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개조한 카페, 음식점, 술집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전통 한옥 체험, 한옥 게스트 하우스, 럭셔리 한옥 호텔 같은 곳들도 많이 생겼다. 요즘 한옥 콘셉트의 인테리어가 트렌드인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이 현대의 인테리어 트렌드와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서 볼 수 있는데, 기존의 한옥을 개조하는 것과 새롭게 한옥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경 제적인 측면이 가장 클 것이다.
기존의 한옥을 이용한 인테리어의 경우에는 리사이클(Recycle)과 업사이클(Upcycle)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 기존의 물건을 다시 쓰는 것이 리사이클이라면 업사이클은 쓸모없고 버려진 물건에 창의적인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반영해 새로운 물건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오래되어 낡고 살기 불편한 한옥을 개조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버려진 공장을 활용한 리사이클 & 업사이클 인테리어 <www.lottaagaton.se>
종로구 익선동의 카페나 음식점들은 기존의 한옥을 개조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들이다. 또한 이곳들은 기존의 오래된 가구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고(古) 가구의 재료들을 활용해 업사이클 가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테리어는 한국적인 정서와 함께 빈티지한 느낌을 주어 대중적이고 획일적인 공간보다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식물 카페&바는 한옥과 고가구들을 활용 <www.domusweb.it>
새롭게 디자인하는 한옥 인테리어는 비용적인 이유로 고급 주택이나 럭셔리 한옥호텔 인테리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인테리어는 젠 스타일(Zen Style)이라는 트렌드의 영향이 있다. 젠 스타일은 심플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갖고 있다. ‘선(禪)’의 일본식 발음인 젠은 동양적인 간결한 여백의 미를 중시하고, 자연친화적이다. 서양에서 동양에 대한 동경과 흥미를 일컫는 ‘오리엔탈리즘’에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결합되어 젠스타일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미니멀리즘이 갖고 있던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차갑게 느껴졌던 부분에 동양의 미가 더해져 따뜻한 느낌이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젠 스타일 인테리어 <zillow.com/digs>
젠스타일 = 오리엔탈리즘 + 미니멀리즘
젠 스타일은 장식 없는 깔끔한 공간에 최소한의 가구를 사용하여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표현한다. 많은 색상을 사용하기보다는 채도가 낮고 단조로운 컬러를 사용하고, 나무, 돌, 리넨 등의 재료 사용과 식물을 두어 자연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간접 조명을 이용하여 온화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이러한 공간은 같은 동양권 문화인 중국과 일본에도 나타나지만, 각 나라별로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국은 전통 문양과 지역적 특색을 인테리어에 반영하여 나타내고 있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준이 제주도의 돌담과 집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한 포도호텔 <www.thepinx.co.kr>
한국적인 젠스타일이 반영된 제주 하얏트 리젠시 호텔의 온돌 객실 <jeju.regency.hyatt.com>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아원 고택 <awon.kr>
소비의 양극화로 인하여 경제적이고 개성 넘치는 리사이클과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젠스타일의 인테리어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Fad)이 아닌 메가트렌드(Megatrend)이기에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한옥이 아닌 다른 요소와 결합하여 나타날 수도 있는 트렌드여서 한옥에 대한 인기가 금세 시들 해지지 않도록 한옥을 활용한 다양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기획되고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