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나는 밤잠이 많다. 9시만 되면 플러그를 뽑은 듯 전원이 꺼져버린다. 잠자리에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내가 곧잘 말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대답이 성의없어진다고 한다. 서서히 졸려하는 게 아니고, 방금 전까지 깔깔 반응하다가 갑자기 ‘그래…’하며 장엄한 외마디를 남기고 잠드는 식이다. 꼬리는 종종 날 놀리며 ‘그래…’를 흉내낸다.
또 하나는 내가 음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먹는 거다. 특히 좋아하는 빵이나 떡을 먹을 때면 음식에 골몰하며 앞니로 조금씩 갉아먹곤 한다. 지리산에 온 이후 감에 미쳐 가을부터 겨울까진 대봉시나 곶감을 입에 달고 산다. 우리 집은 전기를 적게 써서 조명을 켜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루는 내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핸드폰 플래쉬로 곶감을 집요하게 비추며 갉아먹는 걸 보고 꼬리가 경악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