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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May 04. 2016

여전히 취미문화는 마이너

대중문화라고 말하는 취미영역과는 다르게 소수 문화로 거론되는 것들.

다른 매거진에서 한 소리이지만, 90년대를 거쳐서 2000년대에 이르러 블로그를 통해 이런저런 취미를 한다고 포스트를 했더니 이상한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 정도 취미를 했다면(놀았다면) 이제는 어른일 터인데 아직도 그러고 놀고 싶냐?라는 것입니다.



제일 그런 것은 '이런 만화를 왜 보냐? 애들이냐?'라고 하면서 상대방을 깔보는 행동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태도이지요.

"만화 본다는 것은 어린애가 아니겠는가? 나는 좀 어른이니까 충고해주마."


확실히 만화책과 게임,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취미가 애들의 영역에 많이 속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여전히 제 블로그는 상당히 어리신 분들도 방문하고 계시니까요.

그렇지만 세월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세대, 더 젊은 세대에서도 여전히 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즐기면서, 게임을 한다는 것에 굉장히 큰 거리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세대가 다른 경우에는 어느 정도 시대적인 이해 감각이 다르니까 이해를 한다고 해도 같은 세대 사람들끼리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참 그렇지요.


물론 지금 시대의 전조(前兆)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운,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이라는 것도 있었다고 말이지요.

그런 소리가 나온 것이 2004~2006년 사이였으니 그분들도 지금은 사회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보면 취미를 수집하는 영역으로 이해하고,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변화도 있었지요.

과거에는 그런 부분들을 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누구라도 쉽게 자신이 가진 즐거운 추억들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80년대에도 그런 문화적 가치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장 복잡한 영역을 보여준 강남(서울의 한 지역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강을 중심으로 나누어 볼 때 이남지역에 대한 것) 아파트촌과 그 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 자신은 아파트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그 지역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적 가치관의 변화와 흐름은 여타 주변, 일반 지역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이었고, 이것은 여의도를 비롯하여 몇몇 지역 아파트에서 살던 취미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리얼타임에 가깝게 (약 한두 달 차이로) 해외 문물을 바로 보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에 속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정말 다른 것을 말하게 합니다.

제 경우에는 저보다는 어리지만 외교관(외국인) 아버지를 둔 한 취미 친구와 해외사업을 하시던 부모(이쪽은 어머님이 외국인)를 둔 취미 친구와 정말 친하게 지냈더랍니다. 그래서 취미 동호회도 만들어서 이런저런 것을 해보려고 했었고요. 그러다 친구 하나가 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그 모임은 해체되었지만 나름 제가 가진 좁은 취미 세계를 많이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일반 동네와 아파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영역이 조금 다른 것을 알게 되었지요.

등급이 아니라 문화적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과 문화여건이 충족된 삶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보니 은근히 그런 부분이 갈라지는 것을 저는 실감하게 됩니다.


어렸을 때 VHS대여점을 돌아봐도 보기 힘든 타이틀이나 해외 방송 녹화테이프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다 아파트촌 주변에 있었으니까요.


천지차이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그것 때문에 생기는 이해능력의 차이라는 것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서울, 똑같은 19XX 년 X월 XX 일을 살고 있는데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아파트 촌 안에 있는 과학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난감을 조립, 도색해서 파는 일도 했는데 굉장히 이해가 어려운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추억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장난감을 일일이 구입해서 조립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 본다는 재미'를 즐길 수 있었고,

아파트 촌의 아이들은 '귀찮은 조립'을 내가 해준다는 점에서 편하게 가지고 놀 수 있었지요.


단순한 이해 영역의 차이겠지만 저에게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감각을 확실히 알려준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추억이 있는 시대감각을 느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보지만 꾸준히 만화책이 가진 지위라는 것은 취미문화에 있어서 어중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블로그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너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꾸준히 기억할 수 있는 작품들에 대한 추억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게다가 그런 문화를 접한 아이들이 성장해서 문화의 근간을 구축하고 소비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시대가 흘러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추억거리 만들기, 취미생활에 접목되어 많은 것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참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2005년 당시 '비틀즈는 알아도 시카고는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좀 얼떨떨하기도 했습니다. 80년대 팝송을 즐겨 들었던 저로서는 참 묘한 감각이었지요.

심지어 비틀즈도 미국 팝 아이돌로 기억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에 또 기묘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른다고 해도 '검색'만 해봐도 될 일을 그것조차도 아직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지요.


지금은 서브 블로그 몇 개가 없어지고 (야후와 파란 블로그) 이후 통합작업을 거쳐서 연도 표기를 하는 포스트로 완성되었지만 당시에는 좀 너무 제 감상 기준으로 편하게 써두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는 그 시대를 경험했으니까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 다른 세대 취미인들에게는 전혀 이해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부분에 대한 취미 감상문도 그렇게 DB구성 표기를 통합하게 되었지요.

그래 봤자 마이너 취미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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