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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Feb 28. 2017

우리의 것에 디자인을 입히다.

우리의 것에 힘을 실어주는 디자인 이야기

2010년, 국내 디자이너가 한국 어느 농장의 사과를 브랜딩 한 사례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과 박스하면 디자인 전공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폰트와 사진이 가득한 박스를 떠올렸으며, 딱히 기억에 남는 농장이나 농산물 브랜드조차 없었다. 심지어 농산물을 하나의 브랜드로써 인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필자에게 농산물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일깨워준 그 브랜드는 지금은 농산물 브랜딩의 대표적인 사례로 잘 알려진 디자인 스튜디오 액션 서울 이장섭 디자이너와 봉화농원 이봉진 농부가 협업하여 만든 브랜드 ‘파머스파티’이다.

지금은 젊은 청년들이 창업 아이템으로 농촌을 브랜딩 하기도 하고, 농사를 하시는 부모님을 이어 직접 디자인과 마케팅을 하는 2세대 청년들이 많아 농산물 브랜딩이 우리에겐 조금 익숙해졌다. 그러나 당시 파머스파티의 ‘파파사과’는 국내 농업계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도전적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었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 UX, UI디자인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던 그때, 누군가는 이렇게 작고 무관심하게 된 우리의 것들에 디자인이라는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파파사과'를 시작으로 한국 농촌에서 나는 것들이 하나둘 브랜드로 탄생하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함께 저마다의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디자인은 한국의 농촌과 농산물에 큰 힘을 실어주었고, ‘디자인은 단순히 겉모습을 예쁘게 꾸며주는 것이다.’ 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 클래식농원www.farmisclassic.co.kr/, 무릉외갓집 www.murungfarm.co.kr/,  

농부로부터 www.facebook.com/fromfarmers/, 냠냠제주 마멀레이드myoungjojang.com >



이제는 그 관심이 농산물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전통주, 전통장 등 한국 고유의 것을 주제로 전통을 살린 브랜딩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1. 전통 소금, 농부와 소금가마의 태안자염

<태안자염 패키지, 출처 : http://myoungjojang.com>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한국 전통 방식의 소금 방식을 태안 주민 세 사람이 그대로 복원한 소금이다.

태안자염의 패키지 종이 꾸러미는 마치 옛날 한약방에서 약재를 종이에 싸서 끈에 묶어 팔던 모습이 생각나며 왠지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하얀 소금 꾸러미 위에는 직접 개발한 서체를 새기고 대나무를 깎아 만든 끈 이음새가 눈에 띈다. 작은 책자에는 전통 소금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복원 이야기를 담았다.



2. 전통주, 최행숙 전통주가의 미인 프리미엄 탁주

<미인 프리미엄 탁주 브랜딩, 출처:  :  http://www.contentformcontext.com/>


미인은 파주에서 농사지은 유기농 곡물만을 사용하여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는 한국 전통주 양조장의 브랜드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지역 양조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술펀이 기획, 브랜딩 등을 진행하고 디자인은 Content form Context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맡았다.


 한국 전통지도를 모티브로 하여 한자을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한 로고를 술병 라벨에 금박으로 입혀 고급스러운 전통주를 표현하였다. 가늘고 유연한 곡선은 '미인'이라는 브랜드명과 어우러져 젊은 여성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3. 진남농업회사법인의 전통장

<진남 된장,고추장 패키지, 출처: http://www.contentformcontext.com/>

진남농업회사법인은 문경시 농장에서 나는 작물로 전통장을 만드는 회사로 3대째 이어져오고 있다.

이 회사는 고추장과 된장을 리브랜딩 하여 전통장에 프리미엄 가치를 더했다.


로고와 병의 커버 일러스트는 모두 가느다란 선으로 디자인하여, 전체적으로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나타낸다. 로고 심볼을 살펴보면 문경시 진남면의 풍경을 단순화하고, 한글로 '진남'을 풀어내어 진남의 스토리와 함께 한국 고유의 느낌을 담고있다.


한국 전통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은 자칫하면 너무 심플해 일본스럽기도, 한자나 컬러를 강하게 쓰면 중국스럽기도 한 그 어느 포인트에서 한국의 특징을 잘 뽑아내야 한다. 거기다가 너무 전통스러운 이미지로 간다면 식상해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오랜시간 흘러온 전통의 가치와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것인데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잘 전달 하려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수입품과 기성품에 밀려나 외면받던 우리의 전통, 우리의 것이 디자인의 힘을 입어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해외까지 더 널리 뻗어 나가 경쟁력있는 국가의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커버포토 출처 : 마르쉐 https://www.facebook.com/marchewith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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