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꼬리는 레즈감별사다. 꼬리가 ‘저 사람 수상하다’하면 그 사람은 정말로 레즈일 때가 많다. 꼬리가 첫눈에 ‘저 둘이 뭔가 수상하다’하면 그 둘은 정말로 수상할만큼 붙어다니는 사이가 된다. 꼬리가 ‘저 사람도 레즈 같고, 이 사람도 레즈 같다’할 때는 그 두 사람이 과거에 연인이었던 적도 있다. 신기하게 꼬리 주변엔 레즈가 많다. 서울에 사는 꼬리 친구는 ‘네가 레즈를 모조리 지리산으로 데려간 것이냐’며 타박할 정도다. 나도 꼬리와 산 이후 ‘내 주변에 레즈가 이렇게 많다니’하며 새삼 놀란다. 내가 생각해도 꼬리가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레즈들을 다 지리산으로 데려왔다는 가설은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들릴 지경이다. 이렇게 말하니 다들 이 가설을 믿어버릴 지도 몰라서 과장을 자제해야겠다. 실토하자면 꼬리의 레즈감별촉은 망상일 때도 많다. 그래도 남들보단 타율이 높은 건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