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마트의 영업시간 단축 등의 정책부터 디자인적인 접근까지 많은 변화가 전통시장에 일어나고 있다.
필자의 집 앞에는 영천시장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살던 동네라 영천시장의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고 있자면, 전통시장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때문에 영천시장을 예시로 전통시장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영천시장은 활기찬 공간인 것에 비해 어둡고 침침했다. 입구엔 촌스러운 독립문을 상징하는 그래픽과 아마도 한글과 컴퓨터의 기본 폰트일 것 같은 글씨체로 이루어진 영천시장이 쓰여 있는 간판이 있었다. 이도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넘어갈 때 리모델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감각적인 폰트와 컬러 조합으로 이루어진 간판으로 뒤바뀌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영천시장의 간판의 변천사를 볼 수있다.
이 전에는 가독성을 중요시하여 큰 글씨로 “나는 영천시장이다!”를 말했다면. 지금은 “안녕 나는 영천시장이야”라고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과거에 시장은 엄마, 할머니 즉 나이가 든 분들이 찾는 곳이라면 지금은 새로운 놀 거리를 찾는 젊은 사람들을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좀 더 뒷받침하기 위해 전통시장 내 인테리어를 들여다보자.
초등학교 시절 비 오는 날 등교를 할 때, 영천시장을 지나가면 불규칙하게 나열된 비닐 지붕 탓에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거나 하여 비를 피하려고 했던 기억들이 많다. 이후 고학년쯤 시장 전체를 덮는 플라스틱 지붕이 생겼고, 현재는 색색의 LED 조명이 시장의 활기에 맞춰 반짝인다. 천장에서 쏜 빔으로 물들인 바닥까지. 더하여 ‘고루고루’라는 도시락 뷔페를 만들어 단돈 만 원에 다양한 시장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젊은 사람들을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이런 전통시장의 노력 때문일까, 주말에 시장엔 항상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북적였는데, 요새의 주말 풍경은 젊은 커플, 친구들이 줄을 서서 다양한 가게에서 음식을 사 먹는 모습이 보인다.
시장하면 아무래도 먹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시장 내에 전집, 떡집, 닭강정 등 다양한 먹거리는 우리를 언제나 즐겁게 한다. 시장 내의 식당도 빼먹을 수 없는데, 국밥집 횟집 등 다양한 식당들은 숨겨져 있는 맛집으로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필자도 아재 입맛이라 시장 내에 식당들을 자주 가는 편인데, 식당 또한 이전에는 아저씨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감각의 식당들이 주변에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시장 내에 떡 카페 떡 마을은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 밖 아주 오래된 목욕탕 옆 작은 공간에 메콩사롱이라는 동남아 음식 주점이 생겼다. 오랜 시간 영천시장 내외에 생기고 없어진 다양한 음식점들을 보았지만 이처럼 젊고 글로벌한 감각의 음식점이 들어온 것은 프렌차이즈 음식점 외엔 처음 본다. 이 모두 시장의 활기가 좀 더 젊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정책과 시장의 노력으로 전통시장이 젊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지만, 이가 이렇게 빠르게 젊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홍대나 신사 가로수길 등에 있는 핫플레이스가 지나치게 뜨거워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는 기존의 거리는 핫플레이스가 아니게 된 것이다.
그것에 대한 반증으로 한옥 카페를 찾는 사람들, 경복궁에 한복을 입고 가는 문화 등을 볼 수 있다. 넘쳐 흐르는 해외 문화-북유럽 스타일의 카페, 양식 음식점 등에 사람들은 지겨워진 것이 아닐까. 전통시장이 스스로가 젊어지려고 노력하고 세상에 맞게 변해가며 젊은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 또한 더는 시장을 오래되고 낡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는 시장은, 한국의 전통은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것이 아닌 우리의 색다른 놀이터가 된 것이다. 앞으로 시장과 같은 한국의 고유 콘텐츠들이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