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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Dec 10. 2021

오디오 쇼에서 보는 것

본래는 들리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오디오라는 것은 말 그대로 소리를 내는 장치, 장비를 말하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해서 취미영역에 있어 '3대 악(惡)'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무척 미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3대라는 지칭은 과거에 있었던 것으로 지금도 영원한 3개를 선출하기 어렵다는 말을 합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오디오 자동차 카메라'로 불렸지만

과거에는 '낚시'나 '관광여행'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더불어 전자오락, '게임'도 그 영역에 들어갔다 나갔다 했지요.


사실 이 모든 기준은 그 소비되는 구성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라는 것.

특히 필요비용이라는 것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먹고사는데 필요한 것인가 하는 부분도 포함되지요.


우리들 생활을 기준으로 보면 컴퓨터 영역도 그런 구분에 들어가게 됩니다.

기본생활에 있어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고급, 비이이이이싼 부품으로 구성할 이유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부분을 놓고 이야기하게 되면 역시 필요악 이상의 존재로 거론됩니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취미영역에서 꾸준히 악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오디오랍니다.


이미 우리 시대에 있어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간편한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사운드 장비는 넘치고 넘칩니다.

게다가 1950~1960년대에 유행한 라디오 장비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어있기 때문에 고가의 오디오 장비라는 것이 필수품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영역에서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오디오 장비라는 것은 필수품 가운데 하나가 되어있습니다.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범위라면 사실 취미의 근본에 가까운 형태이지만 그 이상의 집착, 접근을 하게 되면 대부분 광적인 애증의 과정을 격렬하게 치르게 됩니다.


과거 이야기했듯이 저는 오디오 입문을 좀 이상하게 했습니다.

산업역군으로 해외에 나가 일을 하신 외삼촌이 번 달러로 구입한 오디오를 한국으로 들고 오셨습니다.

소리 나는 구멍이 하나뿐인 이상한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였지요.

해외에서 일을 하셔야 하니 맡겨둘 곳이 없어 저희 집에 두셨는데 앰프는 금방 팔렸나 봅니다.

그런데 이 이상한 구멍 하나뿐인 스피커는 제가 보기에는 좀 그렇고 그러한 외형 때문인지 안 팔려 방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삼촌이 해외에 나가 계신 동안 저는 유행하는 구멍수 많은 오디오 시스템과 이 구멍 하나뿐인 스피커를 교환해 놓습니다. 그런 물건을 취급하는 세운상가에서 그 구멍 하나뿐인 스피커를 바로 국내산 유명 제품, 구멍 3개나 달린 스피커에 최신 이퀄라이저까지 달린 시스템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름 자랑스러운 마음에 귀국한 삼촌에게 자랑했다가 옆에 있던 빨래판으로 두들겨 맞았습니다.

참고로 이 구멍 하나뿐인 스피커는 탄노이 스털링이라는 모델이었습니다.


아프게 시작한 것 때문에 소리 장비에 대한 접근을 새삼 마음잡고 시작했지만 어린 녀석이 기웃거리기에는 한국 오디오 시장, 점포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청음 하기 어렵다는 장비들은 돈을 들고 가 구입의사를 밝히지 않고서는 쉽게 들어보기 어려웠으니 그 수많은 장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기 어려웠지요.

그러다가 해외에 나가게 되면서 그 접근이 무척 쉬워졌습니다.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이리저리 해외를 돌아다닌 덕분에 틈틈이 여러 행사를 돌아다녀볼 수 있었고 덕분에 나름 좋아하는 소리, 장비, 브랜드라는 것도 경험하면서 방구석 취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AV, HIFI 그리고 PCFI영역으로 에헤헤하면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관심이 있을 때만 열심히 파고들지 이후에는 그렇게 쏟아붓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몇 년 단위로 활동 범위가 한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해오다 보니 이래저래 알아보는 것이 많았습니다.

장난감, 오디오, 자동차, 스포츠, 자전거, 특수장비 관련 행사는 여유가 될 때마다 들락거렸습니다.


뭐 뻔한 수순이지만 그 시대의 기준이라는 것을 찾아 듣고 다닌다는 것은 대단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탐구 작업입니다.

더불어 시간도 제법 많이 소비됩니다.

특히 좋아하는 음악 하나를 찾았는데 그것이 들려주는 감동이 오디오 장비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면 참 고심하게 되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장비들을 전부 구입해서 느낌 별로 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해외 유명 취미인 가운데에는 장르별, 구성별로 오디오 시스템과 방을 따로 마련해둔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 일반 취미인 수준에서 그렇게 하려면 어렵지요.

땅값 싼 지방 구석에 가서 음악 감상용 방 10개 정도 되는 집을 올리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 사운드 룸이라는 불리는 오디오 중심 구성을 맞추어 짖는 시스템이나 구성도 따로 있는 세상이니 못할 것은 없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소비해가는 자원을 생각하면 정말 그쪽에 미친 취미인이 아니라면 어렵지요.


그러면 그렇게까지 미칠 것도 아닌데 왜 오디오 쇼에 들어보러 다니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그 부분은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소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생각을 합니다.


초기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브랜드 제품군으로 구성을 맞추어 듣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모든 음악, 사운드가 만족스럽게 들리는가를 이야기해보면 좀 미묘한 답이 나오지요.

물론 공간, 시스템 에이징, 매칭에 따른 변화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만족할 수 있는 소리를 듣다가도 무언가 모를 조금 더 만족감을 높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를 위해 이런저런 장비들을 만나보고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오 행사, 이벤트, 쇼는 즐거운 여가의 한축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거친 미적 감각이라는 말도 하게 되는 하드웨어적인 접근은 조금 마니악하기 때문에 일반인 기준으로 생각해봐도 개인이 어떻게 하고 말고 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홈 오디오는 어느 정도 가구적인 측면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들을 보고 생각하면 복잡하고 굉장히 있어 보이는 구성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듣고 보는 것도 또 만족스러운 영역에 속할 수 있다는 말도 합니다.

아 그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그것을 바라보면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컴퓨터에 번쩍번쩍 빛나는 장비 달아놓는 심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외관에서 느껴지는 만족은 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즉 타인에게 보여주는 심리적 압박과 우월감, 그리고 즐거운 자기만족이라고 할 수 있지요.

더불어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은 시스템 운용, 엔진 소리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드라이버의 심리에는 소리가 주는 미세한 즐거움이 포함된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거칠게 구성된 프로, 업무용 장비들을 기준으로 한 오디오 장비들도 은근 매력적인 세계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엔지니어에 있어서는 자신이 추구한 소리를 정확하게 들려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니 능률과 성능을 기반으로 선택하게 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직관적인 구성에 소리가 마음속에 들어온다면 크게 상관할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겠지만,

저로서는 역시 그것들이 주는 고급감은 가격 대비 만족도를 위한 부수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법 비싼 가구를 들여놓는 경우에도 그런 경우를 가지고 비교하지요.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상식이라는 선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표현, 추구하는 음색 하나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 주로 금전적인 부분은 당연하다고 말을 하는 부분이 강하니까요.

대중적인 의식으로 본다면 합리적인 선택영역을 벗어나게 되면 취미에서 악습으로 바뀌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대단히 비합리적인 이유이면서 구성이지만 가격이 어떻다고 해도 나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지름의 세계에 있어서 당연한 수순이라는 말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가치를 못 느끼거나 맞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으면 되지요.



사실 21세기에 들어 장비의 기준 사양이 대단히 높아진 것도 있지만 최신 IT기술. 그리고 다양한 직종에서 영입된 회로 구성, 업체 기준이 남달라 지면서 특이한 형태로 발전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스톨 작업이나 구성이 업무적 성격을 강하게 반영했는데 근래에는 개인이 추구하는 개성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가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구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오죽하면 우주여행 다음으로 고오급 영역이라는 농담이 있겠습니까.


1980년대부터 이런저런 취미적 관심을 두고 접근했던 이런 소리 감상 취미는 음악적인 접근도 있겠지만 추억 어린 시대의 반영이라는 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라는 말도 가끔 나오는데, 사실 근래에 들어 다시 LP나 카세트테이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점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단, 사운드 믹싱, 레코딩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도 그런 부분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히 감각적으로 우수하게 다가오는 소리들을 들어보면 정말 현장감 넘치는 정겨움을 느끼게 해 주니까요.


과거 해외에서 여러 브랜드, 특히 전통을 잘아하는 것과 다르게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특이한 회로, 구성요소를 가지고 나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경우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술적인 부분은 사실 잘 몰라도, 당장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웠지요.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취미영역이기도 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인생에 있어서 즐기는 부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은 다르겠지만요.


개인의 경험과 주변 몇몇 분들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을 해보면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깨끗하고 정갈한, 자신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좋은 환경,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이고 이후에 정말로 좋아할 수 있는 음악, 노래, 소리를 찾는 것입니다.

사실 오디오 장비의 기준은 옛날 귀족들이 집안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연주자들을 불러 연주회를 여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디오 장비가 발달한 세상이라고 해도 직접 그 연주자가 바로 앞에서 들려주는 소리에 비해 좋을 수 없으니까요.


더불어 악기 관련에 조예가 있으면 더욱 그런 장비적 특성보다 소리의 결, 가슴으로 전달되는 소리의 향연에 더 주목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다 연주를 해본 사람은 그 현소리가 울리는 차이, 그리고 높은 테크닉과 울림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보면 컴퓨터 산업과 연계되어 발전된 구성도 많아졌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으로 높아진 구성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파수 특성을 비롯하여 제품군이 가지는 개성의 기준을 찾아보고 그것으로 가격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보는, 요새 스타일의 접근이 가능한 것이지요.

새로운 스마트폰, 컴퓨터가 나오면 그것을 가지고 이리저리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의외로 오디오라는 장비는 그런 부분을 가지고 논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요.

특히 프로 장르 군에 속한 영역도 사실 개인의 취향적인 접근이 달라서 회사마다, 레이블마다, 엔지니어마다 독립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고 해도 이런 고급스러운 기술 영역까지 가게 되면 그것을 가지고 떠들고 즐기면서 이해하는 과정의 고급자, 상급자 지향 사운드 구성은 대단히 이해가 어려운 부분까지 건드리게 되지요.


완전한, 완벽한 드라이빙을 위해서 백 여년에 가까운 노력은 지금 시대의 자동차, 운송기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완벽한 것은 사람, 드라이버에 따라 다르지요.

만족감이라는 부분을 스피드에 두는 사람도 있고 승차감, 편의성, 경제적 유지비 등에 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실제로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만 따지는 경우도 있지요.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애들은 언제나 찾아보고 다닙니다만 사실 실사용에 접근하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좋은 음악, 소리를 만나보는 것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테스트용 사운드와 일반 즐기기 위한 소리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소리도 하게 됩니다.

저는 주로 공간적인 매력과 그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주는 매력적인 선율에 매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 공연이나 악기 연주, 가수가 들려준 소리를 기반으로 그것이 주었던 감동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오디오쇼가 오랜만에 열리는 것 때문에 저도 에헤헤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래저래 만나보기 어려웠던 그런 것들을 잠시나마 만나볼 수 있어서 즐겁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근래에 자주 사용한 사운드 믹싱 테스트용은 이런 것을 기준으로 두고 있습니다.

유튜브용 영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떤 분위기를 말하는 것인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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