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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Mar 03. 2017

코리안 스타일 로스터리 방유당(芳油當)을 가다

우리 먹거리에 이야기 더하기

이 전 발행된 글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최근 들어 한국 고유의 먹거리와 농산물에 이야기와 디자인을 더하여 브랜딩 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로고타입을 모던하게 바꾸고 패키지를 새로이 디자인한다거나 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판교 운중동에 위치한 코리안 스타일 로스터리, 방유당(芳油當)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방유당은 '청춘기름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지인에게서 듣기로는 부모님께서 하시던 기름사업을 그 딸이 이어받으면서 모던한 감성, 그리고 재해석된 이야깃거리를 더하였다는 것이었다. 사실, 매 달 열리는 도시형 농부마켓 '마르쉐'에만 가더라도, 부모님이 하시던 농사나 먹거리 사업을 새롭게 리뉴얼하거나 재해석하여 현대 소비자와 더욱 가깝게 소통하려 노력하는 마음씨 따뜻한 딸, 아들들이 보이기도 했다. 가업과는 상관 없이 전문직을 목표로 수능 투혼을 해야만 했던 필자의 세대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 마치 3대째 내려오는 도쿄의 라멘집을 방문했을 때 느낀 그 묘한 존경심처럼 -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통기름 로스터리 전문점 방유당


방유당은 커피에나 적용될 만한 '로스팅', '로스터리'라는 영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볶다'와 똑같은 뜻인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준다. 커피와도 같이, 기름의 원료로 사용되는 깨는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맛과 향, 색이 결정되게 되며 이로써 우리가 '고소하다'고 느끼는 참기름, 들기름의 특징이 표현되는 것이다. 


방유당은 이 곳에서 오랜시간 간과되어 온 한국적 기름에의 공감과 이해라는 가치의 혁명으로 우리가 만드는 혁신의 흐름을 전달하며 한국적 참기름과 들기름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만들어가고자 한다.



판교도서관 근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방유당은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기름 향이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마치 참기름을 바르는 순간 김밥이 몇 배는 더 맛있어지는 것처럼, 기름 향을 맡자마자 없던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공간은 깔끔한 현대식 커피숍이나 다를 바가 없다. 테이블은 5개 정도, 작은 공간이지만 테이블 간의 간격이 널찍하며, 가게의 삼면이 꽉 차게 배치된 유리창을 통해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쬐고 있어 점심시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유당의 내부


방유당 안에는 식사를 위한 테이블과 의자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방유당만의 이야기와 철학, 우수한 기름 제품들을 직접 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벽면과 카운터 앞쪽에 제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제품들이 커다란 가격표를 달고 '나를 좀 사주세요'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이 이야기의 일부에요' 라고 하듯 얌전히 앉아있는 듯한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벽면의 찬장을 비롯한 공간을 이용하여 조용히 제품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식사를 하고 나가는 길에 한두 품목을 구입하거나 선물용으로 구매해갈 수 있도록 매장의 입구 쪽에 비치되어 있었다. 패키지 디자인과 포장된 방식 또한 소비자들이 본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도 내용물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이야깃거리와 함께 직접 시식해볼 수 있는 공간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인터넷 상으로, 혹은 마트에서 맛을 짐작하면서 구매하는 것과는 신뢰도와 브랜드 신용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야말로 소비자의 경험을 고려하는 것, 이는 앱 등의 디지털 서비스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방유당의 노력 덕분에 재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먼 길을 와서 직접 음식을 맛보고 공간을 즐기고 가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


방유당 내부에 비치된 제품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손님들이 방유당의 맛깔 난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메뉴를 보고 있었다. 방유당의 음식은 참기름, 들기름이 사용되는 음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류와 비빔밥류, 구이류와 들깨탕, 샐러드 등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메뉴가 대부분이지만, 집에서 먹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음식들이었다. 대부분의 음식은 그 안에 들어간 재료들과 어울리는 기름과 페어링되어 나오는데, 마치 해산물에는 화이트 와인, 고기류에는 레드와인이 나오듯이 음식과 기름과의 마리아쥬를 제안해주는 것 같아 신선했다. 뿐만 아니라, 이 날 주문한 모든 메뉴에는 만든 이의 자부심과 세심함이 잔뜩 깃들어 있었다. 



사실, 아무리 이렇게 공간을 구성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의 깊이를 도모하고자 한 들, 방문 이후에 여운이 남아있지 않다면 이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방유당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음식들 또한 우리가 집에서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익숙한 메뉴들이었고, 마치 입 안에 우주가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의 진짜 가치를 끌어내어 이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 자랑스러움을 가득 담아 마련한 공간과 손수 만든 음식과 기름 때문이 아닐까? 조용한 곳에서 묵묵히 우리의 것을 지켜가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지나가는 유행처럼 소란스럽고 눈에 띄지 않아도, 방유당은 우리가 어찌보면 당연시하고 외면해 온 우리의 것들에 나날이 가치를 더해가고 있었다. 


필자도 한 때는 파스타와 피자가 좋았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프렌치토스트가 곁들여진 브런치를 먹는 것을 즐겼었다. 하지만 뒤 돌아서면 무언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남아 있어, 마치 우리가 자주 접해올 수 없었던 것들이기에 무조건적으로 가치를 더 부여한게 아니었나 라는 느낌이 들이 시작했다. 우리가 구하기 어렵고 잘 만들기 어렵다고 해서 그 것이 우리의 것보다 더 가치가 있을까? 이렇게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색다른 음식과 커피숍을 찾으면서도, 여행이라도 가면 사실상 떠오르는 건 우리 음식, 우리 문화가 아니었던가. 끊임 없이 해외 브랜드, 해외 음식점들이 서울을 점령해 가고 있는 실정에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방유당과 같이 우리 땅에서 나고 만들어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기회를 삼아 다시 한번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판교 방유당의 입구 전경



(본 글에 사용된 사진 및 텍스트는 취프로젝트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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