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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락곰 May 20. 2023

2023년, 고양이 셋과 보내는 나날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회사이직준비 중인 집사와 세고양이

2023년, 집사는 일을 그만두었다.

여러가지 개인적인 문제와 하고있는 일의 회의감에 새로운 길을 걸어볼까 고민하며 다른 길을 걷고자 했다.

자연스레 고양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세고양이를 하나씩 들여다보며,

잊고있던 브런치가 생각났다.

세고양이들과 살아가는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19년도의 마음을 되짚어 새로이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3마리의 작은 악마들과 만나게된 계기를 말해보자 한다.


시작은 글쎄 어떤 친구부터 해야할까.. 

우선 도담이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도담이는 절냥이다.

필자의 엄마가 아는 스님이 한분 계시는데, 이분께서 계시는 절에 어느날부터 한마리, 두마리 고양이가 모여들었더랬다.

이분은 필자가 학창시절 키우던 진돗개 ‘아지’를 분양해준 분이기도 하신데,

부처님을 모시는 분들이 으레 그렇듯이  밥만 챙겨주시곤 아이들의 생로병사에 대한 관리는 딱히 하지 않는 분이였다

(하지만 이름은 법명으로 다 지어주시곤 했다 ㅋㅋ)


2016년 언제였던가. 아직찬기운이 가시지 않았던 이른 봄이였던 것 같다.

당시 필자는 라온이라는 러시안블루 품종의 고양이 한마리와 둘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풀어보도록 하고) 어느 고양이 집사들이 으레 그렇듯 둘째 욕심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던 터였다.

근데 마침 필자의 집에 와계시던 필자의 엄마(이하 여사님)가 ‘같이 절갈래?’ 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황금같은 주말을? 절로? 누가그러고 싶을까? 해서 거절하려던 찰나, 나는 바로 일어나서 외투를 입을수 밖에 없었다. 왜냐고?  ‘거기 고양이 많아’ 라는 말이 딸려왔기 때문이지.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우와 고양이 구경~ 고양이구경~’ 하고 생각했을뿐이지 딱히 둘째를 입양해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사실 함께 동거하던 라온이가 너무나도 수염 한 올까지 완벽한 고양이였기 때문에 둘째로 고양이를 들인들 이렇게 완벽한 고양이가 있을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였다.

단순히 고양이 구경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절을 방문했는데, 정말 누가 소문듣고 유기한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많은 고양이가 있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턱시도와 고등어 태비를 가진 친구들이였는데, 여사님과 한참 대화하시던 스님께서 새끼고양이가 있다며(!!!) 한번 보시겠습니까? 하시는게 아닌가?

새끼고양이를 안아볼수 있다는데 거절할리가.


사실 필자는 당시에 새끼고양이를 안아본적이 없었는데,

라온이는 성묘로 왔었고 새끼고양이라는 생명체를 실물로 접해본 적이 없었던 경험을 비추어 단언컨대,


새끼고양이를 품에 안아본다면 이미 당신은 고양이의 노예가 될것임이 틀림없다.


사실 여사님이 안았던 노란 치즈 고양이가 훨씬 예쁜 외모였는데, 그친구는 뭔가 아 얘가 우리집 둘째라는 느낌은 안받았던 것 같다. 그냥 아..  새끼고양이는 삐약 거리고 우는구나… 하는 걸 알게 해준 친구랄까.

그리고 필자는 조그맣고 뺙소리 한번 안내고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짖고 있던 못생긴 고등어를 안아봤는데,  맞다. 

도담이였다.


아직도 잊을수 없는 순간이였다. 조그마한 온기를 품는 생명체, 작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느낌, 옆에서 퐁퐁 내쉬는 숨결, 간질간질한 배냇털이 보송보송, 나를 처다보던 동그란 청회색 눈동자 두개. 


그 자리에서 바로 저 얘 데려갈래요. 라고 했지만. 운명의 장난인가.. 

아직 젖을 떼지 않았던 도담이를 당시엔 데려올 수 없었다.


여사님도 얘가 갑자기 고양이를 두마리를 키운다고? 하면서 놀라서 반대하셨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 크게 반대하진 않으셨는데, 아마 대충 예상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이미 필자는 ‘응 아무것도 안들려요, 얘는 우리집 둘째’ 상태. 아무도 말릴수 없었다.

사실 이미 그시점에서 도담이는 생후 1달은 충분히 지난 상태였었지만, 사실 합사준비도, 아기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터라 준비기간이 필요했기때문에 한달을 기약하며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사히 한달이 흘러 시간이 안되었던 필자대신 여사님께서 도담이를 데리러 갔는데, 데리러 갔더니 도담이 엄마인 무량이가 새끼들을 감추고는 보여주질 않더란다. 스님께서 좋은데 가는거라고, 아가들 데리고 오라고 하니 그제서야 아이들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렇게 무량이와 절냥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도담이는 우리집에 오게 되었는데, 여사님께서 도담이 오는 중이라며 보낸 사진속에 있는 도담이가 하도 노란색이 강해서 여사님이 본인이 안았던 치즈 데려온 줄 알고 재차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도담이는 커서도 노란빛이 유달리 강하게 도는 고등어가 되었는데 그래서 일반적인 고등어같아보이지는 않아서 매우 귀엽다.

안으면 꼭 저렇게 놀란 표정을 짓는다. 신께 맹세컨태 난 구박한적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라온이는 외동성격이 강했는데, 도담이를 데려옴으로써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긴하다.


도담이가 오고나서 라온이와 합사를 진행하고, 그리고 라온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며, 그자리를 아토가 채우게 되고, 역시 고양이는 두마리가 최고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 어쩌다보니 굴러들어온 홍구까지, 1년의 터울을 거쳐 내 옆에는 3 마리의 작은 악마가 존재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차차 풀어보기로 하고. 


도담이가 우리집에 오고나서 2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 (라온이와 아토가 바톤터치 하고 1년쯤 지난 시점) 다시 그 절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세계최강 미모를 자랑하는 도담이의 엄마인 무량이의 외모도 여전했고 고양이는 더 많이 늘었더라. (당연한게, 중성화를 안하다보니 새끼고양이가 끊이지 않고 있었을테니까)

가지고 갔던 사료를 강탈당하고 간식을 삥뜯기는 와중에도 들었던 생각이, 아 도담이때는 정말 홀렸었구나… 하는 생각이였다. 왜냐구? 새끼고양이가 있었음에도 아 쟤를 데려가서 키워야겠다. 라는 생각은 전혀 안들었었거든. 


바로 묘연이라는게 바로 이런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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