 가론과 그 가론의 마음을 담당하고 있는 소년 픽크(ピック), 그리고 과학자인 시키지마 박사의 모험이 그려져 있습니다.

데즈카 작품 중에서 <W3>나 <마그마 대사>와 함께 계몽적인 SF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 중 하나로 좋은 인기를 자랑했지만 정작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영광을 얻지 못한 작품입니다. 좋은 드라마와 계몽성, 그리고 SF 적인 재미가 심심치 않았던 작품인데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알고 보니 기획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데즈카 프로덕션 재정상태가 좋지 않던가, 예산이 모여지지 않아서 제작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무시 프로덕션(虫プロダクション)에서는 이 작품은 [썬더 마스크 サンダーマスク]로 이어받아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하려 했지만 이러한 기획도 역시 수월하지 않아서 아쉽게 빛을 볼 수 없었다고 하는군요.

저로서는 잘 기억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이 책을 보게 되면 중후반부에서는 그림체가 좀 달라집니다.

이러한 것 때문에 당시 대리인이 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말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고인이 된 ‘일본 만화의 신’은 생전에도 찬성론과 비판론이 존재했지만 근래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적 해석에 있어서 데즈카 오사무 애니메이션 논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 등을 포함해서 합리적인, 그리고 나름대로 시대를 풍미한 그 작품들은 (엄청난 다작가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평가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철완 아톰]이나 [마그마 대사]에서도 패러디와 같이 등장해서 재미를 보여주었지요. 저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2004년에는 나가이 고우(永井豪)가 속편 [마신왕 가론 魔神王ガロン]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했다고 하는군요. 나중에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구한 책자는 아키다 문고(秋田文庫) 판으로 나온 것을 전 3권짜리입니다. 이전에는 5권짜리로 나왔던 것인데 구하는 것이 좀 그러했는데 문고판이라서 다시 구입을 했습니다. 문고판들은 아무래도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 2007


z34.jpg

사실 어느 정도 천재라고 해도 창작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완벽한 100% 창작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일본 만화산업 초기에는 분업 구성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만화작가 혼자 이야기를 생각하고 구성을 한 후, 그림으로 칸을 채워나가야 했는데 이게 참 그렇고 그런 부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뭐, 많은 이들이 아는 그대로 이 작품 중간, 후반부가 대부분 다른 작가의 도움으로 그려졌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지금 시대의 프로덕션 구성이라고 하겠지만 당시만 해도 까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하겠지요.

실제 저로서는 마신 가론이라는 캐릭터, 거대 인조 로봇의 구성을 잘 보여준 가론이 가진 개성을 무척 좋아합니다.

어떤 의미로서는 왜 검은 빤스를 입고 있는 스타일인가를 가지고 논해볼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SF라는 장르 상에서는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넘어갑니다.



z35.jpg
z36.jpg

실제 이 작품은 대단히 인기 있는 데즈카 작품군에 들어가면서 인지도도 높은 편인데 이야기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 그리고 이 작품에서 말하려고 하는 의미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까불지 마라, 방심하면 당한다는 직설적인 교훈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만큼 사랑하는 것을 아끼면서 살아가라는 의미이지요.

어떤 의미로 본다면 만화작가들은 대부분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그려나가는 부분이 있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암시하는 구성에는 대부분 사회비판이 꼭 들어가게 되고요. 그런 부분을 현실에서는 고쳐나갈 수 없기 때문에 불가항력에 가까운 힘, 여기서는 외계 세력에 의한 조정력이 등장했다고 하겠지요. 사실, 이런 구성은 데즈카가 그려온 여러 작품에서 뻔하게 보이는 패턴이기도 해서 조금 중복된 감도 있지만 소년 픽크와 마신 가론이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묘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상, 전집판에서는 그 시대상을 직접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데즈카 작품을 몰아서 본다는 의미로 기억하게 되지만 이후에 따로 구입을 해서 본 문고 전집판에서 초기 원작, 선데이 코믹스판 표지를 사용한 것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z37.jpg

저는 잘 인지하지 못했지만 의외로 이 가론과 픽크의 연동 구성은 거대 로봇 만화 작품에 있어서 한 축을 보여준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거대 로봇 병기로서 리모컨 조종을 받는 '철인 28호'와 달리 탑승형이면서 자율형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라는 점에서 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요.

일부에서는 요코야마의 '철인 28호'에 자극받아 나온 구성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인간형 병기라는 것이 꼭 필요한 구성인지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습니다. 여전히 장난감 업체의 야망이 깔려있는 현실을 본다면 반다이를 비롯한 장난감 회사가 병기 개발까지 하는 상황이 와야 가능한 미래이겠지만 데즈카를 비롯한 1950년대 이후 작가들의 머릿속에는 확실하게 거대 인간형 병기는 확실히 존재하는 미래라고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일본은 거대 슈퍼 로봇의 천국이 될 수 있었겠지요.



z38.jpg
z39.jpg

시대상만 바라보면 미래를 꿈꾸는 소년소녀에게 이런 암울한, 현실 비판적인 구성을 넣어도 좋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지만 대부분의 SF 장르 작품들이 그런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또 당연한 것인 것처럼 보입니다.

제목에 이름이 들어간 가론이 악역인가 정의의 편인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지요.

가론의 정체성은 요코야마의 만화 [마즈]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 실상 작가들의 아이디어, 사상 연동은 언제나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또한 거대 인간형 로봇은 당연하게 '병기'라는 것으로 인지하게 되는 이해관계도 너무 뻔한 것 같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일본 제일의 과학탐험 만화'라는 장르 타이틀을 달고 나왔었습니다.

특징적인 인간형, 게다가 상당히 성격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가론'이라는 캐릭터가 그냥 이렇게 단순한 로봇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아쉽지만 이후 수많은 공상과학 드라마에서 나온 완전한 병기지만 감성을 담당하는 소년과의 연결되어가는 구성은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 201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칠성이 유격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