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입양사기 아니었을까.
2016년 봄이었다.
너무 완벽했던 봄날, 첫 번째 고양이인 라온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잠겨 살았다.
내 슬픔에 취해 도담이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의 슬픔에 취해서.
도담이는 어려서부터 고양이들에 둘러싸여 살았고, 혼자 집안에 남겨진 경험이 없던 아이였다. 라온이를 매우 좋아했고, 사람도 많이 좋아했던 이 착한 고양이는 고양이도 우울증이 있다, 라는걸 몰랐던 집사의 무지에 의해 처음으로 외로움을 겪게 되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나는 고양이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는 생각.
라온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한 달쯤 지난 시점이었다.
이 무렵부터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라온이가 다시 환생한다면, 배가 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그리고 그제야 눈에 들어온, 외로워하는 도담이를 위해 셋째를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여사님께선 고양이 더 들이지 말라고 말하셨다. 하지만 아무도 날 막지 못하지.
사실 처음부터 입양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적당히 임보하고 적당히 입양 보내야지. 라온이한테 받은 사랑을 그렇게 갚아야지. 뭐 그러다가 정들면 내가 임종까지 보호도 할 수 있는거고. 라는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음을 먹고 나니 그 뒤는 쉬웠다.
대형 포털의 고양이 카페에서 형제와 구조된 아기 고양이 사진을 보고 임시보호를 신청했었다.
2달령 되었다는 밤비노 밤비니 남매.
울고 있던 아깽이들이 주변인의 신고로 보호소로 들어갔고, 보호소에서 구조해 내어 병원에서 사료를 먹고 있다는 히스토리.
아 그럼 사료 먹으니 임보 할 때 크게 문제없겠다, 병원에서 케어받으니 건강하겠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구조자 분께서 임시보호 말고 입양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시는 게 아닌가? 그때 뭐에 홀린 듯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엄마 미안, 이제야 밝혀본다. 엄마는 임시보호하다가 애가 못생겨서 입양못가서 눌러앉게 된 줄 아시는데, 원래 입양하기로 하고 데려왔다. 근데 어쩌겠는가. 이미 우리 집 막둥이로 자리를 잡았는걸.)
입양신청서가 오고 가고 그렇게 절찬리에 진행된 입양,
원래 뭐든 계획은 장대하다고 했던가.
생각했다.
우리 집이 구조자 보기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도 않을까? 그리고 나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 우선 집먼저 보여드리는 게 어떨까?
그래서 고양이 없이 오셔서 집안환경 먼저 보시고 입양 보내도 되겠다고 생각하시면 입양 보내주시라고 말씀을 드렸고, 알겠다고 말씀하셔서 나는 집만 보여드릴 생각이었지.
그리고 약속당일.
그날 고양이가 왔다.
아니, 그건 쥐새끼였다.
케이지에서 나온 아토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두달령이라면서요‘
‘사료 먹는다면서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물음을 꾸역꾸역 눌러 담고 말했다.
“애가.. 참 작네요..”
그리고 구조자분도 뻘쭘하셨는지 아이가 일반적인 개월수보다 작다고,
다커도 2-3kg밖에 안될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
네. 현재 8kg입니다.
다시 입양시점으로 돌아와서, 애를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 입양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하고 나니 그러시더라. 이 친구가 남자애라고.
여자 앤 줄 알았는데 남자애.
아아.. 도대체 그 임보 글에서 맞는 정보는 무엇이었단 말이냐…
많은 말과 복잡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그렇게
그 한 마리의 쥐새끼는 우리 집 막내 고양이가 되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