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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Jul 30. 2019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숨겨진 서울 (1)

조선시대 왕실 문화를 재발견하기 위한 세 곳

Excuse me, where is Insadong?


경복궁 - 안국 일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가족과 함께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분들이든, 친구들과 함께 케이팝 스타 배지를 붙이고 돌아다니는 분들이든, 그들에게 인사동과 경복궁, 북촌은 꼭 빠지지 않는 관광코스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그 세 곳 외에도 더 많지 않은가!


혹시 해외에서 지인이 놀러 와 인사동을 어떻게 가는지 묻는다면, 그와 함께 조금 더 깊은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그 중 첫 번째, 조선시대 왕실과 사대부 문화를 더 알고 싶은 친구를 위한 곳들이 있다. 너무 진부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곳이며, 외국인 친구가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3줄 요약과 관광지 근처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도 첨부한다.




창덕궁 후원
: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선시대 조경 철학을 볼 수 있는, 조선 왕실의 아름다운 정원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한 3줄 요약:
 
우리나라 현존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불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조선 건축 철학을 볼 수 있음
“비원”은 일제강점기 때 붙여진 이름이며, “후원”이 정확한 명칭
문화재청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후원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그중 가을이 제일 빼어나다고 한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들어가는 입구도 경복궁에 비해 작고, 덕수궁처럼 서울 주요 시설 앞에 있는 것도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친다. 하지만 조선 궁궐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창덕궁과 창경궁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창덕궁 후원은 과거 왕실의 휴식처로, 300년이 넘은 거목과 연못, 정자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조선 조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비원’으로 알려졌지만 정식 명칭은 후원이며, 다만 가히 “비밀스러운 정원”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귀하다고 생각한다.


원을 방문하면 산속 숨겨진 무릉도원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조화를 이루는 조선 조경 철학답게, 깊은 산세를 살려 그 안에 다양한 모양의 정자와 연못을 조성했다. 산책로를 따라 산 아래 정원으로, 언덕 위 동궐(창덕궁과 창경궁을 일컫는 말)이 보이는 전망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조선 왕조가 사랑했던 풍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층이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이고 2층이 부용지를 내려다보는 주합루다. 정조가 이 곳에서 학자들과 공부하고 놀았을 것을 상상해보자. 


외국인 친구와 관람 TIP:  

-  후원에는 가지각색의 모양과 이야기를 담은 정자들이 있다.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 육각 겹지붕의 존덕정, 연꽃을 사랑한다는 이름을 가진 애련정… 돌아다니며 어떤 정자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한국의 조경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모두의 마음속 숨겨왔던 정자 취향(?)을 알 수 있다.  

-  본인에게 익숙한 정원과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고,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포인트를 짚어주며 (후원의 높낮이 변화, 인위적으로 심지 않은 나무들 등) 조선시대 미감에 대해 알려주자.   

부용정, 존덕정, 청심정, 청의정, 애련정

관람 방법:  

창덕궁 후원은 전각 입장료와 별개로 따로 표를 구매해, 정해진 시간에 해설사와 동행하며 관람할 수 있다.

한국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해설이 있으니 외국인 관람객이 가기도 좋다. 예매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 관리소 홈페이지 간편 회원가입 후 예매할 수 있다.
(요금 : 성인 5,000원, 소인 (만 7세 - 18세) 2,500원)


함께 가면 좋은 곳:  

-  창경궁 : 창덕궁은 창경궁과 연결되어 있으며 후원 입구 바로 옆에 창경궁 출입구가 있다. 창경궁 대온실과 출입구가 가까워 같이 가기 좋다.

- 서울 돈화문 국악당 : 창덕궁 돈화문 (정문) 바로 건너편에서 국악 공연을 하는 국악당. 과거 주유소였던 부지를 자연 음향으로 국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대학로 : 창경궁 입구는 서울대학교 병원과 대학로로 통한다. 저녁에 혜화에서 연극을 보면서 마무리하면 어떨까?





서촌 - 수성동 계곡과 정선

: 조선시대 문인들이 풍류를 즐기고,

정선이 조선시대 고유의 화풍을 만든 현장으로 뛰어들기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한 3줄 요약:

경복궁 옆, 살아있는 옛 서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동네
조선시대에 문인들이 주로 거주한 역사가 깊은 동네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겸재 정선의 “수성동”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수성동 계곡
서촌 일대를 찍은 사진

경복궁에서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발길을 틀자! 지도에 배화여대를 검색해 안으로 들어가면 인왕산 품에 폭 안긴 문인의 동네, 서촌이 나온다.


요즘 서촌은 내국인들 사이에도 삼청동을 잇는 예쁜 카페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해졌다. 북촌에 비해 관광지 개발이 덜 된 서촌은 옛 건물과 골목들이 그대로 살아있어 서울의 옛 정취를 느끼기 좋다.

뿐만 아니라, 서촌은 조선시대에 주로 의관이나 역관, 예술가 등 다양한 문인들이 모여 산 곳이라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역사 깊은 곳이기도 하다. 서촌에서 볼 수 있는 인왕산의 빼어난 절경과 수성동 계곡은 과거 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조선시대 고유의 화풍,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개척한 겸재 정선이다.

서촌 언덕 위로 올라가 보면 서울 한복판에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조선 초기와 중기에는 중국의 화첩과 화풍을 본떠 그린 그림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조선의 자주의식이 발달하며 문인들 사이에선 주변 자연과 환경에서도 ‘참된 이상적인 경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발굴해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이 진경산수화다. 이를 개척한 겸재 정선도 서촌 풍경의 참된 경치를 표현하고자 하였고, 대표적인 그림이 바로 국보 216호인 "인왕제색도"이다.


서촌 언덕 가장 위로 올라가면 골목과 집이 멈추고 산이 시작되는 곳이 있다. 바로 정선의 “수성동(水聲洞)” 그림에 등장하는 수성동 계곡이다. 원래 이 곳엔 아파트가 있었는데, 철거를 진행하면서 과거 계곡의 모습을 복구한 의미 깊은 곳이다. 현재 계곡 안에 들어갈 수는 없으나, 계곡을 둘러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정선의 “수성동(水聲洞)” 중 일부


외국인 친구와 관람 TIP:      


- 가고 싶은 관광지를 어느 정도 둘러본, 여유가 있는 친구를 데리고 가자. 경복궁역에서 수성동 계곡을 목적지로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군데군데 들린다면 반나절 정도 잡아도 괜찮다. 지금까지 본 서울과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자.   

- 정선의 “수성동” 그림을 보여주고 그 모습을 실물과 비교해보자. 진경산수화는 실경산수화와 다르다 - “실제 모습” 보단 주위에서 발견한 “참된, 가치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 진경산수화다. 정선에겐 계곡의 어떤 모습이 표현할만한 참된 가치가 느꼈을까? 친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관람 방법:      

경복궁역 2번 출구 혹은 1번 출구로 나가 북쪽으로


함께 가면 좋은 곳:  

- 경복궁 : 서촌쪽으로 향한 영추문이 작년부터 개방해 쉽게 출입이 가능하다.  

- 연정 : 청와대 근처 갈비찜 맛집이다. 

- 통인시장 : 서촌의 전통시장. 엽전을 구매해 시장 음식으로 도시락을 꾸려 먹을 수 있다.  





덕수궁 석조전
: 서양 문물을 수용하며 생활양식을 바꾼 조선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친구에서 설명하기 위한 3줄 요약:

근대 조선이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주체적으로 바꾼 황실의 모습
1910년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황실은 오래가지 못함
최근에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음



덕수궁을 간다면 석조전을 빼놓을 수 없고, 석조전을 간다면 대한제국역사관을 못 보고 갈 수 없다. 석조전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황궁의 정전으로 만들어졌으며 내부에 점견실과 대식당, 침실, 서재 등을 갖춘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이다.


석조전은 계단에서 사진 찍기도 좋지만, 정면을 바라본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대한제국 시기 역사와 유물들을 전시한 ‘대한제국역사관’이 나온다. 입구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방문객들이 지나치지만, 친구와는 꼭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대한제국역사관을 통해 1930년대 이후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던 석조전의 원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대한제국의 생활사와 근대의 정치, 외교, 의례, 황실사가 전시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서양 왕실의 모습이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오얏꽃 문양들에서 대한제국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친구와 관람 TIP:  

-  아쉽게도 외국어 해설은 없지만 전시 팻말이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 문화가 융합되는 지점에서 본인의 나라와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소감을 물어보자.  

-  대한제국 시기는 영국, 러시아,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들과 충돌 혹은 교류가 있었던 시기다. 친구가 아는 당시 본인 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며 관람해보자.  


관람 방법: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 관리소 > 예약신청 >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관람

에서 예약 후 해설사와 함께 동행

외국인, 65세 이상 어르신에 한해 현장 예매도 가능하다.


함께 가면 좋은 곳

- 돈의문박물관마을 : 서대문 안 최초의 마을, 60-70년대 과외방 집결지역, 80년대 이후 골목 식당의 명소였던 이 곳은 원래 재개발과 함께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으나,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시관, 한옥, 7080 골목이 살아있는 하나의 체험형 '마을'로 재탄생하였다. 복고 패션으로 입고 가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4관 중 하나로, 국내외 근대 미술 전시를 주로 연다.

- 청계천 : 덕수궁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청계광장이 있다.






사진 출처 :

창덕궁 후원 관람정 : http://bitly.kr/T0Fwrl

창덕궁 후원의 정자들 :http://bitly.kr/WoDLZ4e

수성동 계곡 : https://babodool.tistory.com/207

서촌 일대 사진 : http://bitly.kr/DcfpAl

덕수궁 대한제국역사관 내부 사진 : http://www.deoksugung.go.kr/c/introduction/3


자료 내용 출처:

"[서울이야기] 동궐(東闕) : 창덕궁과 창경궁" - 서울역사연구회, http://bitly.kr/o49xXa

"창덕궁 소개"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 http://bitly.kr/Qah6jr

"한국 최고의 정원, <창덕궁 후원>에서 만나는 특별한 정자 8곳" - 서해문집 네이버 포스트, http://bitly.kr/rq8cpz

"[서촌] 서촌을 유람하다, 서촌별곡" - 트래블아이, http://www.traveli.co.kr/read/contentsView/1698/0/41/0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 http://www.deoksugung.go.kr/c/introduction/3

"진경산수화는 '실제 풍경'과 달랐다"- 한승동 선임 기자,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862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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