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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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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Mar 25. 2024

꼬리부적

2024년 3월


나는 일 년에 두세 번은 크게 배앓이를 한다. 자정부터 동이 틀 때까지 화장실을 분단위로 드나들며 구토하는 식이다. 그 지경으로 아플 적에는 이상하게 꼬리가 없었다. 꼬리는 ‘왜 매번 하필 내가 집을 비울 때 아프냐’며 속상해했다. 거꾸로 말하면 난 꼬리가 있으면 안아프다. 잠들기 전 속이 좋지 않아서 ‘오늘 새벽에 혹시 토하는 거 아닌가’하고 불길할 때도, ’오늘은 꼬리가 있으니 괜찮을 것 같군‘하고 안심하곤 한다. 내게 꼬리는 부적이다.


오년 전 꼬리는 전동톱에 손등을 크게 베였다. 나는 인도에 머물 때라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 이번 달에 꼬리는 발목 인대를 다쳐 깁스 신세를 졌다. 내가 서울 일정으로 하루 집을 비웠을 때였다. 이쯤이면 나도 꼬리 부적인 게 틀림없으니 옆에 꼭 붙어있어야겠다. 아픈 발목 이끌고 출퇴근은 계속 해야하는 걸 보면 곁에서 보기 안쓰럽다. 꼬리도 ‘오늘은 칩코가 옆에 있으니 괜찮을 것 같군’하고 안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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