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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Mar 06. 2020

사무실에서 짚신을 신고 퇴근했습니다.

인턴 K의 #JYPSYN 모험 2탄

충남 예산 빌리지에서 헤이 위빙(hay weaving) 마에스터로 생활하고 계신 박경신 슈메이커님의 신발인 짚신, 아니, JYPSYN.


공예트렌드페어의 “협동조합 느린손” 부스에서 15,000원에 짚신을 구매한 후 사용한 지 어언 두 달이 되었습니다. 사무실 슬리퍼로 시작해 짚공예에 대한 깨달음과 책상 아래 지푸라기를 선물해주었죠!

그 이후, JYPSYN은 또 어떤 모험을 하게 되었을까요? 인턴 K의 JYPSYN 사용기, 2탄으로 돌아왔습니다!


(1편은 여기서 읽어보세요!)




1편에선 짚신을 약 한 달 즈음 사용하고 소개했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구매한 신발이었지만, 의외로 짚신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죠. 플랫 슈즈 같이 귀엽고, 앙증맞은 뒤꿈치를 갖고 있으며, 사이즈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동시에, 지푸라기가 많이 날려 사무실 슬리퍼용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 발에 맞춰 길들여지는 신발의 변화를 목격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 후 약 한 달 반이 더 지났습니다. 날씨가 추워 많이 착용하진 못해, 착용한 날로 생각하면 약 3주 더 착용한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짚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JYPSYN의 새로운 모험들


그 이후, 짚신의 가능성을 더욱 깊게 탐구하고 싶어, 이 친구를 신고 몇 번 외출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미끄러워 힘들었던 사무실 바닥보단 외부 환경에서의 사용이 훨씬 더 편하더라고요! 짚신을 신고 회사 밖 식당도 가고, 아파트 단지와 상가를 산책했습니다. 풀 위를 걷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밥 생각에 설레어 총 총 뛰어가는 뒷모습입니다.
지푸라기 신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보러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짚신을 신고 잔디 위를 걸을 때 가장 느낌이 좋았습니다. 신발의 밑창이 얇지만 아주 유연해 땅의 굴곡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잔디 위에 오르면, 신발 자체도 풀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오히려 쿠션감이 증폭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짚신은 거친 지형에 강했습니다. 몇 번 산책을 하며 아스팔트 위를 달려보기도 했는데, 더욱 가볍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라면, 때로 너무 힘차게 디딜 땐 양말을 신은 발이 매끈해진 안창에 미끄러질 수는 있습니다.




#JYPSYN의 현 상태


구매한지는 약 3개월, 실제 착용 기간은 약 한 달 반(예상). 현재 JYPSYN은 수명을 다해갑니다. 사이즈 조절이 낯설어 조금 작게 조인 오른쪽 신발 코 짚풀은 거의 완전히 뜯어진 상태입니다. 현재 총 3가닥이 뜯겨 엄지가 살짝 튀어나옵니다.


글을 위해 약해진 상태로 매일매일 착용하니, 튼튼해 보였던 왼쪽 신발 코 지푸라기 3가닥 또한 바닥에서 분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꿈치의 굵은 끈을 만들어 감고 있던 짚풀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툭 툭 끊어진 신발 앞코 지푸라기ㅠㅜ


캐리어에 한번 짚신을 넣은 탓에 살짝 눌렸으며, 한번 접힌 짚신의 모양은 잘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푸라기가 튀어나오게 마감되어있던 발 볼 밑창 부분은 거의 다 마모가 되어, 거의 편평합니다.  


이랬었던 짚신이 달라졌습니다!
뒷꿈치가 눌린 자국이 펴지지 않으며, 바닥은 거의 100% 마모되었습니다.


신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목이 뜯어지고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이상 사무실 밖으로 신고 나가진 않습니다. :)



#짚신은 이런 신발입니다.


짧고 굵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짚신을 알아갔습니다. 제가 짚신을 요즘 표현으로 정의하자면, “친환경 DIY 다회용 실외 슬리퍼”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 짚신은 실외화입니다.


지푸라기로 만든 신발은 실내에서 신기 너무 불편합니다. 옛날 학교처럼 나무 마루 바닥이면 몰라도, 요즘 실내 생활엔 절대 적합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밑창이 문댈수록 반들반들해지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미끄러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친 지형일수록 발과 바닥을 잘 고정시켜줍니다. 자연물로 만들어진 신발로 자연 위를 걸을 때 더 편안해집니다.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며 촬영한 사진
실내에선... 안 돼요.....



2. 짚신은 다회용 슬리퍼입니다.


짚신은 무척 가볍고, 막 던져도 크게 상하지 않는 (혹은, 상할까 봐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슬리퍼입니다. 간단한 실외 활동을 할 때 (ex. 짚 앞 편의점을 갈 때, 마당 정리를 할 때 등) 적합하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짚신의 사용기간은 약 1달 ~1달 반입니다. 사용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빈번히 신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2달 이상 온전하게 유지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부서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짚신의 운명입니다. 특히 앞코가 발가락을 굽힐 때 취약한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소심히 찍은 인증샷입니다. 옆에 주민 분이 함께 타셨었거든요...


사실, 과학의 발전으로, 21세기 신발은 최소한의 내구성을 기본으로 갖추기 때문에 2달을 채 가지 않는 슬리퍼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씩 바꿔야 하는 짚신은 일회용이라 부르기엔 조금 오래가지만, 21세기 우리의 상식 상 너무 짧은 수명을 가졌기에, 다회용이라 부를 만한 것 같습니다.   



3. 짚신은 친환경적입니다.


위 내용에 이어서 서술해보겠습니다. 신발을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하는 것이 모두에게 비상식적이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기술의 발전으로 “고무”로 만든 신발을 인류 대다수가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웬만한 신발은 거뜬히 6개월은 질리게 신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신발을 한 달에 한 번씩 바꾼다는 것은 불필요한 소비, 사치,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짚신을 세 달간 두고 사용하며, 위 특성들이 신발의 절대적인 속성은 아니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고무가 아닌, 지푸라기도! 신발이 될 수 있습니다. 고무 운동화보단 빨리 닳는 신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신발은, 그만큼 큰 비용과 공력 - 공장 시스템 / 자본 등 - 을 들이지 않고 제작됩니다. 가볍게 신고, 그대로 쓰임을 다 하면 버려도 됩니다. 버리면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이 것도 신발이 될 수가 있음을, 짚신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4. 짚신은 DIY입니다.


큰 공력과 비용이 들지 않는 짚신. 짚신을 만드신 분을 일컬으며, 어떻게 공력이 들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협동조합 느린손에서 제 신발을 만들어주신 박경신 슈마스터 (제가 붙인 칭호입니다)님은 예산에 사시는 할아버지십니다. 과거에서 온 신발은 과거의 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손기술이죠. 우리 모두 나 자신의 슈마스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짚신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盛夏織屨(성하직구), 김득신 -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짚신에 있어선 모두가 슈마스터였죠!


가볍게 유튜브에 “짚신 만들기”를 검색하니, 짚신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몇 올라옵니다. 이를 보며 저도 짚신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지푸라기가 아닌 다른 소재로는 어떤 신발이 나올 수 있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OJHICal7IS4&list=PLI6Err_EYvi7jo_7S7CboA7ed4g718D7Q 

짚신 삼는 법을 알려주시는 친절한 동영상입니다. 만드는 모습은 거의 위 김득신의 풍속화와 같네요!



#짚신은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짚신은 전원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추천드립니다. 늦봄부터 초 가을까지, 비가 내리지 않은 날 가볍게 돌아다니기 적합한 신발입니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쓰임을 찾을 수 있겠죠. 베란다에 텃밭을 키우시거나, 취미로 가드닝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혹은 그냥 가볍고 공기가 잘 통하는, 막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JYPSYN, 이젠 작별할 시간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구매해본 짚신이었지만, 정말 많은 즐거움과 경험을 안겨주었던 첫 번째 짚신은 이제 수명을 거의 다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짚신과의 인연이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 기분은 뭐죠? 어서 새 짚신을 구해, 따뜻한 날에 가볍게 신고 다녀보고 싶네요. 제가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고요!

짚신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따뜻해진 날들에, 더욱 재밌는 경험들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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