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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Aug 12. 2019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숨겨진 서울 (2)

한국의 현대사, Made in Korea가 태동했던 장소들

Excuse me, where is Insadong?


경복궁 - 안국 일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가족과 함께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분들이든, 친구들과 함께 케이팝 스타 배지를 붙이고 돌아다니는 분들이든, 그들에게 인사동과 경복궁, 북촌은 꼭 빠지지 않는 관광코스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그 세 곳 외에도 더 많지 않은가!


혹시 해외에서 지인이 놀러 와 인사동을 어떻게 가는지 묻는다면, 그와 함께 조금 더 깊은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숨겨진 서울 두 번째 편, 한국 현대사의 현장들을 소개한다. 급격한 산업의 발달은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고유의 주름들을 만들었으며, 이 주름들은 지금도 서울 곳곳에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에 소외되어 꽁꽁 감춰져 있는 곳이든, 지금까지도 한국만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 곳이든, 혹은 근래 폭발적이었던 뉴트로 붐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곳이든 - 한국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이어도, 방문객들에겐 그 어느 곳보다 이질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곳을 네 곳을 골랐다.  




세운상가

: 한국 모던의 야심 찬 기획, 한국 2차 산업의 새로운 기회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한 3줄 요약:

"세상의 온 기운이 모여라"라는 뜻의 한국 최초 주상복합. 
1960년대 말, 서울을 더 모던한 곳으로 바꾸고자 한 야심 찬 도시 기획이지만 실패함. 
한국 전자 산업의 핵심지가 이 곳이었고, 현재 메이커 스페이스로 재탄생을 꾀하는 중.
출처 :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6/77836

다양한 공구와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세운상가는 요즘 핫플로도 부상한 지 오래. 하지만 작가와 사장님들, 힙스터만 방문하는 곳이 아니다. 세운상가의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정말! 낯설고 신기한 곳이다. 어쩌면 한국 그 어디보다 더!


세운상가는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지상엔 보행자와 차가 지나다니는 곳을 나눴고, 건물 위엔 종로와 종묘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광장을 만들었다. 전쟁 이후 형성된 판자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서울 시에서 야심 차게 계획한 건물이었다. 지하 주차장에서 아파트, 광장, 상가 안 우체국과 은행까지 - 가히 “세상의 기운이 다 모이라”는 마음에 이름을 지어줄 만큼 당시 서울이 꿈꾸던 근대 미래였다. 하지만 1967년 첫 상가가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남이 개발되고, 세운상가의 원동력이 되었던 전자 상가가 용산전자상가로 옮겨 가며 쇠퇴하게 되었다.

2017년 세운상가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 제조 산업의 혁신지’로 재탄생하였다. 세운 상가의 장인들을 연결해주는 기술 중개 플랫폼, 젊은 메이커들을 위한 공간 등을 제공하며 새로운 제조 산업의 흐름을 이끌고자 한다. 


세운상가에 방문한다면 “세운 전자 박물관”을 들려 세운 창작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고 만지길 바란다. 

세운상가라는 독특한 건축 구조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도 정말 특별하지만, 서울의 2차 산업이 한 상가 안에, 그리고 그 주변 을지로 일대와 함께 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정말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광경이다. 상대적으로 메이커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런 친구들에게 “세운 전자 박물관”은 세운 상가 제조업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지만 알찬 공간이다. 상가의 역사를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눠 기술자들의 역사와 물건들을 전시했다. 백남준의 작품을 함께 만든 기술자 선생님이 수리하신 물건에서 3D 프린터로 출력한 의수까지 세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3세대 섹션에 전시되어 있는 현 메이커들의 제품은 설명 리플릿에 현재 작업하고 있는 상가 번호가 적혀있어 직접 찾아갈 수도 있다.

세운 전자 박물관 내부

외국인 친구와 관람 TIP:  

-  건물 아래 인도 걷기 > 대림상가 1층에서 노래방 > 세운 전자 박물관 방문 > 세운 전자 상가 구경 > 옥상 방문  

- 옥상으로 올라가면 종묘와 종로가 한눈에 보여 서울을 소개해주기 좋다.  

- 대림상가 1층은 노래방 기계를 파는데, 사장님들께 양해를 구하면 기계를 틀어 사용할 수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팁입니다. 


함께 가면 좋은 곳  

- 호랑이 카페: 대림상가 3층 데크에 있는 라떼 맛집. 입구가 예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다. 사람이 자주 붐비니 테이크아웃으로 가지고 나가도 될 것 같다. 

- 끽비어컴퍼니: 대림상가 3층 데크에 있는 수제 맥주 집이다. 자체 맥주도 훌륭하다. 

- 종묘: 3층 데크를 대림상가에서 세운상가까지 훑은 후 길만 건너면 종묘를 방문할 수 있다. 




동대문 부자재 상가
: K-패션의 만들어지는 현장 엿보기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한 3줄 요약:

동대문 종합시장은 한국 의류 시장에서 원단과 부자재 공급을 하는 곳
전국에서 여기로 모여 부자재 도매, 소매로 거래함
복잡하고 재료가 무척 많으니 계획 후 정해진 예산으로 방문하는 게 좋음. 
출처 : https://blog.naver.com/lily902/221597590387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꼭 해보길 권하는 이색 경험이다. 동대문 종합시장은 1969년에 개장하였으며, 개장 당시 ‘동양 최대의 쇼핑몰’로 부상하였다. 동대문 시장은 서울 의류 시장에서 원단과 부자재 공급이라는 명확한 역할을 갖고 있으며, 동대문 상가와 인근 통일/ 동화 상가에서 한국 패션이 시작, 제작, 판매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대문 상가 5층은 부자재를 전문적으로 파는 층이다. 섬유 및 의류 관련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팔찌, 귀걸이 등에 사용되는 부자재에서 핸드폰 케이스, 요즘 유행하는 슬라임, 에어팟 키링 등 각종 생활 액세서리 재료를 판다.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재료를 골라 직접 액세서리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층 전체를 아우르는 동대문 부자재 상가 쇼핑은 꽤 복잡하다. 전국에서 패션 아이템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흥정과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첫 방문객도 쉽게 즐길 수 있고, 서울 한복판에서 패션의 도매와 소매가 같이 이뤄지는 이 신기한 곳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sis1234/221601644869

외국인 친구와 방문 TIP  

예산을 정하고 가자. 부자재 하나에 200원 ~ 2000원 하는 편이지만, 워낙 상가가 크고 매장이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담다가 과소비할 가능성이 크다. 현금으로 미리 뽑아가 예산 안에서 쇼핑을 하자.  

- 무엇을 만들지,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방문하자. 서술했지만, 워낙 매장도 사람도 많은 곳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잃기가 쉽다. 무엇이 필요한지 사전 계획 없이 방문한다면 쇼핑 후 구매한 물건들로 예쁜 액세서리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 많이 구매하면 적당한 흥정도 가능하다. 외국인 친구를 도와 가격을 조금 깎아보자.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  

- DDP : 워낙 관광지로 유명한 DDP니, DDP에 갈 때 동대문 부자재 상가를 함께 방문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복합 문화 공간 DDP는 언제나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 신당동 떡볶이: 고추장 떡볶이의 원조격이 신당동에서 시작한 마복림 할머니의 떡볶이다. 동대문 부자재 상가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니 쇼핑 후 친구와 함께 방문해도 좋다. 맛도 그렇게 맵지 않다.  

- 전태일 기념관: 창신동과 동대문 일대의 패션 산업에겐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봉제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없었던 때,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전태일 청년이 있다. 전태일 기념관은 서울 을지로 3가 역에 있다. 무척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2019년 3월 서울에 개관이 된 만큼 함께 방문한다면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동묘 구제시장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즐기는 다이내믹한 중고 옷 장터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한 3줄 요약:

뉴트로 유행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부상하고 있는 핫플레이스
구제 옷과 각종 상품을 파는 재래시장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옷을 구할 수 있음 - 다만 약간의 모험 정신이 필요함!
출처 : https://www.chemidream.com/1895

동묘역 3번 출구로 나가면 펼쳐지는 서울 속 또 다른 세계. 세상 모든 것이 이 곳으로 모여 시끄러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다. 동묘 구제시장은 연중무휴, 오전 10시부터 약 7시까지 (해 지기 전 마감하신다) 영업하고 있다. 매장마다 조금씩 상이하다. 워낙 미디어를 통해서도 많이 소개된 동묘 구제시장은 빈티지룩, 복고룩을 표현하고 싶을 때도 당연, 윗 어르신 세대의 문화를 외국인 친구와 함께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동묘는 쉽게 말해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다. 1980년대 이 주위로 고미술품 상점들이 들어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벼룩시장이 형성되었다. 지금까지 광장시장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구제 시장이며, 현재 이 곳은 저렴한 옷을 찾으러 온 사람들,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페피들, 친구들과 함께 마실 나온 어르신들 등 다양한 종류의 사람과 세대가 모이는 다이내믹한 현장이 되었다. 


한쪽에선 옷 산을 쌓아 옷을 무더기로 선전하고, 다른 한쪽에선 식혜와 믹스 커피를 판다. 청계천 방향 골목엔 각종 골동품 가구와 중고책이 즐비해있다. 동대문 쪽 큰 길가에선 시계와 지갑을 판다. 할아버지들이 길가에 앉아 헌 책을 훑어보시며, 중장년층 세대는 레코드 판을 뒤지며 옛 가요를 찾고 있다. 가장 최신 유행 패션을 걸친 젊은이들은 옷 산을 밟고 올라가며 노다지를 찾는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거나 힐링하며 관광을 하고 싶은 외국인 친구에겐 조금 부담스러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색다른 쇼핑 경험을 원하거나 도전 정신이 있는 친구에겐 분명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외국인 친구와 관람 TIP
- 길거리 노점과 오래된 옷 무더기, 골목마다 즐비한 옷걸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에겐 조금 하드코어 한 코스일 수도 있다. 친구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준 후 함께 가는 것을 추천한다. 

- 친구가 많이 갈수록 좋다. 다양한 옷을 입어보고 입혀보며 서로 조언을 해주면 더욱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

- 창신동 문구 완구 시장 : 6호선 동묘 앞 역 6번 출구 방향엔 숨겨 왔던 동심을 깨워줄 문구, 완구 시장이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 서울의 역사를 체험하고 살 수 있는 마을이자 박물관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한 3줄 요약:

원래 이 곳은 광화문과 비슷하게 생긴 조선시대 서울의 서쪽 문이 있었음. 
역사가 깊은 땅이지만 현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아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었음. 
서울시에서 옛 마을의 모습을 살려 박물관이자 테마파크를 만들었음. 
출처: http://dmvillage.info/sub/intro/story.php

돈의문은 서대문의 또 다른 이름이다. 동시에, 한양도성의 문 중 현존하지 않는 유일한 문이다. 조선시대, 돈의문이 세워지며 그 안쪽엔 동네가 형성이 되었고, 이 동네는 새문안골, 새문안 동네라고 불리었다. 사대문 안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광복 이후 이 곳은 과외방의 중심지가 되기도, 식당 골목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낙후로 인해 공원으로 전면 재개발될 예정이었지만, 역사적 가치와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원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낡은 건물과 골목들을 보수한 이 곳은 2019년, 서울의 역사를 담은 하나의 마을형 테마파크로 재탄생하였다. 


돈의문과 서대문 지역에 대한 역사를 담은 역사관은 물론,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한옥, 6080 세대의 추억이 살아있는 아날로그 감성 공간 등 하나의 마을이 박물관이 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공간 자체를 체험하는 것에서부터 전시관을 둘러보거나 전통 한지 공예 체험을 하는 것 까지 -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근현대 한국의 생활 모습을 이해하기 좋은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기에도 너무 좋은 공간이다. 한옥이나 복고 패션으로 차려입고 방문하면 친구들끼리 골목에서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다. 골목실을 누비며 오락실, 만화방, 사진관을 방문해보자. 게임도 하고, 만화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서울 시간의 겹을 층층이 즐겨보자.


사진 김상수 (@snap.arang)

외국인 친구와 관람 TIP:  

-  80년대 복고 스타일로 입고 와 골목에서 사진을 남겨보자. 전 날 동묘에 들려 복고풍으로 옷을 미리 맞춰도 좋을 것 같다.   

- 오락실에서 다양한 게임들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친구와 함께 2P 게임을 즐겨보자.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

- 서울역사박물관: 돈의문 박물관마을 바로 옆에 서울역사박물관이 있다. 

- 강남면옥: 길만 건너면 바로 보이는 냉면집. 함흥냉면 전문이다. 

- 광화문광장: 광화문 광장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자료 조사:


"다시, 세운 프로젝트", 월간 디자인,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6/77836

"‘49년 만에’ 전태일 기념관 서울에 들어서···20일 사전 공개",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3191017001#csidxc474b78fe54efccb0912f415e459c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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